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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논지 Aug 30. 2020

왜 좋은 빅테크 자리를 박차고 스타트업으로 갔냐고요?

이직으로 커리어를 키우는 방법

지난해 10월, 4년동안 잘 다니고 있었던 빅테크 회사에서 천 명 규모의 Late stage B2B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했다. 다니고 있던 회사는 실리콘 밸리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타이틀을 처음으로 쓰기 시작했고 거의 모든 의사 결정을 데이터중심으로 하고 있던, 데이터 사이언스를 배우기에는 너무나 좋은 직장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 있는 팀에서 누구보다 많이 배울 수 있었고 동료들과도 가족처럼 정이 많이 들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회자정리라고, 언젠가는 헤어져야 하는 날이 오는 법. 결국 나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이직을 선택하게 되었고, 지금은 새 직장에서 너무나 행복하게 다니고 있다. 왜 이직을 했는지, 어떤 과정으로 새 직장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이번 이직이 내 커리어에서 어떤 도움을 줬는지 적어보고자 한다.


솔직한 이직 이유


사실 까놓고 말하자면 매니저가 너무 되고 싶어서 이직을 했다. 매니저가 너무 되고 싶어서 매니저 병에 걸렸다고 내 자신이 인정할 정도였다. 팀을 꾸려가는 매니저가 되면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게 나의 천직인 것만 같았다.


그러나 당시에 일하고 있던 빅 테크 회사에서 매니저가 되려면 Staff Data Scientist 이상의 직급으로 올라가야 했다. 더 쉬운 설명을 위해 여기서 직급 설명을 해보고 넘어가도록 하자. 대부분의 실리콘 밸리 데이터 사이언스 팀에서는 다음과 같이 직급 체계가 이루어져 있다.


학부나 대학원을 갓 졸업한 fresh graduate들은 Data Scientist의 직급으로 시작을 한다. 거기서 주어진 대로 execution을 잘한다고 인정받으면 Senior Data Scientist로 올라가는데 이게 보통은 1-2년 정도 걸린다. 그리고 Senior 다음은 Staff 레벨인데 Staff레벨로 가려면 회사 전체에 임팩트를 주는 프로젝트를 스스로 고안하고 리드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보통은 평균적으로 2년에서 조금 길면 3년정도 걸리고는 한다. 그리고 거기서 계속 테크니컬 트랙으로 올라간다면 Senior Staff, Principal 까지 가게 된다. Principal은 거의 대기업 데이터 사이언스 조직에 한명 있을까 말까 하고 Senior Staff를 찾는 것도 굉장히 힘들다. (전에 다녔던 빅테크 L사에 200명이 넘는 데이터 조직에 시니어 스태프가 겨우 2명 있었으니 말 다했다).


어쨌든 Staff 승진을 위해서 큰 프로젝트를 하자니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데 나는 이미 시니어 타이틀로 팀 내에서 주니어들을 멘토하고, 파트너들과 관계도 이끌어 나가면서 거의 내 프로덕 분야의 매니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타이틀만 아니었지 매니저 일을 잘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거추장스럽게 승진까지 해야한다니 가뜩이나 급한 내 성격에는 많이 답답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승진 절차때문에 회사까지 미워지고, 내 분야로 매니저라고 온 사람이 나보다도 매니징을 못하는 것에 화가 나는 등 여러가지로 하루하루 답답함이 늘어가게 되었고 결국 새로운 잡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지그재그 커리어 성장론 -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오가며 커리어 키우기


그래서 다음에 일할 회사는 프로세스보다는 실제 프로젝트나 임팩을 중요시 하는 작은 사이즈의 스타트업이었으면 했다. 작은 회사일 수록 일손이 부족하다보니 한 명당 주어지는 일과 책임의 무게가 커질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배울수 있는 기회도 많고 그러다 보면 내 자신이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회사가 성장하면 그에 따라 팀도 성장하게되고 커진 팀을 이끌 수 있는 리더 (매니저)의 자리가 더 많이 나게 된다. 회사가 이미 대기업이라면 성장 속도가 크지 않을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조직의 규모가 커지는 속도가 더뎌지면 그 안에서 몇안되는 매니저 자리를 놓고 잘난 사람들끼리 피터지게 싸워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 공평하게 모두를 평가하기 위해서 승진 프로세스도 들여오게 되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정말 회사의 비즈니스를 돕는 게 아니라 어느새 보면 승진만을 위한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꼭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가 아니더라도 이동네 테크 회사에서 디렉터 이상급 혹은 부사장(VP)급의 링드인 프로필들을 보면 이렇게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오가면서 커리어를 키워가는 경우가 정말 많다. 대기업에서 기본기를 닦고, 스타트업에 가서 본인의 역량과 타이틀을 키워가며 올라간 후 그 타이틀과 경력을 이용해서 대기업의 높은 자리로 간후 다시 또 스타트업에 돌아가서 부사장이나 C-level로 들어가는 경우가 그 예이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흔한 커리어 패스트트랙이라고 할까나. 한 회사에서 쭉 올라가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다른 곳에 가서 빠르게 (하지만 빡세게) 승진을 하고 다시 돌아와서 한두레벨 위로 치고 들어오는 게 커리어 면에서 더 빠른 지름길인 것이다.


어쨋든 나도 한번 패스트트랙을 타고 달려보기 위해 작은 회사에 조인하게 되었다! 다음 글에서는 인터뷰 경험과 주변 이야기를 엮어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스타트업에 간다면 주의해야 할 점을 적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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