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쓰다2기 day9
낮에, 집안에 소란이 있었던 밤엔 공포가 찾아온다. 그 공포의 주인공은 그녀의 아빠였다. 싸움은 폭력을 낳았고, 두려움과 외로움, 불안함을 심었다. 소란이 잠잠한 날엔 복닥복닥 웃는 소리가 나기도 했지만, 닭처럼 서로 쪼아대는 일은 끊이지 않았다.
그땐 그 누구도 편안하지 않았기에, 생계라는 걸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기에, 책임만 가중될 뿐 보상이라는 것이 없었기에, 매일 열심히 살아도 희망이라는 게 보이지 않았기에 그랬다.
그 안에서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하는 사람은 그녀의 아빠였다. 그는 동생 여섯 명을 자신의 힘으로 학교를 보내고 결혼시켰다. 부모가 있지만 부모 역할을 하지 못하는 부모 대신 동생들에게 자신이 부모가 되었다. 동생 여섯이 성인이 되어 자리 잡고 살게 하는 동안 그는 자기 자식들을 풍족하게 키울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동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의 여동생들에게 돌아오는 건 원망이었다. 그는 여동생들에게 받은 상처로 피멍이 들어있을 터였다. 그는 그래서 아내에게, 자식들에게 더 미안하다.
오늘은 여기까지 써봅니다.
몇 번을 썼다가 지웠다가 했어요.
아빠를 생각하면서 글을 쓰는데 눈물만 핑 돌고
무어라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힘든 생활 속에서 아빠가 나름 다정하셨어요.
혼나서 울고 있으면 엄마 몰래 와서 용돈 주고 가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셨죠.
엄마랑 자주 싸우면서도
아빠만큼 엄마를 생각하고 챙겨주는 사람은 또 없었고요.
글을 쓰면서 집안 대소사를 다 책임져야 했기에 무거운 위치라 아빠가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술 한 잔씩 하시면 늘 너네한테 미안하다고 말하시며
그때 동생들 뒷바라지하느라 너네한테 못 해준 게 많다고요.
이래저래 마음이 아파요.
그래도 지금은 서로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잘 지내려고 하는 것 같긴 해요. 서로 각자의 입장이 있는 거니깐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우리 부모님께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정말 힘든 시절이었는데, 그 시절을 다 이겨내고 지금 넘넘 잘 살아가고 있으니깐요. 우리를 잘 키워주신 것도, 지금 잘 지내시는 것도 모두모두 감사해요. 정말 잘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