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 읽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wan Jul 02. 2023

삶과 욕망

어머니의 유산

고소장을 접수하고, 오랜만에 시내중심가의 서점에 들렀다.

이전보다 여름이 일찍 시작된 것 같은 시기 평일 오후 시내는 그나마 한적했고, 서점도 사람에 치이지는 않을 만큼 쾌적했다. 머리와 영혼은 이미  반이 혼이 나간 상태로, 활자와는 전혀 다른 생의 날것의 이면에 직면하여, 책과 문자를 비웃고 있었지만, 피폐해진 영혼은 그러나 습관처럼 책을 더듬고 있었다.

삶은 부산스러운 것이다.


일본 소설은 무라카미 하루키, 게이 요하시고의 추리 소설을 주로 읽었고, 한창 일드가 유행일 때도 그냥 잔인하다는 느낌이 전부. 난 서양체질이야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 다녀온 교토 여행 덕분인지 일본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는지 일본 두 권을 구매했다.


책은 두 파트로 구성되었다. 일 부는 실버타운에 입소한 어머니의  죽음과 유산을 계산하는 여주인공 두 딸 중 차녀가 기술하는 어머니와 아버지, 가족 관계에 중점을 둔다. 어머니는 복잡한 가정사를 둔 첩의 딸?로 어렸을 적 예술과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집안에 양녀 비슷하게 살았던 경험으로 상류사회 특히 예술과 지성에 집착하는 인물이었다. 두 딸에게 피아노를 배우게 하고, 이쁘게 단장하며 대리욕구를 만족시킨다. 어머니는 주로 장녀를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려 하고, 차녀는 늘 차별대우를 받았다고 느낀다. 부잣집에 첫째 딸을 시집보내는 데 성공하나, 딸은 건축가와 바람이 나 이혼하겠다고 하고, 이 와중에 어머니는 첫째 딸에 실망하고, 삼십 대 후반 유부남과 바람 비슷한 것을 피우고, 병에 걸린 남편을 요양병원에 버리다시피 한다. 이러한 어머니에 질린 차녀가  인연을 끊겠다 어머니한테 전화한 날 어머니는 사고가 나 혼자 거동하기 힘들게 되고, 결국 실버타운에 입소하고, 죽음을 맞는다는 이야기이다.

이 부는 주인공이 남편의 이혼 계획을 눈치채고, 혼자 어머니와 방문했던 남작의 고성을 개조해 만든 호텔로 여행 와 생각을 정리하고, 결국 남편에게 이혼을 먼저 통보하고, 혼자 자립할 결심을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자칫 젊은 여자한테 버림받은 불쌍한 여자의 눈물에 찻 복수나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즐겨 다루듯 새로운 능력연하남을 만나는 비현실적 설정이 아닌, 주인공이 나름 현실적 복수( 자신과의 이혼으로 재산분할로 남편이 오히려 빈털터리 되는 상황, 남편이 어머니의 유산 때문에 자신과의 이혼을 꺼려하고 있는 상황일 수 있다는 예리한 추리)를 하고, 자립 계획을 세우고, 먼저 이혼을 통보한다는 것이다. 여자의 이러한 선택을 가능하게 한 것은 어머니의 유산과 부잣집 언니의 도움 ( 유산 중 자신의 몫을 동생에게 양보, 이 부분이 이 소설의 비현실적인 부분이었다.  동생것까지 뺏으려고  하는 것이 현실일터, 역시 중산층 여성, 소위 돈이 좀 있는 집안에서 자란 여성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주인공이 어머니를 보는 시선에는 애증이 섞여있다. 어머니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는 타인을  이용하는 사람이지만, 딸들한테는 관대했다. 거의 뺏다시피 하여 결혼한 남편이지만, 병에 걸리자 그야말로 버려버린다. (아버지가 칠 년이나 요양병원에 있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건강상태가 그리 나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안타까웠고, 죄책감을 느끼지만, 딸들도 어머니의 선택에 동조한 것이나 다름없다). 어머니가 나중에 바람난 유부남 선생은 경박했고, 주인공이 선택한 남편도 문학 교수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학문에 관심이 없고 집안 좋은 여자들을  

쫓아다니지만, 자신에게 몰두한  여자들을 찾아 바람을 피우는 경박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유산으로 주인공은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게 된다.


현실적이기에 슬프지만, 하반부는 추리소설을 방불케 하다가 약간 비현실적으로 끝나 김이 빠진다.


결론은 벚꽃을 볼 수 있을 수 있는 현생을 즐기자는 이야기


 소설이 너무 많은 내용을 담기에 축약하기는 힘들지만, 예술과 지성이라는 추상적인 부분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시각도 일부 엿보인다. 주인공이 어머니가 이러한 나르시스성향에 대한 성격분석을 복잡한 가계사를 들여 분석하지만, 이 부분은 솔직히 읽기 질렸다.

보통 대다수 인물들은 현실에 맞추어 살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 내내, 내가 원하는 게 너무 없나. 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주변에 이렇게 욕망  실현에 강한 인물이 있다면 조심해야 한다.

또 다른 점은 인간의 노화에 대한 이야기로, 이 소설에서는 부모님의 노후나 죽음이 현실적으로 비참하게 그려지기 때문에, 노후를 어떻건 준비해야 할 건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주인공의 현실적인 복수와 자립이야기, 일본인의 이중성( 남편을 실제로 빈털터리로 만들면서 복수를 계획하고, 담담히 이별을 고하고, 남편 부모님과 형제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기 등등!!)은 참고해야 한다고 느꼈다. 삼십 년을 같이 산 남편이 이혼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렇게 냉담히 대처할 수 있을 여자가 얼마나 될까?





매거진의 이전글 트러스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