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꿈

꿈처럼 찾아와 사라진 나의 아이에게(16)

by 생각많은인프제

배가 너무 아팠다.

눈꺼풀이 아직 많이 무거웠지만 눈을 떠야 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쥐어짜듯 손을 들었다.


[저기요.... 배가 너무 아파요.]


[배가 아픈 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혹시 통증이 날카롭게 지속되는 느낌이면

다시 얘기해 주세요.]


아....

이런 걸 바라고 얘기한건 아니었는데.

온찜질이라도 해주는 줄 알았지.

진통제도 안 놔주는 거였구나.


평소 생리할 때도 생리통이 심한 편은 아니었어서

배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매우 생경했다.

따뜻한 것 좀 배에 올려두고 싶단 생각이 간절했다.


머리 위의 모니터가 시끄럽다.

아직 깨어난 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맥박이 매우 느리다.

50회를 간신히 넘기고 있다.

산소포화도 수치도 쉽게 오르지 않는다.

90~92%


간호사 선생님이 다가와 어깨를 두드린다.


[정신이 드세요??? 숨 크게 쉬세요!!! 심호흡!!!!]


숨을 쉰다고 쉬는데

얕은 숨만 쉬어질 뿐이다.

몽롱한 정신에 숨 쉬는 게 귀찮게 다가온다.


한 세 번쯤 반복한 후에 정신이 조금씩 깨며

산소포화도가 오른다.


[맞은편 일반 침대로 옮겨갈게요.

지금 일어나시면 출혈이 있을 수 있어서

패드 드릴 테니까

속옷 위에 패드 올리고 입으시면 되세요.

일반 침대로 옮겨가시면 영양수액 놔드릴게요.]


이동식 침대가 원래 이렇게 높았었나.

속이 메스껍고 어지럽다.

안내를 해주던 간호사가 부축을 해준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영양제가 똑똑 떨어지고 있다.


아,

다 끝났구나.


정신이 돌아오니 주변에서 나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기가 태어나고 있었다.

손가락 발가락 개수를 확인해 주는 간호사의

말소리가 들린다.


아,

나 유산했지.


눈물이 다시 둑을 타고 범람한다.

조용히 숨죽여 눈물을 흘린다.


내가 임신을 했었다는 게 꿈인 것만 같았다.

현실감이 없었다.

회복실에 누워 있는 이 순간도 매우 비현실적이었다.


사실 이건 다 꿈이 아닐까.

한숨 자고 일어나면 그냥 없던 일이 되는 게 아닐까.


도망치고 싶었다.

받아들여야만 하는 사실임을 너무 잘 알지만

받아들이고 싶지가 않았다.


흘러넘친 눈물에 온몸이 젖었다.

그냥 어서 집에 가서 따뜻한 이불을 덮고

잠들고 싶었다.

외로이 홀로 누워 슬픔을 견뎌야 하는 이 시간이

살아도 산 게 아닌 죽음보다 더 한 고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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