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가욥 with 로컬에디터 x 이노마
우리에게 익숙한 매일은 사소한 특별함으로 새로워지기도 합니다.
낯선 공간, 낯선 향기, 낯선 언어.
낯섦 그리고 또 다른 익숙함.
여러분에게도 오늘 하루 중 낯설고 새롭게 느껴진 순간과 공간이 있나요?
✏낯설고 익숙함 사이의 기록, 춘포 Short Essay, written by Local Editor
✍같이가욥 written by 궁화
낯선 곳, 익산이 아닌 느낌을 받았던 춘포가 점차 익숙해지던 찰나, 익산이 뭐람, 한국이 더 낯설 그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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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뭐든 '그냥 하면 되지.'라는 말로 걱정 없이 뭐든 했던 내가 조금은 긴장을 했던 만남이었다. 다른 언어로 생기는 소통의 문제가 아닌, 그들에게 혹시나 한국 사람보다 더 낯설고 귀할 하루의 시간이 의미 없게 느껴질까 봐 무서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들이 택시에서 내리며 사름을 보고 예쁘다며 감탄하는 순간, 나의 긴장은 비에 씻기기라도 한 듯 깨끗하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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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마냥 낯설었던 춘포가 그들과 함께하니 내가 살아온 동네인 듯 익숙했는데, 오히려 도장공장 주인인 양 그들에게 부연 설명을 갖다 붙이는 내가 더 낯설었다. 그리고 지나가는 모든 시간이 아쉬워졌다.
친구, 함께하며 맘 편히 웃고 떠들다 왔으니 친구라는 익숙한 이름으로 그들을 부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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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마와 함께한 로컬에디터의 '같이가욥'은 매일 긴장 속에 우리를 담가 결국 지치고 마는 생활을 잠시 접어두고 낯섦에서 익숙함을 찾기 위해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굳이 낯섦을 만들고 익숙을 찾아야 하는 일이 전혀 수고스럽지 않고 나와 우리를 쉬게 하고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익숙함'. 그것은 같이 가는 것일지도.
✍같이가욥 written by Nyeong
주민등록증 상 도시가 한 번도 바뀌어 본 적 없는 익산 토박이에게 지역은 애증의 공간. 우리가 호캉스를 떠나는 이유는 집에 쌓아져 온 기억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라던데 - 나에게 지역은 그런 의미에 가깝다. 오랜 기간, 많은 기억들이 덕지덕지 뒤섞여 벗어나고도 싶지만 완전히 떠날 수는 없는 그런 오래된 집 같은 곳. 그런 나에게 춘포, 특히 대장공장은 익숙함 속의 낯선, 낯섦 속 익숙한 공간이자 순간이다. 분명 아는데, 와봤는데, 낯설고 신비로운 ‘비밀의 정원’ 같은 분위기를 내뿜으며 그런 공간과 순간을 선사하는 곳. 왜인지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정원이나 아멜리아도 떠오르고, 존재했던 그때 그 공원에서의 평온함과 익숙함도 떠오르는 이국적인 곳. 늘 가장 가까운 이들만 몰래 데려오던 곳인데, 처음 만난 이들과 있단 것도 망각한 채 자연스러워지는 곳.
오래오래 나에게 꿈처럼 머물러주길.
✍같이가욥 written by Cholog
요즘 스스로가 꽤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라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하는 순간들이 이따금 찾아온다. 새로운 사람을 마주하는 걸 극도로 피하는 인간이라면 절대 나서 하지 않을 일을 벌이는 것도, 그 와중에 터져 나오는 생각은 해야겠어서 애꿎은 바닥과 먼 천장에 시선을 보내며 내뱉고 있는 것도, 이 과정과 흐름이 더듬더듬 어색하지만 나름 마음에 드는 것도 낯설고 낯설다. 재밌는 일을 하려면 만나야지!라는 마음으로 터벅터벅 뒤따르지만 어느새 맨 앞에 선두하는 나를 발견한다. 침대에 누워 '너무 말을 많이 했는걸, 왜 그랬지.' 하며 이불속에서 반성하는 일도 잦아졌다. 밥을 혼자 먹는 게 더 좋았던 지난날에 비해 외로운 건지 무슨 이유에서인지 요즘엔 음식을 같이 먹으면 더 맛있다 라는 말에 공감하는 날도 늘어났다.
춘포는 늘 혼자이거나 가족과 함께였던 공간이었다. 참 신기했다. 서로의 발걸음에 속도를 맞춰 둘이, 셋이, 옹기종기 모여 같은 길을 걸었다.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통에 조용했던 동네가 시끌벅적해진 탓인지 동네 사람들이 어디서 왔냐고 묻기도 했다. 무거워서 내려앉은 담장의 호박을 보며 신기해하고, 꽃과 들과 거리에서 서로의 모습을 찍고, 어김없이 집집마다 짖어대는 강아지 소리를 배경 삼아 그렇게 익숙한 그 길을 낯설게도 걸었다. 이런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면 여럿이 함께 이동하고 대화하고 같이 밥을 먹는 것쯤은 단단하게 마음먹었어야 할 일이 분명한데 약속 시간까지 사람들이 온다며 전전긍긍 안달복달하던 내 모습이 생각나 퍽 우습다. 양쪽 귀가 간지러울 만큼 떠들었던 하루를 마치고서는 다음의 우리를 기약하고 싶었다. 피곤해 보이던 모습과 별개로 헤어지기 아쉬워 자꾸 머무르던 발길이 떠오른다. 빈말이 아니라 가득 찬 마음으로, 우리 정말 다음에 꼬옥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