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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an Jun 24. 2023

가장 아름다운 색 블루- 아델 이야기

첫사랑, 이별, 성장  그리고 계층

2013년에 나온 영화.

이 영화가 나온 지 십 년이다.

뚜렷한 궤적 없이 흘러 보낸 십 년 동안 나는 무엇을 하느라 이 영화도 못 본 것인가 하는 상념에 젖어든다.


일개미 모드에서 한 사람의 개인으로 전환되는  금요일 어느 새벽에 본 영화.


영화는 고등학생인 듯한 아델과 동급생들이 첫사랑을 만나는 장면을 묘사하는 소설을 낭독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첫사랑을 만났을 때 전율과 충격, 운명 등 등,

영화는 세 시간으로 상당히 길다. 거의 영화 중간쯤 아델이 초록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머리의 첫사랑을 만나는 장면은 영화 첫 장면의 첫사랑을 만나는 운명의 순간을 묘사하는 장면과 일치한다. 눈이 마주치고.


그전까지는 호감을 보이는 선배와 사귀던 아델은 초록색 머리의 첫사랑과 사랑을 나누는 꿈을 꾼다. 나중에 두 여자주인공이 감독을 배우 학대로 고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레즈비언의 성행위장면이 상당히 야했다. 왠지 남자들이 호기심으로 보는 야동처럼 묘사된 것 같기도 하고,


십 년 전만 해도 동성 간의 사랑이 대중에게 오늘처럼 대중화돼서 적극적으로 다가오지 않았기에 동성 간 사랑이라기보다는 첫사랑의  환희와 이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영화가 현실적이라고 느껴졌던 점은 아델의 첫사랑이 실패한 것이 동성 간의 사랑이어서가 아니라 둘의 계층차이에서 기인한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직업적 안정을 중시하는 소시민적인 아델의 집안에 비해 부르주아에 근접한 첫사랑은 아델을 초대해 비싼 생굴을 준비하고, 돈보다는 자아실현을 중시한고, 딸의 동성연애도 관용하는 여유로운 집안. 첫사랑은 결국 비슷한 계층에서 온 여인에게 관심을 두고, 본인이 먼저 마음을 돌렸음에도 불구하고, 애인의 변심을 눈치채고  외로워서 남자랑 잤음을 눈물로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아델을 그야말로 매몰차게 내쫓는다, 못된 xx  같으니라고!


그 이후 계획대로 유치원 교사가 된 아델은  고등학교 선생님처럼 아이들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첫사랑의 전시회에 초대받아 화려한 푸른색 드레스로 치장하고 전시회장을 찾는다. 전시회는 온통 아델이 모델이 된 그림이 가득하지만, 정작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첫사랑과 새로운 파트너.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전시회장을 나오는 아델의 쓸쓸한 모습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이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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