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찰 아저씨가 물었다.
Estella
의도적으로 불편한 것을 선택하지 않으면 경험하기 어려운 공간과 시간들이 있다. 파리를 통해 생장으로 들어와 스페인 길을 걷기 시작한 지 5일째이다. 예상한 것보다 더 잠을 못 자서 피곤하다. 거기에 '비'라는 복병을 피하는가 싶었더니 이번엔 태양이다. 팔이 벌겋게 달아올라 가방을 멜 때마다 쓰리다.
6년 전에 비해서 한국사람들이 더 많이 보인다. 다른 나라 순례자들 입에서 ‘꼬레아노’라는 말을 자주 들리는 것을 보니 그들 눈에도 한국인이 많이 보이나 보다.
Los Arcos to Logrono
제법 긴 길을 걸은 하루다.
걷는 속도가 비슷한 미국 경찰 출신 아저씨랑 이런저런 얘기가 시작됐다.
얼마 전에 남북 1차 정상회담 뉴스를 보았다며 김정은에 대해 묻는다. (당시는 2018년 남북정상회담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았다.)
"너는 김정은하고 트럼프하고 둘 중에 누가 더 스마트해 보이니?"
아저씨 말에 웃음이 빵 터졌다.
"그건 모르겠는데요. 하지만 김정은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스마트해 보여요. 남한과 북한은 같은 언어를 쓰거든요. 그래서 이번 만남에서 그가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는데 위트도 있고 언변이 좋더라고요."
그래? 그럼 통일이 될 것 같니?
"음… 통일이 되면 좋겠어요."
아저씨는 통일은 그렇게 희망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독일이 겪은 진통을 보면 통일에 대한 낙관론은 조심해야 한다고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다
이런 대화를 나눠본 경험이 없었다. 내 친구들과도.
나는 북한에 고향이 있는 노인들만 생각해서라도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만약 그렇게 되기 어렵다면 적어도 그들의 왕래는 언제든지 가능할 수 있도록 방법을 마련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준비를 잘했으면 좋겠어요. 아저씨 말대로 독일로부터 배울 것이 많겠죠. 그리고 독일이 합쳐지면서 많은 어려운 일이 있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독일이 과거로 되돌아가길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말하면서 나의 생각을 알았다. 뭐 이런 일이 다 있지. 오늘 일면식을 한 사람과 통일에 대한 수다라니.
나의 대답 이후에 아저씨는 더 이상 말을 잇지는 않았다. 대신 나의 스틱을 보며 말씀하셨다.
"너 스틱 줄 잘못 잡았다. 그렇게 잡으면 팔목만 아파."
"진짜요?"
"괜찮다면 내가 방법을 알려줄까?"
"고맙습니다."
아저씨는 스틱 줄을 풀어서 내가 감싼 반대방향으로 다시 감싸주었다.
나는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두서없이 대답을 했다. 어린 시절, KBS 이산가족상봉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렇게 수십 년이 지나서 내 의견으로 나올지는 몰랐다.
걷다가 쉬는 지점이 우연히 겹친 태국 할머니가 내가 한국인인걸 알고는 바로 이런 질문을 하셨다.
남한 사람들은 북한 때문에 불안하지 않아? 너희는 북한에 갈 수 있니?
We feel nervous when there are nuclear issues but they are rare. Ummm I think we usually don’t realize that South and North Korea are separated.
핵 이슈가 있을 때는 긴장하지만 그런 일은 드물고요. 내 생각에 우리는 남한과 북한이 분단된 것을 인식하지 않는 거 같아요.
We can't go to North Korea, and North Koreans are not allowed to leave their country.
우리는 북한에 갈 수 없고 북한 사람들은 나라를 떠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아요.
한국과 북한에 대해 관심이 많냐고 물었더니, '온통 니들 뉴스밖에 없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브라질에서 온 레오는 엄마가 몇 년 전부터 산티아고를 가고 싶다고 해서 함께 왔다고 했다. 레오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묻는다. 지금 감옥에 있다고 했더니 자기네 전 대통령도 감옥에 있단다. 브라질 정치에 대해 잘 몰라서 애매하게 웃었다. 그나저나 한국 정치가 언제부터 이렇게 이슈였나.
국내보다 국외가 남북한의 관계가 더 관심 있게 보는 것 같아 우리 앱에 북한 관련 에피소드를 넣자고 의견을 냈었다. 그걸 실감한 날이다. 여행에서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친구들을 만나면 얘기가 한층 깊어지는 것 같다. 영어의 숙련 여부와 상관없이 생각을 나누게 되는 것 같다. 대화가 끝나고 혼자 걸어가는 동안에는 내 생각을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다.
3시가 넘어서 알베르게에 도착하니 낯익은 얼굴들이 기다린다. 와인이 유명한 도시에 먼저 도착한 오우가 화이트 와인을 준비해두고 있었다.
***
한 참 시간이 흐른 후 넷플릭스에서 '위기의 민주주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레오 생각을 했다. 그의 나라도 반반으로 분열되어 고통받고 있는 듯했다. 레오가 어느 반쪽에 서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때 잘 모른다고 애매하게 웃지 말고 물어볼걸.
어른의 영어 > About Korea 2 > 실제 에피소드
Korea has been divided into North and South Korea since 1950.
You might think South Korea is dangerous to live in or travel, but people in South Korea don't feel that way. We don't usually realize that we are divided.
We feel nervous when there are nuclear issues but they are rare. We also know that North Korea is saying it to scare us.
As you know, North Koreans are not allowed to leave the country. We find it weird when someone asks us if we are from South Korea or North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