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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논지 Jan 03. 2021

2021년을 맞이하며

John Burr가 부릅니다. 제발 살아만 남게 해주세요.

2020년은 정말 전세계 모든 인류에게 절망을 준, 저주 받은 것만 같은 한 해였다. 물론 미국에서는 하루에 몇천명씩 코로나로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미국과 한국에 있는 온 가족이 무사하고 별탈 없이 지나간 것만으로도 나는 감사해야 한다. 남편이나 나나 안전하게 집에서 일할수 있는 화이트 칼라 잡이 있고, 울엄마아빠는 은퇴해서 집에만 있을수 있고, 시부모님은 조금 더 위험하신 상황에 있지만 잘 견뎌내시고 있고. 게다가 다들 비즈니스나 고용 안정성에 대한 걱정도 하지 않으면서 지낼수 있었으니 전혀 불평 할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특히 하반기에 가서는 멘탈이 탈탈 털리고 부서져서 내 영혼이 마치 마른 걸레 마냥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짜인것만 같다. 연말을 맞아 1주일 반이나 쉬었지만 아직도 멘탈이 회복이 다 안된 느낌이다. 힘든 한 해였다.


그래서 2021년에는 바라는게 크지 않다. 첫째, 온 가족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건강하게 1년 보내는 것. 둘째, 승진은 고사하고 잘리지만 않고 미쳐버리지 않고 현 직장에서 일하는 것. 존버 하는 것 ㅠㅠ 셋째, 몸을 건강하게 가꾸고 예쁘게 기도해서 가족계획도 이루는 것. 쓰고 보니 다 어찌보면 당연시 할수도 있지만 크고 중요한 바램들이다.


하반기에는 정말 일이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가 많아서 나 자신을 좀먹는 느낌이었다. 일에서 오는 하나하나의 작은 것들을 계속 리플레이하고 생각하고 나 자신을 탓하고 동료를 미워하고 등등.. 바깥에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다보니 생각을 한번 하게 되면 멈출수가 없어 스트레스의 무한 루프에 빠지게 되었다. 꿈에서도 일에 대한 악몽을 꾸고, 밥먹으면서 운동하면서도 계속 일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일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24시간 내내 감정 소모가 대단했다. 이렇게나 내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직장을 좋아하던 내가 몇달 사이에 어둠의 계곡으로 곤두박질 친 느낌이랄까 (코로나, 재택근무 외에 다양한 이유가 있다만 나중에 따로 쓰는 걸로). 이대로 살다가는 나도 미치고, 계속 끊임없이 내 일 이야기만 하고 징징대는 나를 받아주는 남편도 미칠수 있겠더라.


그래서 2021년에는 나 자신의 정신 건강을 위해 감사일기를 써보기로 했다. 긍정적인 부분을 더 많이 살펴보고 힘든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 미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목표도 조정했다. 위로 올라가기 보다는 주어진 일을 잘 하고 기본에 충실하는 걸로. 일과 나를 분리하고 나 자신을 찾기로. 잘리지만 않는 걸로 목표를 잡으면 충분하지 않나. 장항준 감독의 말대로 누구나 봉준호일 필요가 없고 누구나 1등일 필요가 없다. 우리 아빠는 1등이 아니라면 2등부터 꼴등까지는 다 똑같다고 했지만 나는 올해 아주 흔쾌히! 남들과 같이 평범하게 2등에서 꼴등 그 사이 아무 자리나 택해보련다. 올해는 꼴등만 피하면 된다.


인간이 너무 힘들면 종교 미신 무속신앙 등에 매달리게 마련이다. 올해는 생전 안해보던 토정비결 운세까지 찾아봤다. 신한은행 사주에 따르면 내 2021년 운수가 그래도 상당히 좋다던데. 2020년에 너무 데여서 인지 믿음이 안 간다. 이번엔 믿어봐도 되니? 2021년, 잘 부탁한다. 존버만 하자 존버만. 눈감으면 2021년 말이 와있기를. 기본에 충실하며 모두가 살아남는 한 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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