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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잔 Feb 06. 2020

오늘도 힘들게 잠을 청한 우리들에게,

수박양, 웹툰 <아홉수 우리들>

이 글은 틈틈이 뉴스레터에 기고한 글입니다.


아 / 스물 아홉이다. / 이십대의 끝자락 / 십대엔 / 절대 오지 않을 것만 같고 되게 / 어른의 나이인 것만 같았는데 / 이렇게 / 이렇게까지- / 아무것도 못 되어 있을 줄은 몰랐어 <2화. 스물 아홉 봉우리>



살다 보면 문득 평소보다 조금 더 지치고 쓸쓸해지는 날이 있습니다. 늦은 밤 혼자 침대에 누워 나는 왜 여기에 있나? 나는 왜 여기까지밖에 못 왔나? 앞으로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답은 묘연하고, 보통은 기분만 가라앉아 훌쩍이다 잠이 들죠. 



이 웹툰은 그럴 때마다 꺼내 보기 좋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쯤 나에게 선물하는, 한 입 먹으면 마음이 사르르 풀어지는 딸기 생크림 케이크 같은 작품입니다. 슴슴한 스펀지케이크 위에 정갈하게 짜인 달큰한 생크림, 그리고 그 사이에 빨갛고 윤기가 흐르는 달콤하고 커다란 딸기 한 알. 



여기 올해 스물아홉을 맞은 우리들 — 그러니까 봉우리, 차우리, 김우리가 있습니다. 봉우리는 어쩐지 사랑은 조금 외롭고 일은 조금 위태로운 계약직 디자이너입니다. 차우리는 8년 차 승무원으로 쉬지 않고 일해온 자신의 20대를 돌아보며 그래도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월급이라는 이름의 연료로 달리는 전차 같아요. 김우리는 독서실 한 칸만큼 작아진 세상에서 공시 준비를 하며 인생을 자기 나름의 속도로 걷는 중입니다. 



작품은 이 세 우리들의 이야기를 번갈아 땋아 내려가며 얼개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 위에 과하지 않을 만큼 달콤한 로맨스를 보기 좋게 얹습니다. 우리들의 스물아홉 인생에 등장한 세 남자. 그들은 일로 만난 사이로, 직원과 고객으로, 동료 알바생으로 시작해 우리들과 좋아하고 미워하고 응원하면서 우리들의 세계를 넓혀 나갑니다.



다들 뭐 대단한 이유 없이 산다- / 살라고 하는 일 하는 거 아니겠나 <17화. 영광에 대하여>



스물아홉의 세  우리가 사는 이야기는 왠지 정말 우리들의 사는 이야기 같습니다. 각자의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는 봉우리, 차우리, 김우리의 고민은 사실 우리가 매일 밤 스스로에게 묻는 그 질문이거든요. 친구들과 함께라면 같은 질문에 메아리 같은 대답뿐이더라도 이상하게 기운이 나곤 하죠. 나는 혼자가 아니고 내 질문은 외롭지 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만약 우리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면, 친구와의 대화 같은 이 작품을 읽어 보세요. 딸기 생크림 케이크처럼 적당히 퍽퍽하면서도 부드럽고 달콤해서 위로가 되는 맛입니다. 이 작품이 연재되는 동안 더 많은 우리들이 이 작품을 알게 돼서 외롭지 않은 잠을 청했으면 좋겠습니다. 



What 아홉수 우리들

When 이 고민, 나만 하는 걸까 싶을 때

Where 네이버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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