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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an Aug 25. 2020

굿 라이어

 당신은 굿라이어인가요?

  - 스포가 있습니다.


  - 영화의 도입부에서 남자주인공 로이 코트네이(이언 맥켈런 분)은 명백히 굿 라이어이다. 

- 신분을 속이고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며,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기로 수십억을 재산가가 된 그에게 거짓말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기 보다는 사람을 속인다는 것에서 스릴을 느끼는 게임에 가깝다.  최근 그의 프로젝트는 전 대학교수이자 사십억의 재산을 소유한 자산가이자 미망인인 여자 주인공 베티 맥리쉬 (헬렌 미랜분)을 꼬셔 재산을 빼앗는 것이다.

. 둘은 온라인 데이트를 통해 알아가서 친해진다. 로이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여자의 모성애를 자극해가며, 여자를 꼬시는데 성공하고, 둘은 결혼까지 간다.  (물론 이해는 안갔다. 옥스퍼드 역사학과 교수 출신이라는 여자가 저렇게 쉽게 속아넘어가다니..)


  - 그러나 중반부를 넘어가면, 베티에게도 무언가 숨겨진 것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의 신혼여행으로 "베를린"을 선택하면서, 영화는 베티에게 무언가 있다는 암시를 남긴다. 베를린은 베티와 로이의 고향이자 한스(어린시절이 로이) 가 전쟁중 죽은 영국인 로이의 신분을 훔쳐서 인생을 세탁한 곳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베티의 목적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 (독일 여행을 통해 베티는 로이가 과거의 비밀을 깨우치기를 원했으나, 로이는 깨우치지 못했다.) 로이는 베티가 아직 자신을 사랑하는 순진한 호구로 착각하고 있다. 영화는 로이가 베티에게 완전히 속아넘어가 전재산을 잃는 과정을 보여주고,  베티와 로이의 과거사를 들추며 마무리를 짓는다.


  과거의 비밀이란 충격적이기 보다는 좀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이었다. 한스는 가난하지만 총명한 소년으로 부유하였던 릴리(둘의 공동 계좌의 비번인 릴리가 베티의 어린 시절 이름이다.)의 집에서 가정교사로 일하고 있었고, 릴리는 한스에게 일종의 연심을 갖고 있었다.  한스는 릴리의 자매들에게 무시받았다는 느낌을 받고 복수심에서 릴리를 강간하고, 아빠를 밀고하여, 릴리의 집안을 망하게 한 장본인이다.  한스가 험한 세상에서 생존하기 위해 거짓말장이가 되었듯 릴리도 고아로 삶을 헤쳐나가면서 거짓말에 능숙한 굿 라이어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영화의 종반부는 결국 굿라이어는 로이가 아니라 베티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든 것은 베티의 치밀한 설계( 거짓말)로 이루어진 복수극이었고, 속은 사람은 로이였다.  로이는 한 수 위인 베티에게 속아, 전재산을 잃고 , 그동안 사기를 벌인 댓가인 원한으로 인해 신체도 망가진다.  베티의 거짓말은 "복수"와 "악인 응징' 이라는 목표를 위한 수단이라면, 로이의 거짓말은 냉혹한 현실에서  철저한 생존을 위한 거짓말에서 점차 자기정체성이 되버린 "거짓말"에 가깝다.  그래서 그런것일까. 가족을 잃고도, 꿋꿋이 삶을 개척해나가며, 자기만의 가족을 이룬 베티와 달리 로이는 사람을 믿지 못하고 언제나 혼자이다..영화말미 그는 악착같이 모았던 재산마저 잃고  더욱 혼자가 되었다.  


거짓말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도구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 모두 생존하기 위해 때때로 거짓말을 한다. 어쩌면 우리가 의심없이 믿고 있는 것이 거짓말(종교, 정부, 유교, 기타 권위가 있다고 주장하는 말들 일 수 있고, 거짓말을 잘한다는 것은 어쩌면 적응기제가 발달하였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거짓말이 수단을 떠나 목적이 되었을 때 우리의 존재는 무엇이 되는 것일까? 하지만, 현대 사회란 이런 성찰마저 허용하지 않는 무자비한 사회가 된 듯 싶다.. 거짓말에 능숙하지 않는 자는 생존할 수 없는 일상의 홀로코스트가 도처에 있다고 느껴지는 것이 현대사회라면 너무 과장된 것일까?


이언맥켈런, 헬렌 미렌 두 대가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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