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1호 독자님

오늘 생각 4

by 은진

가족에게는 모든 것을 보여줘도 될 것 같지만, 막상 새로운 시도를 할 때 가장 떨리는 시선으로 반응을 살피게 하는 것 역시 가족이다.


특히 아이 앞에서는 뭐든지 잘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발동된다.


아이가 자라며 엄마보다 잘하는 것이 자연스레 하나 둘 늘어가니 마음이 급하다.


우습지만 사실이다.

이제 중학생인 아이의 한 마디가 뭐라고, 그리도 신경이 쓰이는 거다.




오늘 있었던 일이다.

나란히 성당에 가는 길이었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던 아이가 갑자기 내 휴대폰을 채간다.

브런치를 열더니만 어제 쓴 글을 읽기 시작했다.

기쁘면서 떨린다.

설마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게 긴장인가?


스스로의 반응에 자존심이 상하려는 찰나, 옆에서 프흐흐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맞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맞는 것 같.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솟았던 어깨가 스르르 내려갔으니 말이다.


재밌냐고 물으니 그는 크게 호응해 주며 공감의 말을 쏟아냈다.


'삼촌한테는 비밀이야(동생이 잠시 등장하는 글이다.), 삼촌이 알면 화낼지도 몰라' 하고 단속을 했다.

신이 나는 표정을 들키지 않게 꿈틀거리는 안면 근육들을 살포시 진정시키며 감상평을 계속해서 유도했다.


듣고 또 듣고, 계속 듣고 싶었다.

머리가 자라기 시작한 청소년 아이에게 듣는 칭찬이란 그런 것이었다.


"엄마, 글 잘 쓴다, 작가 같아. 부럽다."


아... 저녁 공기는 또 왜 이리 상쾌하단 말인가!


진실의 주둥이, 내 1호 독자, 내 베프가 해 준 소중한 칭찬이 오늘도 움츠러들려는 나를 벌떡 일어나 춤추게 했다.



엄마 글 쓴다고 자랑해야겠다.



맙소사... 정타다.

더 이상 기쁨의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입꼬리가 제멋대로 올라갔다.




나는 자랑스러운 엄마다.
나는 내 1호 독자의 자랑스러운 작가다.















작가의 이전글쓰기가 정말 싫었습니다만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