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마음

Editor's Essay / Editor.Nyeong

by Local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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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쓰는일 ep1. 거절 메일 쓰기


블로그에 우리의 프로젝트를 기록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제일 먼저 쓴 포스팅은 ‘거절 메일 쓰기’였다. 그러니까 이 거절 메일은 – 우리에게 ‘오는’ 제안을 거절하는 게 아니라 거절당할 각오를 미리 하고 우리가 ‘보내는’ 제안 메일이라는 뜻인데 – 그러니까 그건 이미 답을 알면서도 이를 무릅쓰고 보내는 메일이었다. 그래, 우리의 시작은 늘 이렇다.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누군가에게, 심지어 팀원들에게조차 결과물을 보이는 일이 어려워 한참을 망설이다 어쩔 수 없이 내어 보이는 일. 놀랍게도 ‘쓰는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우리는 무려 3년간 글을 써왔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는 야반도주하듯 단톡방에 글을 던져놓고 사라진다. 그런 우리가 또 제 발로 아니 제 손으로 쓰기를 결심한 것. (왜 그랬을까) 그리고 쓰는 이들에게 그들의 쓰는 일을 묻기로 한 것. (잘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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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거절 메일은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단 몇 문장에 식은땀이 흘렀다. 우리가 전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진심뿐이라 우리를 소개하고 왜 당신의 글이 필요한지, 왜 우리가 쓰는 일에 당신을 떠올렸는지 구구절절 적어 내렸다. 거절 메일이라도 좋다고 생각하며 다만 우리가 보내는 제안이 당신에게 무례로 가닿지 않기만을, 진심이 진심으로만 전해지기를 바랐다. 그저 되면 좋고 아니면 말면 되지 왜 그렇게까지 떠느냐고 묻는다면, 당신이 진심과 마음을 다하는 일에 한 톨이라도 함부로 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답하겠다. 우리의 첫 번째 스페셜 에디터였던 유진 작가님의 어머니가 쓰신 편지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펜을 들고 책상에 앉아 있는 작가의 뒷모습이 아니라, 곡괭이를 들고 의자 위에 서서 숨 가쁘게 글을 캐고 있는 너. 타자 소리만 들리는 고독 속에서 얼마나 많은 문장들이 휘몰아치는지, 얼마나 숱한 마음들이 오고 가는지 알 것 만 같아서 쉬이 써 보낼 수가 없었다.


감사하게도 ‘글을 쓰는 일, 시를 쓰는 일, 그리고 쓰는 일, 가사를 쓰는 일, 소설을 쓰는 일’ 총 5개의 쓰는 일을 담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프로젝트가 시작된 후 사실 나는 꽤나 다른 환경에 있었다, 읽고 쓰는 일이 아니라 먹고 마시는 일에 가까운 일. 게다가 하고 싶은 말마저도 온전히 해내지 못해 이내 삼키게 되는 영어를 주언어로 써야 하는. 다른 계절에 다른 시간을 보내면서, 마감일에 가까워서야 책상 앞에 앉아 ‘쓰는 일’을 떠올렸다. 이 괴리는 종종 내가 무얼 하는 사람인지 혼란스럽게 했다. ‘돈도 못 버는 주제에’라고 쉽게 폄하하기도 했고. 그런 시간들을 뚫고 띵동, 메일이 도착하면 첫 문장을 열자마자 무너져 내렸다. 당신에게 쓰는 일은 이런 고독과 혼란을 뚫고 도착한, 삶이었고 사랑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해내야 하는 일이라는 사실이 매 순간 위로가 되었다. 뭐랄까, 모두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며 다른 방식으로 쓰고 있지만, 쓰는 행위만으로 다 같이 엄청 커다란 원을 함께 짓고 있는 것 같았달까. 그리고 나는 그 원 안에서 온전한 읽는 이의 행복을 누렸다, 당신이 내게 고이 전달한 쓰는 마음과 함께.


˚「엄마의 편지」포스팅 중 일부 / 오후의 소묘 @sewm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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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나는 나를 ‘쓰는 사람’이라고 지칭하기가 부끄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읽히지 못할 글이라도 쓰고자 다짐하는 건, 당신들이 내게 보여준 쓰는 마음에 대한 보답이자 같은 마음으로 그 커다란 원을 계속해서 커다랗게 커다랗게 짓고 싶어서라고 답할 테고.



읽고 쓰는 일과 상관없는 하루들을 바삐 보내다가 문득 원고도착 메일을 받으면 정신이 번쩍 들곤 했어요. 파일을 여는 순간, 짜릿한 기분과 함께 모든 것이 중요치 않아 지고 눈물이 날 만큼 좋았답니다. 그래서 아직, 이곳에, 이렇게 머무나 봐요. 오늘도 이렇게 글 앞에 만날 수 있어 다행입니다.


Local Editor Nyeong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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