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차려보니 벌써 7월!
우리 회사는 전 직원에게 일년에 두번, 1주일짜리 유급 휴가를 준다. 미국 본사 전체가 다같이 쉬기 때문에 shutdown이라고 부르는 휴가로써,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이 있는 주,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끼어있는 12월 마지막 주이다. 미국에서는 독립기념일과 크리스마스가 가장 큰 휴일들이지만 또한 상반기에 한번, 하반기에 한번 6개월을 딱 나누어주는 기준이기도 하다. 4계절이 뚜렷하지 않은 곳에 살다보니 회사에서 주어지는 셧다운 제도로 겨우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곤 한다.
지난 셧다운때 신년 계획을 세우며 신나게 썼던 글이 첫 브런치 글이었는데 7월 셧다운을 맞아 나만의 상반기 결산을 해보려 다시 브런치를 찾았다. 그때 세웠던 계획을 먼저 돌아보고, 그 외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 지도 적어보려 한다. 개버릇 남 못준다고 회사에서 하는 리뷰처럼 Green(성공적), Yellow(성공 가능성에 위험이 있음), Red (실패) 로 한번 평가까지 해보겠다.
금주 첫주는 너무나 힘들었다. 퇴근후 남편이랑 반주로 맥주 한잔 시원하게 캬! 혹은 와인 한잔 노곤하게 마시는게 일상의 낙이었는데 그걸 끊으려니 인생의 의미까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힘든 시간이었다.
"내가 맛있는 것 먹고 술도 한잔 못하면 왜이렇게 힘들게 일하는거지? 내가 왜 사는거야, 자기?" - 1월 첫째 주 매일매일 한말
그런데 일주일이 넘어가니까 몸이 가볍고 아침에도 잘 일어나게 되고 일할 때 집중도 잘되는 등 여러가지 효험이 보이는 게 아닌가! 물론 한달이 끝나고 바로 다시 한잔 하기는 했다만 금주의 장점을 살짝이나마 알게되는 좋은 시간이었다. 요즘은 딱히 술을 많이 마시지도 못한다. 다음날 숙취가 걱정되어서ㅠㅠ 어쨌든 좋은 시도였고 한해의 건강한 첫 출발로 특히나 좋았던 것 같다.
이건 일단 너무나 ambitious 한 목표였다고 봐야한다. 글을 한번도 안쓰던 사람이 일년에 40편을 글을 쓰겠다고 나서다니 일단 목표 설정부터가 잘못되었다. (여러분, 새해/신년이 얼마나 사람을 optimistic하게 만드는지 보셨나요)
Brunch Blog - 신년계획 글, 지금 이 글 (2)
일 관련 아티클 - 출시된 글 (1), 출시 예정 (3)
퍼블리 프로젝트 - 출시 예정 (4)
일단은 10편 정도는 확실히 쓸 예정이니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하반기에는 블로깅도 더 하고 링드인에도 틈틈히 글을 올리면 목표 달성을 할 수도 있겠다.
일주일에 3번 30분 이상 운동하지 못한 주도 1-2주 있었다. 특히나 출장이나 여행, 아팠던때를 포함한다면. 그래도 그린으로 표시한 이유는 하프마라톤 트레이닝을 하면서 달리기 실력이 엄청나게 일취월장했기 때문이다. 나는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스피닝 등 좋아하는 운동은 잘 하지만 달리기라면 학을 떼는 사람이었다. 일단 약간 평발끼가 있기도 하고 (이건 핑계 지만) 정신력이 부족해서 좀만 숨이차면 포기하고 말곤 했다. 작년 웨딩을 위해 Orange theory 등 운동 클래스를 다닐때만 해도 6mph 에서 3분이상 뛰는것도 힘들어 하던 사람이다.
그런데 남편이 연초에 7월 샌프란 마라톤을 신청하고 제대로 된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남편이 매일 같이 러닝이 얼마나 좋은지 계속 이야기하고 같이 하자고 꼬시는 바람에 나도 하프 마라톤을 신청하고 같이 종종 주말 트레이닝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회사 끝나고 일주일에 두번 가량 혼자 회사 짐에서 남편이 짜준 스케줄대로 트레이닝을 하는데 신기하게도 매 주 혹은 며칠 사이에도 달리기 실력이 눈에 띄게 느는게 아닌가! 매번 점점 길게, 빠르게 뛰는 자신을 보니 엄청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오늘도 1시간동안 5.5 마일(8.8 킬로)을 뛰고 왔다. 샌프란 마라톤은 7월 말인데 이 추세로 가면 하프는 잘 뛸수 있을 것 같다.
커리어에 있어서 상반기 최고 목표는 SEO Data Scientist라는 Personal Brand를 쌓는 것이었다. 3년 넘게 한 분야에서 일했고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에 외부 활동을 좀 하면서 브랜드를 쌓아 놓는게 장기적으로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침 런던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잘 마치고 돌아왔고, 링드인에 그걸로 포스팅도 올리고, 컨퍼런스 주최사의 웹사이트에 기고도 했다. 친구의 소개로 퍼블리에 글을 쓰는 작은 프로젝트도 하나 진행 하고 있다. 내가 이런 발표를 해도 되나, 이런걸 올려도 되나 생각이 들며 오그라드는 순간이 있지만 남편이 옆에서 열심히 격려해준 덕에 자신감을 가지고 잘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컨퍼런스 겸 런던에도 가고 셧다운 전 주말에는 샌디에고도 가서 잘 놀다 왔다. 요즘은 여행이라는 게 좀 overrate되지 않았나 생각도 하고 있다. 게다가 20대 때 꼭 하고 싶고 재밌어 했던 고생하는 여행따위 요즘엔 생각도 안난다. 그저 좋은 침대에 누워서 하루종일 맛있는 것 먹고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만 있는게 백팩킹보다 더 땡기는 요즘이다.
서니베일 투베드룸에서 산호세 원베드룸으로 이사도 하고 30세 생일도 맞았다. 결혼 1주년은 런던 여행이랑 겹쳐서 제대로 축하도 못하고 지나갔지만 9월 미국 웨딩 1주년 기념에 제대로 축하하려 한다. 나름 매달 이벤트가 있는 정신없는 6개월이었다.
산 책은 7권인데 다 읽은 책은 4권이다. 작년보다 책을 덜 읽는 것 같은데 이건 올해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 카테고리에서 좋은 책들이 많이 안나와서 일 수도 있다.
- Becoming
미쉘 오바마가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본인이 성공한 흑인 여성으로서, 오바마의 부인으로서 그리고 퍼스트레이디로서 겪었던 딜레마나 고민들을 솔직하게 적어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 when life gives you lululemons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다 사면 안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클리셰 덩어리 소설책.
- The Making of a Manager
Facebook VP가 전해주는 좋은 매니저가 되기 위한 팁들인데 매니저가 되고 싶은 3-5년 경력의 직원이 읽기 딱 좋은 책.
- Algebra of happiness
성공한 성격더러운 뉴욕대 경영대 교수가 인생을 되돌아 보면서 전해주는 당연한 얘기들이지만 비행기에서 시간때우기에 나쁘지 않았던 light reading.
뭔가 빼놓은 게 있는 것 같지만 이정도면 대충 결산이 된것 같다. 결산을 했다는게 어디야. 내일은 하반기 계획을 새 포스팅으로 자세히 세워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