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공림의 '비추는 기쁨'을 읽고
처음 브런치에서 공림 작가의 글을 마주했던 날이 떠오른다. 일상의 한 장면을 옮겼을 뿐인데, 읽을수록 은근하고 깊은 맛이 배어 있었다.
시장에서 호떡을 사 들고 버스를 탔던 이야기였다. 본의 아니게 달콤한 냄새를 맡게 된 앞 좌석 아이가 말했다.
"엄마, 어디서 맛있는 냄새가 나."
글 속의 그는 괜히 검은 봉지를 더 꼭 끌어안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고 했다. 그 모습만으로도 재미있었는데,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이가 엄마 소매를 다시 잡아당기자 결국 봉지를 살짝 열어 호떡 한 봉지를 건넸다. '뭐, 괜찮다. 오늘은 넉넉하게 샀으니까.' 하면서.
문장을 읽는 동안 어느새 내 앞에도 달달한 흑설탕 냄새가 스며드는 듯했다. 시장 풍경이나 카메라 수리 이야기보다도 그 장면이 오래 남았다. 글로 펼쳐 보인 일상의 따스한 기운과 작가의 마음씨가 저절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 무렵 나는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혼자 감탄하기만 하던 사람이었다. '라이킷'이 나의 거의 유일한 표현이었고, 누군가에게 조심스레 말이나 마음을 건네는 일조차 어색했다. 그때 그의 글을 읽은 후 용기를 내 짧은 댓글을 남겼다. 놀랍게도 다정한 답장이 돌아왔고, 그날 이후 우리는 댓글로 소감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브런치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 얼굴도 모르고, 어느 도시에서 하루를 보내는지도 모르지만, 서로의 글을 차근히 읽어 주는 사이. 느낀 점을 남기고 싶어 단어 하나까지 들여다보게 되면서 그의 취미와 삶의 결도 조금씩 보였다. 흙과 나무를 좋아해서 도자기와 가구를 만드는 일상도 그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책을 냈다는 소식은 유난히 반가웠다. 마치 내 일처럼 기뻤고, 망설임 없이 주문 버튼을 눌렀다. 한정판 책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택배 상자를 뜯기도 전에 이미 마음이 들떴다.
책 제목은 『비추는 기쁨』. 브런치에서 이미 '따뜻한 시선을 가진 작가'라는 인상을 받았지만, 책은 그보다 더 깊었다. 오래 품어 온 생각을 이미지로 풀어내고, 그 마음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이 있어 삶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이 또렷하게 전해졌다.
공림 작가의 글에는 걷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동네를 산책하고, 가까운 산을 오르고, 길에서 만나는 나무와 작은 돌멩이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는다. 그런 태도 덕분인지, 자연과 사람을 대하는 마음도 늘 넉넉하게 느껴졌다.
그의 책은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그저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 같다. 읽고 나서 기억하지 못해도, 메모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편안함이 있다. 그런 기운은 누군가 옆에 있을 때 생기는 작은 용기와도 닮았다.
그의 글은 내게도 그렇게 조용히 스며들었다. 그런데 마음을 움직인 것은 글뿐만이 아니었다. 가끔 내 글 아래 남겨 두는 짧은 말들.
"작가님 글을 다시 읽었어요."
"이런 글, 정말 매력적입니다."
그런 말 한 줄이면 그날의 온도가 달라졌다. 글벗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브런치는 세상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응원이 되었다. 글쓰기가 때때로 외롭더라도, 어딘가에서 내 문장을 읽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존재감. 그 관심이 글쓰기의 끈을 다시 잡게 만들어 주었다.
『비추는 기쁨』은 어디를 펼쳐도 좋다. 바쁜 일상을 사는 이 모두에게 다정하다. 특별히 강조하지 않는데 기억에 남고, 묻지 않는데 답을 찾게 한다. 읽으며 문득 생각했다. 좋은 글이라는 건 거창한 이야기보다, 호떡 한 봉지를 건네는 마음 같은 게 아닐까.
"괜찮다, 넉넉하게 샀으니까."
그 말 속의 여유와 따뜻함. 공림 작가의 글도, 그의 책도 내게 그런 마음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