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은 바닷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

Editor's Place / Editor. 궁화

by Local editor


‘이제는 써야 할 때가 왔다.’


4년 전 처음으로 좋아하는 공간을 기록했다. 그중에는 사라졌으나 마음 한구석에 꾸준히 남아있는 공간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오가는 공간도 있다. 언제 4년이 호로록 지나갔나 싶어 돌아보면 시간으로만 따져도 휴학 없이 대학교 졸업한 것과 맞먹는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마냥 기억 속에만 묻어두는 것이 아까워 기록하고, 그것을 빌미로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만의 색을 찾아 입히는 모습들을 보고 들었는데 나와 우리는 어느덧 공간 기록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과 무언가를 찾아 발견하고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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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4년 차. 여전히 미숙한 게 많고 내가 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쓰고 있는 이 삶에 사실 반 이상은 내 공간이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차려야 할 것 같았다.


소라게도 아닌 것이 나는 언제나 부끄럽고, 나를 통해 나오는 것들에 마음껏 애정을 주지 못한다. 성격은 불도저 같은데 실상 어떠한 창작과 같은 것에서는 언제나 내가 모자란 것 같다. 그럼에도 계속 쓰는 이유는 내가 웅크리고 있는 공간이 좋아서. 겨우 내 몸 하나 앉을 책상 앞에서 나오는 ‘유’(有)를 계속 보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그러니 잠자는 시간 빼고 온종일 머물러 있는 내 작은 공간, 사름에서의 3년을 이젠 알아봐 줘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남겨본다. 이제는 써야지.


영감을 찾아다닌다는 핑계로 없는 시간과 돈을 알뜰살뜰 끌어모아 하루 여행 가고 하루 일하는 삶도 이제는 어려운 마당에 역마살이 낀 것처럼 목적 없이 떠돌아다니는 것도,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과연 내가 해도 되는 게 맞을까 싶은 생각은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면 나는 무엇을 써야 할까. 답답한 마음에 외치는 소리는 대답을 듣지 못하고 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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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자리마다 따뜻함을 더한 조명이, 크리스마스가 온다고 열심히 만들어둔 트리가,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들 위해 매일 만드는 디저트가, 창작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열어준 전시회 포스터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온다.


내 기특한 공간은 항상 내 푸념을 들어주고, 나를 지켜주고, 내게 있어 창작을 선물해 주었는데 정작 내가 그 고마움을 몰라준 것이 이제야 미안해진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 혹은 바다 앞에서 홀로 쓰는 시간을 갖곤 한다며 프로젝트 첫 글에 적어두었는데 굳이 멀리 기차를 타고 떠나지 않아도 내 바다는 이곳이었고, 언제나 잔잔히 파도치며 나를 다독여준 건 작지만 강한 공간 사름이었다는 것을. 내가 쓰는 일에 대한 모든 정의와 의의가 꾹꾹 눌러 담긴 이 공간에 마음을 더 써야겠다는 슬픈 다짐이 12월의 끝자락이 돼서야 피어오르는 순간이었다. 내 작은 바닷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 주어 고마워.



*Editor's place, Studio&Cafe 복합문화공간 사름

로컬에디터의 사랑방이자 에디터 궁화의 글과 마음을 쓰는 공간

익산시 동서로 33길 52 / insta @_sareu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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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멀리 기차를 타고 떠나지 않아도 내 바다는 이곳이었고, 언제나 잔잔히 파도치며 나를 다독여준 건 이곳이었다는 것을. 내가 쓰는 일에 대한 모든 정의와 의의가 꾹꾹 눌러 담긴 이 공간에 마음을 더 써야겠다는 슬픈 다짐이 12월의 끝자락이 돼서야 피어오르는 순간이었다. 내 작은 바닷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 주어 고마워.


Local Editor 궁화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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