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밤, 무엇을 보았을까

by 은진

화요일은 하타요가를 하는 날이다. 시작한 지 이제 겨우 한 달. 온몸은 땀으로 젖고 허리마저 뻐근하지만, 마음만은 더없이 상쾌하다.


풀린 다리를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휴대폰을 보니 어느새 밤 10시였다. 이사한 지 1년이 채 안 된 동네의 밤거리는 여전히 낯설다. 휑한 골목을 홀로 걷는 날이면 슬그머니 무서움이 밀려와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지곤 한다.


멀리 익숙한 건물이 눈에 들어오자 굳었던 어깨가 그제야 풀린다. 아파트 숲 사이로 낮게 뜬 둥근달이 마중이라도 나온 듯 골목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때, 건물 사이로 무언가 휙 지나갔다.


분명히 봤다.

아파트 사이 좁은 틈을 순식간에 가로질러 날아가는 형체를.


저게 뭐지?


눈을 크게 뜨고 살폈지만, 골목에는 둥근달만 고요히 남아 있었다. 내가 잘못 본 걸까. 유성이 옆으로 떨어지기도 하나. 아니면 정말 누군가 밤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간 걸까.


풀리지 않는 의문을 품은 채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영화에서나 보던 괴생명체와 그들의 비행선이 떠올랐다. UFO는 실재한다고 믿는 사람들의 말도 스쳤다. 그런데 자꾸 개구리들이 생각났다.

오늘이 화요일 이어서일까. 연잎을 타고 밤하늘을 날아다니던 그 개구리들. 그림책 『이상한 화요일』 속 장면이었다.


책은 아이들에게 읽어줄 것을 고르다가 만났다. 글밥이 거의 없어 편했다. 화요일 저녁 8시쯤, 밤 11시 21분, 새벽 4시 38분, 다음 주 화요일 저녁 7시 58. 이렇게 번의 시각이 내용의 전부다. 그런데 아이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늘 뜨거웠다. 날아다니는 개구리를 보자마자 다들 눈을 반짝였다.


"나도 저 연잎을 타고 싶어요!"

"밤하늘을 날면 어떤 기분일까?"


아무 망설임 없이 순수하게 비행을 꿈꾸던 그 얼굴들. 저 가볍고 당연한 꿈을, 나는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조금 부러웠다.



나는 마법을 믿지 않는 쪽이다. 마법 같은 건 영화 속 이야기고, 하늘을 나는 건 비행기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언제부터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그냥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요가를 마친 화요일 밤, 나는 다시 상상의 세계로 진입하고 있었다. 잊고 지내던 동심을 이 책이 살며시 꺼내 준 것 같다.

그동안 나에게 밤골목이란, 빨리 통과해야 할 터널 같은 것이었다. 발소리가 뒤에서 들리면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꼭 쥐었다. 가로등 불빛이 끊기는 구간에서는 숨을 참고 걸었다. 어둠을 빨리 벗어나고자 요가가 끝나면 늘 서둘러 집으로 도망치듯 돌아왔다.

그런데 『이상한 화요일』 속 개구리들에게 그 어둠은 달랐다. 불이 꺼진 마을 위로 연잎이 조용히 떠오르고, 개구리들은 아무도 없는 밤하늘을 자기 것처럼 가로질렀다. 밤은 공포가 아니라, 가장 자유롭게 날 수 있는 무대였다.


나는 밤 11시 21분의 색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새벽 4시 38분의 하늘도 직접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내가 잠든 사이에도 세상은 계속해서 옷을 갈아입고 있을 것이다. 남색에서 감청색으로, 다시 깊은 청회색으로, 그리고 내가 이름도 모르는 색으로 변한다.


다음 화요일 밤에는 집으로 향하는 골목을 조금 더 천천히 걸어볼 생각이다. 서두르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을 것 같다. 고개를 들어 달을 보고, 건물 사이를 지나는 바람을 가만히 느껴보고 싶다.

혹시 모를 일이다.

내가 닫아걸었던 상상의 틈새로, 연잎을 탄 개구리 한 마리가 다시 한번 휙 지나갈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