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검진
그림 : 윌리엄 호가스
분류 : 그림으로 읽는 막장 소설
제목 : 결혼 세태(Marriage a-la-Mode)(총 6화)
배경 : 18세기 런던
등장인물 : 스퀀더필드 자작, 돌팔이 의사, 포주, 어린 매춘부
3화 : 검진 (The Inspection)
스퀀더필드 자작은 병원을 찾았다. 자주 찾던 사창가의 포주가 소개한 곳이다. 병원에는 이상한 물건들로 꽉 차 있다. 포주 말로는 이곳이 매독 치료에 영험한 곳이라고 해서 찾은 것이다. 의사는 면도도 하지 않고 지저분한 느낌이다. 인상까지 험상궂은 게 믿음이 가지 않는다.
자작은 평소 답지 않게 병원 내부를 찬찬히 돌아본다. 벽장에는 약을 담아둔 항아리들이 빼곡히 들어 있다. 벽장 꼭대기에 박제한 늑대 머리가 입을 벌려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보고 있다. 벽장 옆에 그림 두 점 밑에는 미라 두 구가 보이는데 의사도 당시 유행하던 이집트 유물 수집가인가 보다.
일각고래의 뿔이 가운데 벽장 옆에 길고 삐죽하게 나와 있다. 고래의 뿔은 고급 수집물인데 이것은 고대부터 남근의 상징물로 여겨지던 것이다. '나도 저것 좀 구해봐야겠군' 자작은 생각한다.
벽장 위에 약상자들이 쌓여 있다. 환자의 몸에서 피를 뽑아 치료할 때 피를 받아 내던 타원형 대야가 보인다.
'환자를 치료하기는 하나 보군' 하고 자작은 생각한다. 그 옆 호리병은 환자의 소변을 받는 유리병이다. 커다란 석고상 뒤에는 대퇴골이 걸려 있다. 삼발이 옆에 생선뼈처럼 생긴 빗이 보인다. 그 옆에 붉은 자코뱅 모자가 보이고 짝이 아닌 듯한 신발 두 짝과 박차 그리고 방패와 칼까지 보인다. 벽장 안에는 해골과 방부처리된 인체가 서 있고 그 옆에는 석고로 만든 두 상 위에 가발이 얹혀 있다. 정리되지 않고 물건들이 뒤죽박죽 늘어져 있는 꼴이 영 믿음이 가지 않는다. 천정에는 박제한 악어가 걸려 있고 타조알이 전등처럼 매달려 있다.
"여기 있는 이 검은 기계는 무엇이요?"
의사는 자랑스럽게 말한다.
"탈구된 어깨를 맞춰주는 기계죠. 가끔 이걸로 와인 코르크를 뽑기도 합니다."
"다목적으로 쓰이는군요."
자작은 책에 쓰여 있는 Inspected and approved by the Royal Academy at Paris를 읽는다.
'아니 이런 기계를 파리왕립아카데미가 감수하고 승인했다고?'
'역시 프랑스 사람들은 무식하고 전문성도 없나 보군' 하고 생각한다. 자작도 은근히 프랑스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나름 꼼꼼히 둘러본 자작은 의사가 닥치는 대로 사들이는 수집광이라고 결론 내린다.
그러나 이 의사는 돌팔이 의사다. 이 의사는 포주와 한통속이다. 포주는 문제가 있을 때마다 돌팔이의사에게 손님을 대고 있다. 소문에 의하면 자작 옆에 서 있는 어린 매춘 소녀의 아버지가 돌팔이 의사라는 말도 있다.
어딘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잘생긴 자작님께서는 무슨 일로 오셨나요?"
자작은 약상자를 보여주며 "이 약이 효과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좀 봐주시오."라고 말한다. 수은으로 만든 알약이 들어 있다.
의사는 "그건 요즘 잘 안 써요. 제가 특별히 자작님께 좋은 것으로 드릴게요."
자작은 우울할 법도 한데 그 어느 때보다 표정이 밝다. 걱정 가득한 속내를 감추기 위해 더 억지웃음을 짓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기 아가씨도 좀 봐주시오"
자작 옆에는 어린 매춘부가 두려움에 떨며 서 있다. 물집이 터진 입가를 손수건으로 닦아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매독 초기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자작은 자기 때문에 감염됐다고 생각하고 데리고 온 것이다. 소녀의 손에도 자작의 것과 같은 매독 치료통이 들려 있다. 자작 때문에 어린 매춘부가 매독에 걸렸다며 포주는 분노에 찬 얼굴로 자작을 째려보고 있다.
"자작님 어떻게 책임지실 거예요? 이 아이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 아인데, 자작님 때문에 난 망했어요."
포주도 자작과 마찬가지로 얼굴에 검은 점들이 있다. 심한 매독에 걸린 사람들은 몸에 검은 점이 생긴다. 사실 어린 매춘부는 포주의 딸이며 이미 다른 곳에서 매독에 걸렸지만 포주는 자작에게 그 책임을 물리고 한몫 크게 챙기려고 하고 있다. 자작이 제대로 보상해 주지 않으면 칼부림이라도 할지 모른다. 이미 그녀는 접이식 주머니칼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의 운명을 예견하기라도 하듯 해골이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