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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an Aug 22. 2020

비바리움

- 현대인의 삶을 그로테스크하게 묘사한 우화

 

스포 주의


다소 끔찍하지만 현대인의 출구가 없는 미로 같은 삶, 숨 쉴 수 없을 정도로 정형화된 삶을 묘사한 영화


이 영화에서 묘사하는 세계에서 인간은 탈출할 수 없고 제한된 공간과 수용자처럼 배급되는 물품에 의존해 점점 개성과 생기를 잃어간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평범한 젊은이였던 커플은 좀비처럼 반복되는 노동과 생활에 멍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은 남자는 노동(삽질) 그리고 여자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관리자 혹은 노예를 상징하는 “아기”를 양육하는 임무를 부여하고, 그 임무를 완수하면 용도 폐기된다. 


톰과 젬마는 결혼을 앞두고 살 집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는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인간이라기보다는 기계 같은 사내이다. 중개업자가 그들을 데려간 곳은 똑같은 집이 숨 막히게 이어진 주택단지. 그 주택단지 앞 9호 주택에 들어가게 된다. 부동산 중개업자의 웰컴 와인과 딸기를 거절한 그들이 집을 구경하는 순간 중개업자가 사라진다. 그들도 곧 이 우중충한 단지를 떠나려고 하나, 그들이 차를 몰고 어디를 가던 출발지였던 “9”호 주택 앞에 되돌아오고, 결국 기름이 떨어진 그들은 이 귀신 들린 것 같은 단지에 하룻밤을 머물게 된다. 다음날 아침, 식자재가 배달되고, 문 앞에 “어린 아기”가 배달된다. 아기는 부동산 중개업자를 닮은 기계 같은 아이이다. 배달된 상자에는 “아기를 키우면 풀려날 것이다.”라는 메시지가 있다. 탈출하기 위해 아기를 키우게 된 커플, 영화의 상당 부분은 가족에 대한 희화화 혹은 결혼을 무덤으로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싸우는 부부, 반항하는 사내아이. 남자는 집 앞 잔디를 파기 시작하고, (이 부분은 왠지 자기가 죽을 굴을 파는 이야기가 생각났는데. 역시 그러하였다.) 영화는 “모성”이라는 것도 비트는 것도 같다. 영화에서 아이와 여자는 유사 모자관계를 형성하게 되지만, 영화 말미 “난 너의 엄마가 아니야.”라고 말하는데. 모성이라는 것도 이 사회 시스템을 돌아가게 할 소모품을 낳기 위해 만들어낸 이데올로기가 아닐까 하고 물음을 제기한다.

  아기는 성장하여 결국 여자가 두려움을 갖게 될 정도의 성인이 된다. 노동에 지친 남자가 죽고 나서 분노한 여자는 성인이 된 아기( 괴물 또는 기계 같은 인간)를 죽이려 하다 이 거대한 주택단지를 탐험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자신처럼 동일하게 고통받는 입주자들을 만나게 된다.  결국 그녀는 괴물과의 싸움에 패하고,  아기(혹은 괴물)를 사회에 내보내는 역할을 다했으므로 역시 죽음을 맞는다. 그러나 이 괴물도 소모품의 운명을 피해 갈 수는 없다. 그는 커플이 처음에 만났던 부동산 중개업자의 자리와 이름 (마틴)까지 대체한다. 인간이 소모품처럼 취급되는 사회, 죽어야만 빠져나갈 수 있는 거대한 시스템, 사회, 인생과 가족에 대한 그로테스크한 한 편의 우화 같다. 역설적으로 이 영화는 인간에게 개성과 고유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운다.


처음에 이 영화를 볼 때는 호러무비인 줄 알았으나, 호러 무비보다는  <매트릭스>, <사피엔스> (미디어와 시스템에 가려진 인간의 본질, 대다수의 인간의 삶은 소수의 엘리트, 철학가, 정치가의 이익에 가려져 있다.)의 계를 잇는 영화라고나 할까. 무섭기는 마찬가지이다. 영화 내내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어떤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기계화된 가족 관계, 주입식 교육 등 우리를 왠지 망친 것 같은 시스템을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이다. 사회계급과 빈부격차를 다루었던 기생충보다 이 영화는 두 주인공이 시스템에 어떤 반기도 들지 못하고 무력하게 죽어갔다는 것이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진다.


비바리움(영어: Vivarium)은 관찰이나 연구를 목적으로 동물이나 식물을 가두어 사육하는 공간을 일컫는다. 대부분, 특정한 생물이 살아가는 환경 조건을 작은 규모로 만들어 작은 생태계처럼 보이게 한다.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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