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추위, 비바람을 견디고, 타인과 부짖치며 전철역사와 계단을 오르고 내리기를 한 차례의 겨울을 시지프스의 고통처럼 견딘 후 봄이 왔다.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졌다.
흑백 사진이 느낌 있는 전시. 육체의 고통과 남편은 불륜등 고통으로 점철된 삶. 중간중간 자화상이 전시되는데 아름다운 그림도 있지만, 보기 힘들 정도로 힘든 그림들도 많다. 집에 와서 두고만 있던 프리다 칼로에 대한 책을 들쳐보았다. 그녀의 그림은 그녀 삶의 고통을 묘사하거나, 극복하기 위한 내용이라고.
2. 최승자 < 어느 게으른 시인의 일기>
부산 어느 서점에서 이 분의 시를 처음 만났다. 여성시인에게서 발견하기 힘든 다소 충격적이고 직설적인 표현들. 그리고 충격적인 개인사.
지적인 엘리트 여성이었다 노숙자로 발견된 과거가 있는 시인.
책의 말미. 시인은 독자로써 추정할 수 있는 그 시기에 대해 정신과 신체가 황폐화되어 있는 시기라고 고백한다. 생전 처음 떠난 미국여행에서 자신이 이국의 곳에서는 다른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발견했는데 그 이후는 자신에 대해 새롭게 발견하는 여행이었다고, 자신으로 떠나는 여행이었다고. 그런 개인사에 대한 선입견인지 책의 내용이 특별히 어둡거나 기괴하지도 않고, 작가가 행복한 어린 시절이라는 정신적 지지대를 가진 분으로 보이는데 무언가 어둡다. 죽음과 쓸쓸함에 대한 이야기.
우리나라는 지적인 여성이 이렇게 추락하는 경향을 즐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민감하고, 예민한 한 정신이 감내하기에는 미친 세상 아닌가? 책에는 교실에 든 도둑을 잡기 위해 미꾸라지의 눈을 찔러야 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인간이란 왜 이리 잔인한지.
3. 글로리
박연진 같은 무리들이 떵떵거리는 이 사회에서 통쾌한 복수극. 그러나, 저런 복수가 실제로 가능할까?
글로리의 한 장면을 보았다. 하도영과 예솔이 신 재연, 아주 이쁜 여자아이가 아빠한테 달려가 안기는데 아빠 표정이 행복 플러스 감동 그 자체였다. 명품쇼핑백을 들고 가는 소년이 아빠한테 회사에서 스트레스 많이 받냐고 물어보는데 아빠가 별로라고 대답했다. 비싼 거 사주는 아빠한테 미안해서 그런 걸까 귀여웠다.
이번 주말은 강렬한 내용이 많았다.워낙 세상이 미쳐 돌아가니, 미디어도 부드러운 내용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