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에 대한 긍정
밀라와 모세는 열차역에서 만난다. 밀라가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열차를 타지 않고 아마, 열차역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는 순간 어떤 남자가 나타나며. 밀라의 자살 시도는 무산된다. 모세, 집에서 자다 나온듯한 팬츠 차림에 온몸에 타투로 불량함을 한껏 보이는 그는 코피가 나고 쓰러진 밀라를 보살펴주고 돈을 요구한다. 둘은 영화에서 등장하는 만남이 그렇듯이 우연히 부딪치듯 만난다.
정신과 의사 아빠와 클래식 음악 연주자인 엄마, 수영장이 딸리고, 아름다운 가구, 식물과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는 좋은 집, 편리한 주방에서 신선한 아침을 먹을 수 있고, 바이올린 연주와 무도회 드레스가 관심거리인 보호받고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밀라, 이에 반해 모세는 약에 중독된 것으로 보이고 그로 인해 집에서도 쫓겨난 상태로 추정된다. (모세가 왜 약에 중독되는지 왜 집에서 쫓겨나는지 정확히 묘사되지는 않는다.)
풍요하고 완벽해 보이는 밀라 가족이 불안정해 보이는 이유는 밀라가 병으로 인해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밀라의 어머니 안나도 약에 의존하고 있고, 헨리와의 결혼생활도 원만해 보이지 않는다. 헨리조차 정신적 위기를 겪고 약물에 의존하며 이웃 여자에게 이끌린다.
밀라는 삶이 사라져 가는 한가운데 나타난 모세에게 속수무책 없이 끌리고 만다. 밀라가 모세로 인해 나쁜 영향을 받을 것을 두려워한 헨리와 안나는 모세를 밀라로부터 떼어내려고 한다. 어느 날 밀라가 모세를 만나 위험한 파티에 참가하여 술을 먹고, 행방이 묘연해지고, 건강까지 위험해지는 위기를 겪는다. 그러나 깨어나서도 모세를 찾는 밀라,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딸의 행복을 위해 헨리는 이제 모세에게 약을 처방해 줄 테니 밀라 곁에서 지내 달라는 요청을 하게 된다.
마음껏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된 밀라와 모세는 행복한가? 왜 밀라는 모세에게 그토록 끌리는가? 밀라가 가질 수 없는 삶을, 모세는 왜 약으로 그 삶을 낭비하는 것인가? 모세는 밀라의 편안한 집과 가족, 헨리가 처방해주는 약 때문에 밀라 옆에 있는 것이 아닌가? 영화를 보면 이런 질문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다고 각자의 동기를 분명히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모세와 밀라의 만남, 이 만남을 포용하는 헨리와 안나의 모습은 부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유한한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보여주는 것 같다. 인생 모 별거 없다. 불필요하게 고통받거나 억압받지 않는 것,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음악을 듣고, 연주하고, 춤을 추며 최대한 삶을 향유하는 것. 밀라의 생일파티에서 이웃집 여자가 아이를 낳으러 나가는 장면이 암시하듯이 이 영화는 삶과 생명을 긍정하는 영화이다.
그러나. 그렇게 살기가 쉬운가? 그렇다면 우리가 삶에서 지켜내 할 것은 그것뿐이 아닐까?
어딘가 낯이 익었던 여주인공 밀라 역은 <작은아씨들>의 천사 베스 역할을 한 엘리자스캔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