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타치 Feb 24. 2024

예쁘고 싶은 아이

너도? 나도!

유독 외모에 집착하는 송이는 모든 질문에 "예쁨'으로 답한다.

"바꾸고 싶은 게 있나요?"

"예쁘고 싶어요."

"방학 동안 뭘 하고 싶나요?"

"눈수술을 해서 예뻐지고 싶어요."


나도 외모에 집착했던 적이 있다. 안 되는 모든 이유를 외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아이가 있어서 고백을 하고 싶어도 외모 때문에 거절당할 것 같은 두려움이 컸다. 선생님에게 예쁨을 받고 싶은데 못생겨서 그럴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언제부턴가 빨간 것이 볼록볼록 올라오더니 이마와 코, 턱을 뒤덮어 버렸다. 구석도 아니고 얼굴의 정중앙이니 머리카락으로 가릴 수도 없었다. 거울 보기가 싫었다. 엄마도 사춘기 때 여드름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인지 마음을 잘 이해해 주었다. 유명하다는 피부과를 찾아다녔던 것 같다. 여드름이 청춘의 상징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아직도 여드름이 난다. 우유빛깔 피부를 가진 사람을 보면 여전히 부럽다.

pixabay

"넌 작고 귀여워. 게다가 호탕한 성격은 얼마나 좋다고." 오래 봐온 친구들은 이렇게 말해준다. 찰나엔 겉으로 보는 외모밖에 볼 수 없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 사람의 모든 모습이다. 철학자 로버트 노직(Robert Nozik)은 철학적 사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성찰하는 삶을 사는 것은 초상화를 그리는 일과 똑같다. 화가는 대상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그 사람이 하는 말, 다른 사람에 대한 행동 방식 등 가시적 표면이 보여주지 않는 것들을 알게 된다. 그럼으로써 세부적인 것들을 더하거나 강조하여 대상의 내면에 있는 것을 표면으로 끌어낼 수 있다."


송이에게 읽어주면 딱 좋을 그림책 <내 친구 커트니>를 꺼내 들었다. 개를 키우고 싶은 아이들이 부모를 졸라댄다. 부모님이 어떤 개를 골라야 하는지 얘기한다.

"좋은 개로 골라야 한다. 깨끗하고 잘생긴 개로 골라야 해, 알았지?"

개를 고르러 간 아이들은 이렇게 요구한다.

"아무도 안 데려가는, 그런 개는 없어요? 우리가 본 개들은요, 전부 우리말고도 데려갈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그렇게 선택된 커트니는 아무도 데려가지 않는 늙은 개였다. 부모님의 반응은 예상했던 바다.

"아니, 도대체 이게 뭐야? 좋은 개를 고르라고 했잖니? 이 개는 늙은 똥개잖아. 엄마 아빠가 말했지? 깨끗하고 잘생긴 개를 고르라고 말이야."

그런데 알고 보니 커트니는 재주가 많았다. 요리는 물론 바이올린 연주도 수준급에 아이도 잘 데리고 놀아준다. 청소, 잔디 깎기 등 집안 일도 척척 잘한다.


어쩌면 송이가 못생겨서 자신감이 없어진 것은 주변 사람들의 탓이 아닐까. 송이가 가지고 있는 많은 것 중에 외모만 보고 판단하는 누군가 때문일 것같다. 발표를 잘해서 수업분위기를 생동감 있게 만드는 학생이다.

pixabay

철학자 앙드레 기고는 "우리는 오직 다른 사람이 우리의 것으로 인정해 주는 장점들에 의해서만 존재한다."

라고 했다. 장점을 찾으려면 한 번 봐서는 알 수 없다. 여러 번 자주 볼 때 그 진가를 알아볼 수 있다. 송이가 발표를 안 하려는 분위기 속에서 먼저 발표를 하게 되면 한 명 두 명 뒤따라 손을 든다. 목소리도커서 속이 시원하다. 그동안 송이가 발표를 하면 엄지 손가락 하나만 세웠는데 이제는 양손의 엄지를 다 사용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드디어 목소리를 들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