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쓰다2기 day14
'보고싶다.'
그녀는 20년이 넘도록 살아가면서 '보고싶다'라는 진정한 마음을 처음으로 느껴봤다. 그 감정을 마주하고서야 그녀는 그립다는 게 어떤 것인지 진정으로 깨달았다. 그 그리움에 대상에 대해 처음 진지하게 생각해 봤다.
그녀는 그녀가 그토록 엄마를 사랑하는 줄 몰랐다. 24년 동안 자신을 곁에서 돌봐준 이에게 그녀는 감사하고 살아간 걸까? 그녀는 엄마를 좋아하면서도 엄마를 향한 불만이 가득했다. 그 불만은 기대였고, 그 기대는 엄마를 향한 사랑이었다. 태어난지 24년 만에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 서울에 직장을 얻어 올라가는 길, 걱정보단 설렘이었다.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과 혼자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벅찬 마음으로 서울에 상경했다. 그러나 자취방을 정리하고 어두운 밤이 되어 방에 홀로 눕자마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복닥복닥하게 살았던 그녀는 혼자되었다는 외로움과 적막에 눌려 눈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을 당황스럽게 바라보았다. 눈물이 당황스러워 그녀는 어쩜 더 울었는지도 모른다. 복잡다단한 감정. 자신이 눈에 뜨거운 액체가 왜 흘러나오는지 영문을 알 수 없는 그녀였다. 그렇게 하루 이틀을 보냈다.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일이 나타났다.
'엄마가 보고싶어' 살면서 단 한 번도 누가 보고 싶어 눈물을 흘려본 적 없던 그녀였다. 절절하게 보고 싶었다. 엄마의 밥이 그리웠고, 엄마가 해준 빨래에서 나는 향이 코끝에서 어물거렸고, 엄마의 투박한 모습이 아른거렸다.
남자친구가 있었지만 남자친구를 내가 좋아하고 있나 싶을 정도로 보고 싶거나 생각나지 않았다. 그녀는 엄마보다 남자 친구가 더 보고 싶을 거라고 여겼지만 오산이었다. 남자 친구는 엄마와 비교가 될 대상이 아니라는 걸 그제야 알았다.
매주 토요일 퇴근하자마자 엄마가 있는 고향 집으로 내려가기에 바빴다. 엄마와 마주하면 싸우기 바빴던 그녀는 그 이후로 엄마의 말에 조금씩 고분고분해졌다. 혼자 살아보니 엄마의 자리가 얼마나 컸는지, 엄마의 사랑이 자신의 삶에 얼마나 크게 차지하고 있었는지 알아차린 거다. 밖에 나와 혼자 살아보니 그때까지도 그녀에겐 엄마가 세상 전부였던 것이다.
그녀는 지금까지 그때만큼 누군가를 그리워한 적이 없다. 상실감을 그때 처음 알았던 것 같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이처럼 누군가 보고싶어 절절거린 적이 없다.
'그녀는 지금은 엄마가 얼마만큼 보고 싶어?' 하고 자신에게 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