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처럼 찾아와 사라진 나의 아이에게(15)
수술 당일.
생각보다 마음은 덤덤했다.
동의서 작성을 위한 진료가 있었다.
어떤 수술이고, 부작용은 어떻게 있고,
수술 후 회복은 얼마가 걸리고....
아,
진짜구나.
어디 도망가지도 못하고 그저 사실을 받아들일 것을
강요당하는 기분이었다.
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수술장으로 올라갔다.
아주 잔인하게도 수술장 바로 앞은 신생아실이었다.
여기는 분만 병원이고
한층 더 위인 분만실과, 내가 갈 수술장에서
자연분만과, 제왕절개로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었다.
분명 아까까진 덤덤했는데.
발밑이 흔들리는 기분이 들었다.
급히 남편에게 휴지 좀 사 오라고 했다.
눈물이 위험수위까지 차오르고 있었다.
잔인함은 끝나지 않았다.
앞 수술일정들이 있어 조금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곧 있으면 뱃속의 모든 걸 떠나보내야 하는 나는
세상을 향해 존재를 피력하는 울음을 터트리는
아기들을 그저 바라만 보아야 했다.
신생아실 앞에는 아기들의 부모들이 자신의 아기들을 향해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아, 정말 잔인하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이름이 호명되었다.
남편이 걱정 어린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괜찮아, 잘하고 올게.]
씩씩한척 홀로 수술장에 들어섰다.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수액을 달기 위해 바늘을 꽂았고 잠시 누워 있었다.
누워 있는 동안 몇 명의 아기들이 태어났다.
아, 정말 잔인하다.
차례가 되어 수술장으로 이동했다.
마주하는 천정의 빛이 참 밝기만 했다.
눈물이 자꾸만 났다.
진짜진짜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진정 중에 움직임이 있을 수 있어 몸과 다리를 묶는다고 했다.
마취과 선생님이 먼저 들어왔다.
진정제가 투여되는지 눈앞이 흔들리고
정신이 저 멀리 흩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 사이
옆방에서 또 다른 아기가 태어나 우는 소리가 났다.
갑자기 두려워졌다.
잠시 멈출 순 없나?
아직 아기를 떠나보낼 준비가 안된 것 같은데.
아기야 떠나지 마 제발....
집도의가 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던 것 같고
눈물은 둑을 타고 넘쳤으며
나는 그렇게 의식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