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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잔 Aug 09. 2020

불타는 드레스가 어울리는 여자

영화 <헝거 게임> 캣니스 에버딘


틈틈이 이번 호 뉴스레터에서는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물잔이 애정하는 영화 <헝거 게임>의 주인공 캣니스를 소개합니다.


캣니스 에버딘. 책이자 영화 <헝거 게임> 시리즈의 주인공입니다. 그가 사는 세계는 호화로운 수도 캐피톨과 그 아래의 비참한 식민지 13구역으로 이루어진 나라인데, 이곳엔 '헝거 게임'이라는 연례 행사가 있어요. 캐피톨은 매년 각 구역마다 '조공'으로 바쳐질 남녀 아이 한 명씩을 뽑아가 최후의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서바이벌 경기를 치르게 하죠. 캐피톨에는 신나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13개 구역에는 공포와 무력감 그리고 서로 간의 반목을 조장하는 잔인한 게임입니다. 헝거 게임의 제일 비인간적인 면은 가난하고 부양할 가족이 많은 사람일수록 조공인으로 뽑힐 확률이 크다는 것입니다. 무료 식량을 배급받을 때마다 조공인 추첨함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어야 하거든요.


가난한 홀어머니와 어린 여동생을 돌보는 캣니스도 올해 추첨함에 자신의 이름을 스무 장이나 넣었습니다. 과연 올해 '헝거 게임'의 불운은 캣니스를 피해갈 수 있을까요. 긴장한 캣니스의 귀에 들려오는 올해의 여자 조공인 이름 프림로즈 에버딘. 추첨함에 이름이 딱 한 장 들어있던, 그의 하나뿐인 어린 여동생입니다. 황망히 단상으로 올라가던 여동생을 지켜보던 캣니스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대신 가겠다고 소리치고 맙니다. 그렇게 그는 죽거나 죽이지 않으면 돌아올 수 없는 헝거 게임의 최초 자원자가 되어 마을을 떠납니다.



어떤 점이 좋아요?                                  

지금까지 이런 여자주인공은 없었다! 그저 동생을 구하기 위해 살인 게임에 자원하고, 살아남기 위해 그 게임 최고의 스타가 되고, 결국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혁명의 상징이 된 주인공. 이런 뜻하지 않은 혼란 속에서 캣니스는 적의와 연대, 가족과 사회, 개인의 욕망과 대의, (심지어 좋아하는 남자와 좋아하는 척해야 하는 남자 사이에서까지) 끝없이 고뇌하고 고민합니다. 그는 계속 문제에 부딪히고, 쉼없이 갈등하고, 자주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가끔은 그 결정이 치명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쉬운 길보단 옳은 길을 가고 유리한 차악보다는 불리한 최악에 맞서 싸우는 신념이 있는 여자. 이렇게 입체적이고 인간적인 주인공, 너무 멋지지 않나요!


그는 심지어 밀렵으로 다져진 출중한 활솜씨를 지녔고, (무려 날아가는 전투기를 맞춘다구요) 화룡점정으로 불타는 드레스가 무지 잘 어울립니다.


바로 그 불타는 드레스. 영화에 여러 가지 버전이 등장해요.


현실에서 내가 캣니스라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

캣니스의 세계관은 너무 익스트림해서 2020년 대한민국과는 왠지 잘 매치되지 않네요. 어려운 질문이에요! 여기선 그의 훌륭한 살상 능력을 써야 할 일은 아마 없겠죠.


하지만 캣니스는 하드 파워 말고도 엄청난 소프트 파워를 지닌 사람. 그가 극한의 헝거 게임에서 살아남은 건 단순히 최고의 활솜씨를 가졌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는 화살과 칼이 날아다니는 전쟁통에서도 사람의 진심을 알아보고 친구가 되고, 그 진정성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13개 구역 사람들의 마음에 불씨를 심습니다. 동시에 짜여진 판을 뒤집기 위해 사랑을 연기할 줄도 아는 지략가이기도 해요. 저도 캣니스같이 뜨거운 감성과 차가운 이성을 고루 갖추고, 그가 영화 속에서 프림로즈와 루를 지키려고 했던 것처럼 이 세상의 작고 어린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래요.


닮고 싶은 면, 닮고 싶지 않은 면이 있다면?

첫 번째는 뛰어난 활솜씨. 전 좀 뚝딱이라서요. 영화 장면 중, 트레이닝 룸에서 앞뒤로 달려드는 가상의 적을 앞뒤로 몸을 꺾어 가며 활로 명중시키는 장면이 나와요. 전 그 깔끔한 액션 씬이 너무 좋아요. 두 번째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 한 번은 캣니스가 카메라를 향해 독재에 항거하자고 외치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그게 사실은 캣니스 에버딘이 아니고 연기 중인 제니퍼 로렌스인걸 아는데도 왠지 감정이 마구 벅차오르면서 혁명에 동참하고 싶어지더라고요.


닮고 싶지 않은 면이 있다면... 그의 고민 많은 성격. 이미 피곤한 세상인데 우리 가끔은 생각을 내려놓고 살자구요.  


캣니스를 알고 나서 달라진 게 있다면?

앞서 말했지만 캣니스의 매력 중 하나는 허스키한 목소리. 가끔 살다가 화가 치밀어오를 땐 그가 세상 단호한 눈과 목소리로 등신들을 혼쭐내주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가끔 마음 속으로 활도 한두 발씩 날려 봅니다.) 대부분 그러면 화가 가라앉아요. 그가 나 대신 분노함으로써 나의 분노를 조절한다... 이런 느낌이죠...


또 하나 달라진 점은 제가 <헝거 게임> 이후로 액션 영화에 눈을 뜨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그 전까지 장르에 '액션'이 붙은 영화는 대개 한두 군데 정도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어서 진득하게 못 보는 편이었는데, 캣니스는 저랑 호오의 기준이 비슷한 편이라 친구에 빙의해서 영화를 재밌게 보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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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영화 <헝거 게임> 시리즈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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