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꿈

꿈처럼 찾아와 사라진 나의 아이에게(19)

by 생각많은인프제

비행장 옆엔 도구실이 있어. 도구실에는 연습생들의 이름이 적힌 바람병들이 줄지어 있지. 그래서 도구실에 들어가면 바람병들이 부딪히면서‘챙~’하는 소리가 나. 비행 연습이 끝나면 연습 지도 한 귀퉁이에 선생님이 등불 모양의 도장을 찍어주고, 그날의 바람을 뭉쳐서 병 안에 하나씩 넣어줘.


“오늘도 연습 열심히 했네. 여기, 오늘의 바람구슬.”


아직 마르지 않은 도장의 잉크 냄새가 코끝에 맴도는 것 같아. 바람병에 귀를 대면 구슬들이 병 안에서 굴러다니는 소리가 나. 그 소리가 듣기가 좋아서 항상 연습이 끝나면 한참을 소리를 듣곤 해.


이렇게 모은 구슬은 안내자님께 날아가는 길이 지치고 힘들 때마다 하나씩 꺼내면 안내자님이 계시는 방향으로 바람이 불어 도와준대. 지구에서 안내자님이 보내는 편지를 받는 날은 연습생들마다 제각각이야. 병 하나를 넘치게 구슬을 모아도 편지를 못 받기도 하고, 반을 채우지도 않았지만 편지를 받고 날아가는 친구들도 있어. 편지가 도착한 걸 어떻게 아냐고? 안내자님께 오는 편지는 너무 특별해서 편지가 도착하면 우체통이 알록달록하게 변하거든.


우리 학교에서 제일 많은 바람구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야. 그리고 여기 내 친구 모모도 나와 같이 바람구슬이 정말 많아. 세어 본 적은 없지만 비행장 한쪽 벽면이 나와 모모의 바람병으로 쌓여 있으니까 둘이 비슷할 거야.


모모는 예쁜 날개를 가지고 있는데 항상 한쪽 날개가 느리게 펴져서 매번 기우뚱하게 날다가 떨어지곤 해. 그래서 항상 누가 먼저 떨어지나 내기하기도 하고, 조금 오래 나는 날은 같이 신나하기도 해.


오늘은 모모가 먼저 떨어졌어. 속상한데 웃음이 자꾸 나. 하지만 너무 크게 웃으면 모모가 서운해하겠지? 웃음이 새어 나가지 않게 입술을 꽉 깨물어야겠어.


“우리 모아 둔 바람구슬도 많은데, 오늘 하나만 꺼내 써볼까? 그러면 조금 더 오래 날 수 있을 것 같아.”

“안내자님을 만날 때 쓰려고 모아 둔 건데... 그럼, 하나만 써볼까?”

매번 새롭게 떨어지고 나면 속상하긴 하지만, 좋은 안내자님을 만나려고 이렇게나 많이 바람구슬을 모으고 있는 거라고 서로 용기를 주곤 해. 다음 비행은 성공하길 바라며 서로의 날개를 확인해 주는 것도 빼먹을 수 없지.


“루미야, 우리는 언제쯤 안내자님께 날아갈 수 있을까?”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그건 아무도 모른대. 하지만 안내자님은 항상 사랑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그러셨어. 그렇기 때문에 매일매일 서툴지만 계속 연습을 해야 하는 거래.”

“나는 구름처럼 퐁신퐁신하고 몽글몽글한 안내자님께 가고 싶어.”

“나는 털이 많은 안내자님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 날개도 풍성해지지 않을까?”

“루미 너는 정말 엉뚱하다니까.”

“그런가? 히히. 우리 그럼 내일도 만나서 같이 연습하자.”


톡, 톡.

손등으로 한번, 손바닥으로 또 한 번.

이건 우리만 아는 의식 같은 거야.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비행을 응원하는 거지.


“루미야, 내일은 더 잘 날 수 있을 거야!”

“응! 너도 오늘보다 더 멋지게 날 거야. 잘 가.”

그날 밤, 우리는 각자의 비행일지를 적었다.


[오늘의 비행일지

오늘의 장면: 모모와의 톡, 톡.

오늘의 문장: 오늘보다 멋지게 나는 내일.]

[오늘의 비행일지

오늘의 장면: 루미와의 톡, 톡.

오늘의 문장: 다음 비행은 성공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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