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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담홍 Feb 24. 2023

경제권을 넘겨달라는 남편

지금까지 애씀이 허탈하다

결혼해서 지금 것 가정의 돈 관리는 나의 몫이었다.

2009년에 결혼해서 2023년 현재 지금까지. 그런데 남편이 경제권을 가져간다고 한다.

그래 '줘버리자'하면서도 서운한 건 무슨 마음인가.


결혼해서 지금 것 힘든 시절은 내가 다 관리했건만, 이제 좀 살만하다고 가져가는 건가?

아니면 내가 하는 게 부족했나?

아니면 나의 돈 씀씀이가 큰 것일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기분은 뭐지.


정말 결혼해서 몇 해전까지 경제적으로 힘들었다. 결혼 시작부터 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얻고, 연달아 아이 둘을 태어났다. 그 사이에 나는 워킹맘과 전업주부를 왔다 갔다 하며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구멍 난 돈 메꾼다고 애썼던 시간이었다.


내가 돈이 없다고 푸념한들, 아무것도 안들리오 하던 사람이 남편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계약금 마련을 하기 위해 내가 아등바등할 때, 우리 남편은 술 먹고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고, 결국 친정엄마에게 이야기해 해결을 했어야 했었다. 그리고 골프 한다고 골프 3개월 등록해 놓고 10번도 안 갔으며, 기타를 배운다고 기타를 사놓고는 그냥 방치 상태일 뿐이다. 그럼에도 늘 나에게 하는 푸념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제대로 해 보면서 산 적이 없다고 한다. 그것이 나의 탓인가. 자신의 의지력의 문제이지.


아무리 내가 말한들 무슨 소용일까. 자신이 느껴야 하는 부분이지.


올해도 어김없이 골프를 다시 시작한다고 이 백만 원을 갖고 갔다. 그래서 나도 50만 원 정도 강의를 들어야겠다고 하니 바로 노를 하는 사람. 당연히 나는 그 앞에서 바로 "내가 알아서 할 일이야."하고 선을 그었지만 그런 모습이 연출될 때는 참 어이가 없다. 뼛속까지 가부장적인 한국남자의 전형이던가. 자기는 되어도 상대는 안 되는 사람 앞에 어이를 상실했다. 앞으로 내가 무언가 하고자 할 때, 이런 반응은 자주 올 터이다. 물론 매번은 아니지만 얼마나 적극적인 지지를 해주겠는가. 그럼에도 나는 남편에 말에 좌우되지 말고, 나의 선택을 믿고 갈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지금까지 비상금 하나 안 만들어 놓고 뭐 했나 싶은 게 씁쓸하다.


이런 사람이 내가 일하고, 아이들 돌보며 돈 관리까지는 힘들다고 이제는 자기가 한다고 한다.

어차피 월급 자기 통장으로 들어오고, 요즘은 앱으로 하는 게 편하니 자신이 하겠다고 하는 남편의 논리 앞에 그저 '알았어'하고 수긍하고 있다. 이 논리에 나는 크게 할 말이 없다. 정말 나를 생각하는 것일까? 그러나 내 월급만큼은 남편 통장에 넣어두기 싫다. 이것 만큼은 사수하리.


어떻게 생각을 정리해서 남편에게 이 서운한 마음을 전해야 할까.

지금까지 내가 애썼던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 냥.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은 무엇일까.

더 잘 살아보자는 방향일 거라 믿고 맡겨야 할 것인가, 아니면 내가 다시 쥐고 있어야 할 것인가.


아니다.

둘이 서로의 지켜보는 상황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남편이 관리하데 공인인증서를 가지고 확인하는 시스템이랄까. 어쩌면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지도 모른다. 서로가 서로의 감시자(?)가 되어 더 경제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결혼생활 14년 동안 용돈을 타서 썼으니 남편도 답답할 법도 하다. 내가 앞으로 그렇게 살아야 된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히는데, 남편은 이런 생활을 14년이나 한 거 아닌가. 그래,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정확히 들어보고, 접점을 잘 찾아서 앞으로 우리 가족이 살아가는 데 더 좋은 방향으로 선택해 보자.


그리고 그 선택이 아니라면 또 수정하면 되는 것 아닌가.

나의 애씀에 대한 보상이 없음에 서운해하지 말고, 아니 서운하다면 그 감정을 정리해서 잘 이야기하고, 툭툭 털고 나은 방향을 모색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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