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위로가 되어줄게
최근 들어 ‘엄마’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슴이 답답하다
특히나 명상을 시작하고
내 마음의 숨겨놓은 응어리들이 꺼내지면서
그 응어리에는 공통적으로 엄마라는
빨간 도장이 찍혀있었다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도 사실은
엄마를 내 마음에서 진심으로
용서하고 싶어서다
현재의 내가 가정을 꾸리고
이 세상을 이롭게 하고 싶다는
큰 마음을 가지도록 해준 밑바탕이
엄마라는 것이 확실하지만
그 반대편에서는
낳아주고 길러준 그 밑바탕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너무나 선명하게
나를 매일 매 순간 괴롭힌다
엄마는 시험을 못 보면 나를 때리고
과외 선생님 앞에서 내 머리채를 흔들었다
내가 학교에서 친구와 싸우면
유별난 내 성격이 문제라고 내 탓을 하고
30살이 넘었을 때부터는
남자친구가 없는 나에게 기가 세서
남자가 없고 밥을 안 먹어 광대가 튀어나와
개귀신같다는 표현을 했다
32살부터는 절대로 결혼도 못할 거라며
매주 선을 보게 했고 선을 보러 갈 때마다
광대뼈는 기본으로 내 외모를 지적했다
엄마는 결혼 전까지 출근할 때마다
현관에서 무리하게 주먹밥이나
김밥을 내 손에 쥐어주었지만
준비한 엄마 마음의 진심은 모르겠고
내가 말라서 남자들이 싫어하니
이거라도 먹고 살을 찌우라는 건가 하는
마음도 들었다 출근 전 현관은
우리가 대화하는 유일한 시간이었기에
엄마는 늘 나의 말투와 외모를 지적하며
선 본 사람과 잘 안된 것을 내 탓으로 돌렸다
솔직히 나는 … 살고 싶지 않았다
엄마에게 똑같이 개귀신같다는
소리를 듣던 여동생과 타지에서
고생하시는 아빠의 존재가 없었다면
퇴근 후 술이라도 마시고 취해
집에 들어올 이유도 없었던 것 같다
지금도 핸드폰에 엄마라고 뜨면
받고 싶지가 않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
엄마는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묻기보다는
한 살 위 오빠나 여동생의 걱정을 하고
왜 엄마의 안부를 먼저 묻는 자식이
한 명도 없냐고 죽는소리를 한다
엄마는 어떠한 이유와 사정으로
나의 엄마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
엄마는 아빠와도 잘 지내지 못하며
오빠는 독립 후 엄마와의 관계가 호전되었고
현재 4살 아들을 키우는 여동생은
지난주에도 친정에 갔다가 엄마와 말다툼을 하고
아이를 데리고 나와버렸다고 한다
사실 위에 적은 내가 품고 있는
엄마와의 응어리들이 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닐 거란 예상이 충분히 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아픈 건 아픈 거다
나는 외할머니의 얼굴을 모른다
엄마는 9남매 중 막내로 자라
이모, 외삼촌들이 엄마이고 아빠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엄마라는 존재가
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모른다
엄마는 27살이라는 나이에
부모님도 없이 결혼을 하고 아이 셋을 낳아
시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엄마의 제2의 인생인 결혼의 시작은
감히 내 입장이 되어 상상하며 대입해 보기도
어려운 부분이다 엄마는 그 어려운 일들을
친정엄마도 없이 해낸 사람이기도 하다
엄마도 어린 시절 위로와 응원이 되는
언어를 들으며 자라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고
어느 날 보니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과의 정서적인 대화는커녕
세 아이를 남부럽지 않게 키워내
좋은 성적표를 받아야 한다는 강박에 치우쳐
어떻게든 일단 키워내었을 거라 생각된다
나는 아이와 정서적인 대화를 하는 방법을
육아 책으로 공부해서 알아냈고
서아를 키우며 아이의 표정과 입에서 나오는
예쁜 말을 통해 한번 더 배우는 중이다
그리고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프로그램을 보며 복습과 예습을 한다
우리 엄마도 아이가 셋이 아닌
나 하나였다면 나를 위해 책을 읽고
방송 프로그램을 보며
예민한 아이 잘 키우는 방법 같은 걸
공부했을 거라는 상상을 해본다
만약에 그랬다고 한들
지금의 내가 … 내가 아닐까?…
글을 쓰며 피식 웃음이 난다
처음 첫 줄의 감정이 눈 녹듯 녹아내린다
매번 엄청난 치유를 경험한다
역시 나 오늘의 글쓰기도
대단히 나를 위로해 준다
엄마에게도 엄마를 위로해 주는
무언가가 있다면…
혹시 그게 우리 삼 남매라면…
기꺼이 엄마의 위로가 되어주어야 할 것 같다
글을 쓰고 보니 나는
내가 엄마의 위로가 되어야 할
충분한 이유를 알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처럼 내가 아무리 과거 이야기를 해도
기억이 전혀 없다는 엄마에게
“엄마, 나이가 들어도 참 사는 게 쉽지 않지?!
내가 엄마의 위로가 되어줄게 “라고
용기 내 말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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