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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an Sep 24. 2022

9 명의 번역가

나쁜 놈은 영화에서나 벌을 받는다.

스포가 있습니다.


한 때는 문학 지망생이었으나, 출판으로  선회하여 사업가로  막대한 부를 이룬 출판사 사장은 베스트셀러 삼부작 마지막 편을 세계 각국에 동시 출판하기 위에 아홉 명의 번역가를 초특급 벙커로 부른다.  그들은 비밀 엄수를  위해 하루 이십 페이지의 번역 분량을 받고, 번역 텍스트는 당일 바로 회수한다. 그러나, 이러한 철저한 경호에도 불구하고, 출판사 사장은 거액을 지불하지 않으면 인터넷에 미출판 원고 일부를 올리겠다는 협박 문자를 받는데...

 

아홉 명의 번역가중 과연 범인은 있을까? 왠지 참가자 전부가 범인이었던 아가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탈 특급 살인이 떠올려지는 순간, 실제로 이 추리소설과 해커(미공개 원고를 인터넷에 올리는  범인)의 존재와 해커가 이러한 범죄를 벌이는 계기가 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영화에서는 오리엔탈 특급 살인과 달리 아홉 명 번역가 전원이 범행을 공모한 것은 아니고, 일부  다수가 공모한 범행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아홉 명의 번역가의 개인사가 드러나면서, 밀폐된 벙커에서 번역가들 중에서 범인을 색출하려는 사장과 갈등, 폭력 등이 나타나지만, 그리 긴장감을 주지는 않는다. 이 영화에서 인상 깊은 장면은 언어에 능한 번역가들(대개 이개 국어 이상을 구사하는)이 언어 능력을 뽐내며,  서로서로 의사소통을 도와주고, 해당 언어를 모르는 악인 사장을 소외시키는 그야말로 외국어로 사장과 대결을 벌이는 장면이다. 현실에서 외국어와 다른 외국어를 전달하는 사람의 효용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영화의 악인인 사장은 그러나, 너무 멍청하고 무력해 보인다. 돈을 위해서는 살상을 서슴지 않는 사장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악인이지만, 천재 작가이자 번역가인 해커와의 싸움에서 무참히 패배한다. 현실에서  과연 그럴까? 현실에서 악인은 아주 교활하고, 기만적이다. 악인을 처벌할 수 있는 천재 해커가 얼마나 될까? 우리는 선인이 이기는 인과응보 이야기를 현실에서 찾을 수 없기에 영화나 소설에서 그런 이야기를 쓰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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