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외모에 집착했던 적이 있다. 안 되는 모든 이유를 외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아이가 있어서 고백을 하고 싶어도 외모 때문에 거절당할 것 같은 두려움이 컸다. 선생님에게 예쁨을 받고 싶은데 못생겨서 그럴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언제부턴가 빨간 것이 볼록볼록 올라오더니 이마와 코, 턱을 뒤덮어 버렸다. 구석도아니고 얼굴의 정중앙이니 머리카락으로 가릴 수도 없었다.거울 보기가 싫었다. 엄마도 사춘기 때여드름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인지 내 마음을 잘 이해해 주었다.유명하다는 피부과를 다 찾아다녔던 것 같다.여드름이 청춘의 상징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아직도 여드름이 난다. 우유빛깔 피부를 가진 사람을 보면 여전히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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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작고 귀여워. 게다가 호탕한 성격은 얼마나 좋다고." 오래 봐온 친구들은 이렇게 말해준다. 찰나엔 겉으로 보는 외모밖에 볼 수 없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 사람의 모든 모습이다. 철학자 로버트 노직(Robert Nozik)은 철학적 사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성찰하는 삶을 사는 것은 초상화를 그리는 일과 똑같다. 화가는 대상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그 사람이 하는 말, 다른 사람에 대한 행동 방식 등 가시적 표면이 보여주지 않는 것들을 알게 된다. 그럼으로써 세부적인 것들을 더하거나 강조하여 대상의 내면에 있는 것을 표면으로 끌어낼 수 있다."
송이에게 읽어주면 딱 좋을 그림책 <내 친구 커트니>를 꺼내 들었다. 개를 키우고 싶은 아이들이 부모를 졸라댄다. 부모님이 어떤 개를 골라야 하는지 얘기한다.
"좋은 개로 골라야 한다. 깨끗하고 잘생긴 개로 골라야 해, 알았지?"
개를 고르러 간 아이들은 이렇게 요구한다.
"아무도 안 데려가는, 그런 개는 없어요? 우리가 본 개들은요, 전부 우리말고도 데려갈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그렇게 선택된 커트니는 아무도 데려가지 않는 늙은 개였다. 부모님의 반응은 예상했던 바다.
"아니, 도대체 이게 뭐야? 좋은 개를 고르라고 했잖니? 이 개는 늙은 똥개잖아. 엄마 아빠가 말했지? 깨끗하고 잘생긴 개를 고르라고 말이야."
그런데 알고 보니 커트니는 재주가 많았다. 요리는 물론 바이올린 연주도 수준급에 아이도 잘 데리고 놀아준다. 청소, 잔디 깎기 등 집안 일도 척척 잘한다.
어쩌면 송이가 못생겨서 자신감이 없어진 것은 주변 사람들의 탓이 아닐까. 송이가 가지고 있는 많은 것 중에 외모만 보고 판단하는 누군가 때문일 것같다. 발표를 잘해서 수업분위기를 생동감 있게 만드는 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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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앙드레 기고는 "우리는 오직 다른 사람이 우리의 것으로 인정해 주는 장점들에 의해서만 존재한다."
라고 했다. 장점을 찾으려면 한 번 봐서는 알 수 없다. 여러 번 자주 볼 때 그 진가를 알아볼 수 있다. 송이가 발표를 안 하려는 분위기 속에서 먼저 발표를 하게 되면 한 명 두 명 뒤따라 손을 든다. 목소리도커서 속이 시원하다. 그동안 송이가 발표를 하면 엄지 손가락 하나만 세웠는데 이제는 양손의 엄지를 다 사용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