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믹스튜디오 지혜 / Editor.궁화
「이라 쓰고 손재주라 읽는다.」
어찌 마음 한구석 품고 살던 자존감을 이제는 뻔뻔하게 드러내는 것 같은 요즘.
나의 공간 이야기는 영원하겠지만 로컬 에디터 시즌1은 이 글로 막을 내린다.
그 마지막을 장식할 공간은 바로, 매끈거리는 차가운 촉감과 뜨끈함을 넘어선 뜨거운 기다림이 공존하는 도예공방, ‘세라믹 스튜디오 지혜’다.
참 이상하게도 그렇다. 사적인 내 취향을 담으려면 용감하게 혼자 도전해봐야 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간 글을 써오면서 마음속에만 저장했던 내 취향은 ‘함께’가 되면서 비로소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애써 찾으려 노력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떠오른 공간과 도전해 보고 싶었던 공방들.
그게 내 취향일 거라 확신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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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예상은 언제나 적중한다.’
꽤 어린 시절부터 내 취향은 확고했다. 어른들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은 내가 이모를 닮아 손재주가 좋다는 것. 그 때문인지 나는 무엇이든 손을 사용하는 일이면 다 재밌다고 느꼈었다. 그러나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친구들은 없었고, 그렇다고 공방을 다녀보기엔 청소년의 나에게 높은 장벽이 있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 한 번씩 새로운 공방에 다녀봤다. 그것도 겨우. 그러다 보니 공방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져만 갔고, ‘익산에는 체험할만한 공방이 없는 걸까?’하고 생각하던 차에 ‘로컬 에디터’를 만나게 된 것이다.
혼자가 아닌 결이 비슷한 이들과 함께하는 순간, 어떠한 선택을 할 때 부스터를 단 것 마냥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 심리적인 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그냥 재밌었다. 모든 곳이.
익산 외곽으로 나가야 있을 줄 알았던 도예공방. 이 또한 팀원이 제공해준 정보가 아니었다면 나는 쭉 몰랐을지도. 파랗고 하얗고 나무들이 있는, 주절주절 늘여놓는 딱 ‘내 취향’. 그게 세라믹 스튜디오 지혜와 만난 궁화의 기대감이었다.
쭈뼛거리며 기다리다 드디어 앞치마를 입었을 때, 사실 무얼 만들어야 하나 생각도 없이 무작정 들어온 터라 잠시 고민에 빠졌다. 다들 척척 고르는데 나만 이걸 할까, 저걸 할까 고민이 되던 그 순간, 눈에 띄는 촛대 하나. 무조건 선생님이 만드신 것과 똑같이 만들겠다고 잔뜩 신이 나서 시작하게 된 원데이 클래스였다.
여태껏 해본 도예라고는 초등학생 때 선생님 지도 하에 갔던 체험학습이 다였던 것 같은데, 내가 선택하고 고른 도예라니. 손톱 아래 점토가 끼든 말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찌 보면 그간 가지고 있던 세상을 향한 편견 따위들이 잊는다고 해서 잊히는 게 아닌데, 나는 또 한 번 편견에 싸여있었을지도 모른다. 손으로 하는 건 다 좋아한다면서 미루고 재던 시간들마저도 편견이었을지도.
이제는 스스로 선택한 길에 오롯이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모르는 것투성이고 불안한 것투성이다. 그러나 한 가지 더, 책임감에 너무 짓눌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이제야 안다.
너무 일찍 어른의 세계를 동경해왔고 어른처럼 굴었으나,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는 자유와 그에 따른 책임을 가진 어른은 막상 보면 아직 마르지 않은 점토라는 것을. 그러니 무너짐을 걱정할 게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다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담아보는 건 어떨까.
그렇게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새로운 모습으로 일어서 뜨거운 가마의 온도를 견디면 더욱더 반짝인다는 사실만으로도 꽤 멋지지 않나?
한참을 기다렸다 받은 아이스크림은 참 달다. 요즘에 나라면 ‘뭘 기다리나, 당장 해치워야지!’하겠지만 한 번씩은 성질을 눌러주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한 달 조금 넘는 시간을 기다린 끝에 받은 나의 도자기들은 정말이지 자신감이 아니라 정말 예뻤다.
무광의 촛대와 광이 참 예쁜 육각 접시. 새겨놓은 글자마저도 귀여웠다. 남들 눈엔 삐뚤빼뚤할지 몰라도 내 눈에만 예쁘면 되었지.
아무튼 나는,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산다. 흔들리긴 하면서도 견고하게 버티는 갈대처럼 그렇게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즐거운 시간과 힘든 시간을 오롯이 또는 함께 나누며 산다. 하나는 둥글고 하나는 각진 나의 도자기처럼 하나의 길만이 정답이 아님을 알고, 내가 나를 제일 예뻐하는 그러한 시간들이 모이고 모여 나를 달구어 내고야 만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아름답다는 것을 언젠가는 깨달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니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을 견디는 나와 당신 모두,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을 찾아내어 더욱 후회 없이 사랑할 수 있길.
*Place*
✔️세라믹 스튜디오 지혜 / insta@ceramicstudio_jihe
: 전북 익산시 선화로 61길 6
: 주문제작, 원데이 클래스, 정규 수강, 외부 수강문의(010.6665.1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