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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cal editor Jun 03. 2024

우리는 시장 속 프랑스에서 만나

Editor's Book 에디터 콘텐츠 / Editor. Nyeong

우리는 시장 속 프랑스에서 만나,

쓰기로부터 만난 프랑스 작가 그리고 책.


우리의 첫 만남은 밤이면 시장 안에 외로운 불이 켜지는 작은 책방이었다. 그 책방을 다니면서부터 나는 독자보다 소비자(feat. 책표지 콜렉터)에 가깝단 걸 알았는데, 소비를 위한 어느 날 책방지기가 내게 프랑스에서 어떤 작가님이 오셨다고 했다. 그녀는 한 칸 남짓의 공간에서 글쓰기 모임도 희곡낭독회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 작은 도시에 무려 프랑스에서 오신 작가님이 웬말이야. 우리는 프랑스에서 온 그녀가 하고 싶다고 했던 것들을 함께 했다. 몇 주간을 거치며 글쓰기와 관한 책을 읽었고 매주 한 편씩의 글을 썼다. 안톤 체호프의 희곡 <세 자매>의 세 자매도 되었고,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통해 마녀를 연기하고, 알마출판사의 <예술하는 습관>을 읽으며 작은 연극무대를 그렸다.      


그때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를 만났다. 화려한 반지 낀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들고 턱을 괸 중년의 여성. 함께하는 동안 글이나 책보다도 작가에 대해 들었다, 글 뒤에 놓인 쓰는 사람. 멋진 중년의 여성의 이미지와 작품들 뒤로 화려한 결혼생활과 알코올 중독, 그럼에도 단단히 붙들린 쓰는 사람이 보였다. 쓰기 위해 고독에 스스로를 놓는 건 어떤 마음일까, 쓴다는 건 생에 어떤 의미일까. 마르그리트 뒤라스로 시작된 쓰는 사람은 프랑수아즈 사강 그리고 크리스티앙 보뱅으로 이어졌다. 다르지만 같고, 같지만 또 다른 프랑스의 쓰는 사람들.     


소개하는 세 명의 작가와 책은 나의 촌스러운 호기심으로부터 확장된 작은 프랑스이자 쓰는 마음이 담긴 작품들이다. 그들이 남긴 수많은 소설과 에세이, 시나리오들이 있지만 그것들을 시작하기 전, 쓰는 ‘사람’이 담긴 이 작품들로 먼저 그들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Local Editor Nyeong 녕 씀.



*Editor's Book*


①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_Marguerite Duras

우리는 자기 안에 미지의 인간을 품고 있다. 그렇게 쓰기에 이르는 것이다.
그렇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글쓰기는 미지의 존재다. 쓰기 전에는 쓰게 될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리고 온전히 명료한 정신이다. 
쓴다는 것은, 정말 쓰게 된다면 무엇을 쓰게 될지 쓰고 난 이후에만 알 수 있는 것을 알아보는 일이다.
글은 바람처럼 온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고, 잉크이고, 쓰인 것이다. 그리고 다른 무엇과도 다르게, 삶 자체가 아닌 그 무엇과도 다르게, 삶을 지나간다.


② 인생은 너무도 느리고 희망은 너무도 난폭해_Francoise Sagan

'프랑수아즈를 떠올릴 때면 저는 어떤 방을 생각해요. 밤새도록, 위스키도 마시지 않고 잠들지도 않은 채, 모든 것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던 그 방.' 아마 흐트러진 침대 옆이었으리라.


③ 작은 파티 드레스_Christian Bobin

돈이 있는 사람들의 흰 손이 있고, 몽상하는 사람들의 섬세한 손이 있다. 그런데 다른 한 편에는 손이라고는 아예 없는 사람들. 황금도 잉크도 박탈당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사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글을 쓰는 것이다. 오직 그 때문이다.
위대한 책은 그 책이 시작되기 훨씬 이전에 시작된다. 어떤 책이 위대하다는 것, 그 책에서 점차 드러나 보이는 절망의 위대함을 의미한다. 책 위에 무겁게 드리워져 책이 태어나지 못하도록 한참을 가로막는 그 모든 어둠을 의미한다. 책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 책이 있기 전, 글이 써지기도 전에 모든 것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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