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wan Nov 21. 2020

크라운(The Crown)

- 영드 <크라운>에 대한 단상

영드 <크라운> 4편이 넷플렉스에서 개봉되었다.


사실 왕가에 대한 드라마는 어쩌면 시대착오적이다. 현실이야 어쨌든 현대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인식에 기초한 평등 민주주의 사회이니까..


4편은 대처가 수상이 된 이후 영국, 다이애나비와 찰스 원저 공의 결혼에서 파경을 주로 다루는 것 같다. 나는 영드 크라운 3편까지 괜찮게 보았다.


그러나, 4편은 보기가 불편하다. 일단 전편이 각각의 에피소드가 비교적 구분된 소재를 각각 별도로 다루고, 왕가라는 다소 식상하고 자칫 잘못하면 비위를 거슬릴 소재가 될 수 있는 주제도 별도의 에피소드가 등장하여 생각할 주제를 던지고, 왕가 인물 등 등장인물의 동기나 심리적 갈등이 어느 정도 설득력 있게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4편은 거의 모든 에피소드가 두 주제, 대처 시대의 영국(대처와 여왕의 관계), 다이애나의 왕가 입성 두 주제를 일관되게 다루고 있지만, 그다지 설득력 있게 다루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솔직히 이 드라마는 왕가 이외의 여자들에게 배타적이다. 다이애나의 섭식장애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것도 다이애나의 부정적 이미지를 고착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이며, 대처 역의 배우의 목소리는 시청을 방해할 정도로 짜증을 돋우는 목소리이다... 실제로 대처 목소리가 저러한가 싶어 인터넷을 찾아보니 배우의 연기가 과장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다이애나와 찰스의 결혼과 파경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 물론  사람들이 다이애나와 찰스, 커밀라 이 3자 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 관심에 대한 대응으로 제작진에서 4편에서 다루고 있는 것 같지만...) 솔직히 돈과 권력이 남아도는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 쾌락을 위해 연인을 갈아치우는 것이 전부인데... 다이애나와 이 삼각관계는 너무 많이 소비되어서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이지만,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흥미로운 소재를 재미있게도 만들지 못한 것 같다.  정부는 둔 채 왕가에 적합한 여자를 간택하여 결혼을 하고, 유부녀 연인과 연인관계를 지속하고, 다이애나는 이러한 남편에 지쳐 섭식 장애를 겪고, 외도를 하고 둘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별로 색다를 것 없는 뻔한 이야기, 노동에서 해방된 특권층이나 할 수 있는 행위, 사실 비호감적인 행위의 바탕에 무언가 이해를 구하려고 하니 이도 저도 아닌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찰스와 다이애나 둘 다 비호감이다. 물론 결혼 후에도 유부녀 애인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한 찰스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것 같지만. 찰스 역의 배우가 호감적이어서 찰스 왕세자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려고 하는 함정이 있다--;;)


생각해보니, 사람들은 왕가가 윤리적으로 완벽하거나, 배우자 간에 신의 정절을 기대하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은 누리기 어려운 부와 명예 그리고 자유로운 연인관계를 부러워하고 그러한 부와 특권을 누리는 소수의 사람들의 삶을 엿보기하는 것이 이 드라마의 첫 번째 목적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두 번째 목적은 왕가가 존재 의의를 찾기 위해 왕가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프로모션 용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는 인테리어를 보기 위해 이 드라마를 본다고 한다. ( 나는 영국 전원 풍경과 의상, 플라워 장식을 주로 본다.) 그러나 크라운 4편은 솔직히 먹고사니즘에서 해방된 돈과 권력과 특권이 전부인 계층이 나도 삶이 힘들다 하는 풍경을 보니 짜증이 돋는다고 할까?


이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는 대처 총리의 정책으로 인해 실업자가 된 한 남자가 버킹엄 궁전을 침입하여 여왕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며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다. 현실의 고통에서 배제된  왕궁이라는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가난과 실업, 외로움이라는 현실이 들어온다. (물론 이 드라마에서 여왕은 이 노동자를 굉장히 품위 있게 대하며 모든 비난은 대처에게 가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Secret Garde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