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로 압축해 보았습니다
저에겐 다년간의 딴짓으로 다져진 정교한 사무실용 플레이리스트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한 구독자 님의 질문을 받고 그 플레이리스트의 기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저는 요즘,, 틀어 놓고 딴짓을 할 수 있는 컨텐츠와 집중해서 봐야하는 애들을 구분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님들의 기준도 궁금해요!ㅎㅎ
<딴짓하면서 본 콘텐츠>
제가 주로 딴짓할 때 트는 콘텐츠의 특징을 생각해 봤어요. 정리해보니 한 줄로 압축이 되더라고요. 멋진 외국어 라이브 음악! 나름대로 이유가 다 있답니다.
① 멋진
전 주로 회사에서 딴짓 콘텐츠를 봐요. 분위기가 자유로운 편이거든요. 보조 모니터에 음악 영상을 띄워 놓고 일하는데, 선곡에 상당히 신중한 편이죠. 회사는 밀실같은 광장이라서, 너무 유명한 영상을 틀면 좀 평범해 보이고. 그렇다고 나만 아는 아이돌 무대 영상을 틀어 놓기엔 좀 쑥스러우니까요. 지나가던 누군가가 ‘물잔 씨 뭐 들어요?’ 했을 때 멋진 척 소개할 수 있는 낯설지만 멋진 음악을 주로 들어요.
② 외국어
전 한국어 콘텐츠는 잘 흘려듣지 못해요. 어느 순간 홀린 듯이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주로 외국어 음악을 들어요. 또 가사를 다 외워 버린 노래보다는 초면인 노래를 많이 듣는데,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노래를 따라 부르게 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좋은 노래는 초면이어도, 일하면서 대충 들어도 기가 막히게 귀에 들어와 꽂히더라고요. 그런 곡들은 주섬주섬 따로 챙겨 놓는답니다.
③ 라이브 음악
딴짓을 할 때는 스튜디오에서 만진 음원보다 현장감이 살아 있는 라이브 음악을 들어요. 딴짓을 가능하게 하는 그 ‘틈’이 라이브 음악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라이브 쇼에서는 관객들과 인사도 나누고 안부도 묻고, 세션 소개도 하고 조율도 하고, 농담도 던져요. 음악과 음악 사이에 존재하는 정감 가는 틈 속에서 저는 잠시 딴 생각도 하고, 생각 정리도 하고, 번뜩 떠오르는 생각을 타이핑하기도 하죠. 이렇게 음악이 만든 틈에 저의 이모저모가 채워져야 비로소 딴짓이 완성됩니다.
그래서 제가 이번 주에 딴짓하면서 본 콘텐츠는요, 에밀리 킹의 라이브입니다. 에밀리 킹은 음악 앱을 배회하다 우연히 만난 미국 싱어송라이터예요. 그때도 노래를 듣고 눈이 번쩍 뜨였던 기억이 나네요. (내가 이런 노래를 지금까지 몰랐다고?) 그의 노래는 서두르지 않고 큰 보폭으로 멋들어지게 걷는 걸음 같아요. 노래가 가수를 닮아 여유롭고 소울풀하죠. 할 일이 산더미같이 쌓였을 때 들으면 왠지 노래 속도에 맞춰 숨을 고르고 페이스를 조절하게 됩니다.
뉴스레터에서는 공개하지 않았던, 저의 딴짓 플레이리스트를 브런치에 좀 더 소개해 볼게요.
NRP Music에서 만드는 Tiny Desk Concert는 말 그대로 작은 방에 데스크나 의자 등을 두고 옹기종기 모여 진행하는 라이브 콘서트예요. 콜드플레이, 두아 리파, BTS 등 여러 유명 가수들이 방문해서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30분 정도 이야기와 음악을 나누고 가지요. 그 중 저의 최애 영상은 앨리샤 키스 편이에요. 편안하게 두 갈래로 땋아 내린 머리, 그의 여유 있는 표정, 앨리샤와 눈 맞추며 노래하는 세션들에게서 느껴지는 우정과 신뢰의 눈빛까지... 지나치게 왁자지껄하지도, 그렇다고 심심하지도 않은 30분 분량의 라이브 쇼를 보고 있다 보면 왠지 제 마음까지 차분해져요.
우미(UMI) 의 라이브 쇼는 제목 그대로 요즘 세대의 쿨 걸 바이브가 딱 이런 걸까 싶은 영상이에요. 스튜디오에서 누군가는 세션 연주를 하고,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우미의 다양하게 변주된 목소리가 얹혀집니다. 중간중간 우미의 쿨하면서도 장난기 어린 모습이 감상 포인트. 우미는 이 외에도 햇빛 드는 창가에서, 녹음이 가득한 저녁 정원에서 등 다양한 콘셉트로 라이브 쇼를 열고 있으니 취향껏 구경해 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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