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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사자 Sep 26. 2021

내친구, 명례

잘 지내고 있지

겨우 작업을 끝내고, 급하게 진행을 요청하는 통화와 메시지가 오갔다. 눈이 피로해 눈을 감고 있자니 갑자기 옛날 친구 명례가 떠올랐다. 보고 싶은 내 친구.


내 친구 명례는 예쁘장한 얼굴에 여드름이 고민인 착한 친구였다. 순하고 순한데... 우리 또래의 엄마들보다 늙은 자신의 엄마에게 자주 화를 냈다. 어머니는 우리에겐 호랑이같이 무서운 분이었는데 이 막내딸에게는 늘 쩔쩔맸다.


우리는 명례네 아파트 현관에서 돌 공기놀이를 하다가 바닥을 더럽힌다는 이유로 자주 혼이 났다. 혼이 나면 우리 현관으로 옮겨 돌 공기놀이를 이어갔다.


명례의 언니 ‘봉례’ 언니는 친하지는 않았는데 명레보다 더 순해 보였다. 언니랑은 놀 기회가 없었다.  늘 기억에 남는 잔상은 명례랑 같이 등교하는 길에  학교를 그만둔 언니가 놀이터에서 등을 돌리고 앉아 마이마이로 음악을 듣는 모습이다. 꾸부정하게 음악을 듣고 있던 뒷모습.


명례랑 나는 싸운 기억이 없다. 명례가 순하고 순해서였다. 그 시절 내 친구 명례는 나에게 하염없이 뭔가를 베풀었다.  나의 생일이었다. 이미 생일 선물을 준 명례는 더 주고 싶은 것이 있다고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했다. 집앞에서 봉례 언니의 죽음 소식을 들었다. 호랑이 갔던 친구의 어머니는 허수아비처럼  계속 휘청거렸다. 나는 어머님이 넘어져 다칠까 봐 겁이 났다. 순하고 순한 명례는  00 같은 년... 이란 욕을 수 없이 반복했다.


내가 왜 그 자리까지 함께 갔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큰오빠와 다른 가족이 도착하기 전에 명례랑 어머니랑 봉례 언니에게 갔다. 그 이후 그 가족은 많이 바뀌었다. 어머님은 더 이상 호랑이가 아니었고, 그 무렵 명례의 표정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명례가 이사를 가고 우리는 자주 보지 못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올림픽공원 근처에서 한 번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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