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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an Jan 14. 2024

Sea Sea

치유에 대해

삶은 고행이라고 누군가 내게 말한 적이 있다.

제삼자에게 직접 들어보니 무언가 기분이 낯설었다.

이것저것을 해본다.

순간순간 살아가는 것에 기쁨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려고

작년 ( 작년이라는 말도 낯설다. 그렇지만, 해가 바뀐 건 사실이니까)

베스트셀러로 프랑스 작가가 쓴 바다에 관한 에세이집이 있었다. 작가가 인생의 고난에 부딪쳐서 극복하는 과정을 바다의 특성과 비유하며 기술한 책이었다. 작가는 고통에  직면해 할 수 있는 건 바다로 도피할 뿐이었다.( 잠깐, 보통 사람은 걱정거리를 한가득 짊어진 채, 일터에 나가 생계를 꾸려야 나가야 하지 않나. 고통을 치유하려고 바다에 기대는 일상을 사는 건 특권층에게만 해당하지 않나.)나에게도 바다에 대한 로망이 있다.  책장에 박혀있는 몇 페이지 읽다만 서퍼들에 대한 책을 보면.

자연이 주는 위로가 있다. 정말 귀한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라고, 하늘, 공기, 바다, 숲, 나무, 열매 이 모든 것은 원래 주어져있는데 이 모든 규칙과 체제를 만들어 인간을 노동의 굴레 속으로 빠트린 것은 역시 인간이기에.

몇 개월을 바다에 기대 살 수는 없겠지만, 삼일 정도는 바다를 보러 갈 수는 있다. 문득 바다가 보고 싶다고 생각한 지  몇 개월 후 간신히 시간을 내본다.

서울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P사에서 옛 과자를 몇 개 사본다. (요즘 이런 레트로가 유행인가 보다) 열차에 올라 앞 좌석에 앉은 아저씨의 기괴한 행동에 눈감은 채 창 밖으로 지나는 풍경에  시선을 둔다. 도시를 벗어나 산과 숲. 흰 눈과 작은 개울이 보이며 마음은 다행히도 정화된다.  출근길 그렇게 짜증을 돋우던  흰 눈이 비로소 어떤 정서적 환기를 불러오는  눈이 된다. 겨울이라는 계절감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잡지를 들쳐보고, 브런치 앱의 구독 작가의 글을 열람하고 풍경에 눈길을 빼앗기고, 그러다 잠깐 에 빠진 사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분식집 앞에서 먹은 김밥 한 줄이 맛있었다. 회사 앞 분식집에서 꾸역꾸역 밀어 넣던 김밥과는 차원이 다른 신선한 맛. 이것도 여행지 기분때문이려나.

역을 빠져나오자  강한 바닷바람이 신체를 강타한다. 헬조선 척박한 이 땅에서 무대보로 버터온 뚝심으로 견뎌보다 이내 역사로 도피한다. (도망갈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숙소에 도착해 바다를 맞이해 본다. 바다와 하늘이 다채로운 색감을 가졌다는 것을 안 지 몇 년 안 되었다. 아직은 에메랄드 빛 바다. 멀리 끝이 없을 것 같은 수평선을 바라본다. 바로 샤워실로 직행해 여정의 노곤함과 일상때를 벗겨내 본다. 맥주 한 을 꺼내고 잡지를 펼쳐 읽기 시작한다. 리모컨을 켜 이영애가 나오는 마에스트라에 채널을 고정시킨다. 우아한 그녀와 화려한 그 녀의 집이 참 잘 어울린다. 이럴 때 어울리는  독서는 아마 소설이리라. 그러나 급한 데로 집어온 잡지에서 신작 영화 나폴레옹, 영드 크라운의 비평을 읽으며 별 감흥 없이 본 콘텐츠를 분석한 전문가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지성인 놀이를 한다. 룸서비스를 시켜 허기를 때운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돌솥비빔밥. 허겁지겁 밥을 밀어 넣는다. 두고 온 일상걱정에 거리를 두고 배가 부르자, 다이어리를 꺼내 새해 계획을 끄적이기 시작한다. 집에서는 그토록 미루어오던 새해의 다짐을 적는 일이 비교적 깨끗한 새로운 공간에서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니 역시 사람에게는 공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잠이 들고,  동트기 전 바다


도쿄국립신박물관에서 터너의 그림을 본 적이 있다. 무언가 황홀한 이미지가 어떻게 생겨났을까 궁금했는데, 형형하다  장엄하다 신비롭다는 비일상적인 형용사가 어울리는 일출광경을 보니 화가가 표현하려는 이미지가 이해도 되었다.

돌아오는 열차는 프랑스인, 중국인, 동남아인 등 언제부터 한국이 이토록  국제적인 도시가 된 것인지. 두려운 감정마저 느낀다. 한겨울 브르트고 난리 났던 손이 바닷가물의 효능인지 가라앉았다. 역시 자연은 위대하고 바다는 치유의 기능이 있다.

흔히 하듯, 재테크를 어떻게 하겠다. 시간 관리를 잘하겠다. 야심 가득 찬 목표를 적어놓고, 건강 관리를 앞으로 댕겨본다. 요즘에는 디저트에 관심이 간다. 식세러피라고, 아름답게 세팅한 플레이트는 기쁨을 준다. 앙증맞게 장식한 음료는 순간의 시름을 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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