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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an Aug 26. 2020

장 폴 뒤부아- 상속(la succession)

- 당신의 숙명을 다루는 방법

주인공 폴 카트라 킬리스는 자살로 삶을 마감한 가족들(어머니, 외삼촌) 내력이 존재하는 프랑스를 탈출해 마이애미에서 펠로타 선수로의 삶을 살고 있다. 그곳에서의 삶은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저녁에 잠에 들 때까지 행복과 만족을 느끼는 살아있다고 느끼는 삶이다. 그곳에서 그는 25살 연상의 노르웨이 여인인 인생의 여인을 만나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이 부분은 어머니뻘 여인과의 사랑을 다룬 줄리안 반즈의 one love story가 연상되기도 했다.)


“기적 같은 날들이었다. 경이로운 그 4년간 나는 오로지 행복을 속성 연마하고, 집중 실천하는데 몰두했다.... 매일,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여전히 살아있다는 기쁨을 맛볼 수 있기까지 28년을 기다려야 했다.. 모든 게 어긋나던 그 땅에서 나는 도망쳐왔다. ”


자유와 사랑이 공존했던 4년간의 완벽한 행복은 아버지의 자살 소식에 엔딩을 맞고,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고향에서 의사로의 삶을 살아간다. 

펠로타 선수로써의 삶이 본인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자살로 삶을 마감한 가족들의 굴레)를 벗어나 자유를 추구하는 삶이라면 프랑스로의 복귀는 그의 유전자에 박힌 자살충동의 숙명, 의무로의 삶이다. 


왜 그는 일상과 운명의 굴레를 묵묵히 받아들였을까? 대부분의 우리의 삶이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것보다는 사회적 제약과 운명에 매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젊었을 때 자유를 꿈꾸다가도 나이가 들면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며 정착하기 마련이다. 의사는 병을 치유하는 신성한 직업이다.  성인이 됨에 따라 우리는 사회 구성원의 공존을 도와주는 일을 목표로 살아간다. 가족을 만들고, 사회에 기여하고 (물론 사회에 기여하지 않는 직업도 많다.) 자신의 본래 욕망은 숨겨두거나 여가시간에 분출하는 식이다. 주인공의 가족은 스스로의 삶을 종결할 뿐만 아니라 남들의 삶도 종결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버지가 의사로서 의무의 삶을 살았듯이 그도 아버지를 계승하여 의사로서 살아가며 아버지가 비밀리에 수행하던 일-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환자들의 마지막을 이행해주는 일-도 계승한다. 주인공은 사실 금수저이다. (의사 집안에 스포츠 실력도 뛰어나고, 물질적 곤란은 겪지 않았다고 ),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삶의 고통을 계승하지 않으려는 듯 결혼하거나 자녀를 갖지 않는다. 또한 자신의 불행에 대해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객관적으로 성찰한다. (가족사를 제외하고 외부적으로는 그리 불행해 보이지 않았다.) 


불행의 원인은 너라고, 무언가 결정을 미뤄버린 겁쟁이인 너라고

왜 진정으로 살아내지도 못하고 죽어버리느냐고


그러나, 인생의 사랑이던 엥겔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는 의료업을 접고, 집을 팔고, 소형 아파트를 임차한다. 12층에서 그는 무엇을 생각하는 것일까? 이 책의 엔딩은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자유인지, 의무의 종결인지.. 실제 주인공이 어떤 행위를 하였는지도 열려있다.


책을 읽다 울어버렸다. 요즘 읽은 책 중 인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한 책이다. 숙명, 인생의 고통, 행복, 자유에의 추구, 도망치고 싶다가도 돌아가고야 마는 가족이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나에게 자유를 주는 것, 살아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쩔 때는 일상과 의무에 너무 파묻혀, 자신이 그 일상에 굴레에 너무 매몰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기도 하나 인간이란 늘 마음 한편에는 자유에 대한 열정을 두고 있다.

난 무엇을 할 때 기쁨을 느끼나. 자유를 느끼나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책 읽을 때, 그림 등 아름다운 것을 볼 때, 산책할 때, 영화 볼 때, 쇼핑할 때, 음악을 들을 때, 좋은 글을 볼 때와 그리고 글을 쓸 때. 타인의 호의, 대화

카페에서 차 마실 때 (요약하니, 전투적인 것은 싫어하고, 한량 놀이를 즐기는 것 같다. 그냥 여가생활에 파묻힌 것 같다) 그리고, 이런 행위는 생활을 위한 노동 후에 가능하다. 그나마 생동감 있는 행위라곤 여행? 낯선 도시를 거니는 것. 


바다, 요트, 노르웨이 여인, 펠로타 경기, 헤밍웨이(헤밍웨이의 가족도 자살 내력이 있다.) 푸른 바다와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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