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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Season 1

오래 보자, 내가 사랑한 것들아.

카페 미토네 mitonne / Editor. 궁화

by Local editor

N 년 만에 본 누군가와 함께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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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걸려오는 전화 혹은 뜬금없는 연락 한 통은

이따금씩 일상이 고요해질 즈음이나 혹은 몰아치게 바쁠 때 찾아오곤 한다.

그러니까, 중간이 없다는 이야기다.


나를 스쳐간 무수한 N들 중 이 글을 쓰는 현재 곁에 남은 이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이 질문에 수를 내놓는 나 또는 당신은 답을 내놓기도 전에 틀렸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야 한다.

나는 나대로 나라는 사람의 인생극장에서 주인공일지 모르나

결국 누군가에게는 행인 1 또는 물체 1 정도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당신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지 않는가.

오늘 내 곁에 있었던 이는 내일 어디론가 사라질지 모른다.

그러니 타인에게 중요 순위를 매기지도, 오지 않는 연락을 기다리지도,

그렇다고 생각지도 못했던 엑스트라의 관심을 무시하지도 말 것을 다짐해보자.


일부와 가운데


가깝게는 한 달, 멀게는 10년 만에 보기도 한다.

매번 만나자고 말만 꺼내고 미처 만나지 못했던 친구,

어느 시점에는 둘도 없는 사이마냥 친했으나 돌연 멀어진 사이,

또는 관심도 없이 스쳤으나 우연하게 닿은 지인 같은 사람들 말이다.

그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내가 나름대로 분석했을 땐 말이다.

각자의 삶이 있다는 것을 인지 또는 이해하거나 본인의 마음에 쉼을 주려는 사람,

고로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결국에는 용기를 내는 사람이라는 거다.

그 어떤 이가 선뜻 멋쩍은 안부 인사를 묻겠는가.

먼저 손을 내미는 이는 정말 멋있는 사람인 거다.

주절주절 재미없을지 모를 설명이 길었겠지만 한 번쯤은 이 어렵고 예민한 인간관계에 대한 좋은 점을 말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나는 N 년 만에 연락이 닿은 이들과 근황을 나누게 될 때 꼭 가는 곳이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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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 이곳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앞서 궁금증을 유발하고 싶었다.' (머쓱)



┃당신의 생각은 내가 미처 돌아보지 못한 곳에서 나온다.


흔히 말하지 않나. '뒤통수 맞은 기분이야.'라고.

그 말의 어원까진 궁금하진 않아서 찾아보지 않겠지만 대략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말 그대로 뒤통수 맞은 얼얼한 느낌일지도 모르나 '나는 왜 그걸 생각하지 못했지?' 하는,

한마디로 '아...'

뭐, 그럴 때 나는 기존에 내가 가진 생각과 새로운 생각이 만나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는 하는데, 그래서 아마 저마다의 개성과 관심을 존중하고 이러한 사람들의 개성과 생각이 모여 더 큰 이상향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은 이 공간, 바로 <미토네_ MITONNE>에서 더욱 N 년 만의 만남을 자꾸만 갖고 싶은 게 아닐까 싶다.


맛보았을 때 느껴지는 정성은 혼자 알고 있기 정말로 아깝다.



제목이라는 건 모든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꼭 글이 아닌 어떠한 것들도 마찬가지다. 그게 맛이 될 수도, 향이 될 수도 있듯이

처음과 중간, 그리고 끝이 결국엔 하나의 꼭짓점에 닿아야 한다는 말이다.

미토네의 3년, 멋대로 쓴 감정 낙서장도 3년, 매해 달랐던 내 3년.

그러니 다른 글보다 더욱 고심히 꺼내보는 미토네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서야만 쓸 수 있던 글인 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 3년여간의 시간 동안 나는 한결같이 같은 마음으로 이곳을 찾았으며

한결같이 위로받고 한결같이 먹고 마시고 성장했다.

이유는 미토네가 한결같았기 때문에.

프랑스어로 미토네는 '음식을 만들어 누군가에게 대접한다.'라는 정성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

그 뜻과 더불어 일본어로 '바다의 근원, 강이 만나 바다를 이루는 곳'이라는 의미까지 더해져 지금의 '미토네'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놀랍게도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공간의 주인들이 담아놓은 의미에 휘감겨 착실히 이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나의 집은 어쩌면 이곳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지도 모른다.

이곳에서 N 년 만의 만남을 갖는 날은 머릿속에 나와 전혀 다른 삶을 꽉꽉 채워 담아오는 날이 된다.

나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삶을 듣고 부러워하거나 혹은 위안받기도 하고,

나를 돌아보거나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기도 한다.

청량한 새싹처럼 산뜻했던 미토네 커플에서 이제는 짙게 물들어 견고해진

아름드리나무처럼 미토네 부부로 성장한 이들이 내어준 공간에서 N들의 이야기가 모여

서로를 존중하고 어우러질 수 있는 그러한 이상.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나는 불안함을 멈추고 싶을 때 그들의 공간을 방문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제 코가 석자인 마당에 누구라도 좋으니 나와 같이 위로받았으면 싶어 또 다른 방랑자를 끌어들였을지도.



┃자연, 그리고 자연스러움


참, 신기하지.

할 말도 없고 어색할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N 년 만에 만난 이들과의 대화는 항상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그냥 물 흐르듯 자연스러울 뿐이다.

그리고 공간을 찾는 불특정 다수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어느 곳에 방문하든 2시간을 넘기지 않는 내가 오로지 '미토네'에서는 3-4시간을 붙어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그만큼 공간에 담겨있는 모든 흐름들이 어쩌면 내가 지나왔을 기억 안쪽에 있던 감성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만큼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것을 또 없을 거니까.

인위적이지 않은 그 편안함이 즐거운 것임을 이제는 알기 때문에 미토네에 방문하면

괜스레 그들과 눈인사 한 번이라도 더 하려 애쓴다.


사적인 취향


1층과 1.5층의 미묘한 다름에도 그들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고 취향이 있었다.

사이좋게 아내와 남편의 공간으로 나누어 꾸몄다는 설정마저도 미토네가 되었고,

그 사소하고 세심한 포인트들이 모여 그들이 함께 애정 하는 '초록'을 만들어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깥과는 다른 공기가 맞이한다. 유독 미토네의 기억이 매 순간 선명한 이유는 아마 그곳에서만큼은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어서가 아닐까 싶다.


미토네 부부는 말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느끼는 심적, 외적 불편함이라는 '삶의 힘듦'을 인정하고 이해합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초록의 자연을 좋아하고 동경합니다."

살면서 나와 비슷한 혹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감사라고 생각하는 나는, 미토네라는 공간이 나의 불안한 이십 대에 나타나 주어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내가 N 년 뒤에 만남을 용기 내어 청하더라도 미토네는 자연스럽게 나를 받아주었으면 한다.

훗날 내가 만들 공간에도 미토네 부부가 편안함과 위안을 얻고 가시길 바라면서

N 년 만의 만남도, 공간도, 나의 작은 검은 고양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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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보자, 내가 사랑한 것들아.'


한 단계 더 나아가길, 그리고 끊임없이 감정과 그 모든 것을 삼키고 뱉어낼 것.


*미토네 사장님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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