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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an Aug 19. 2020

Conversations with friends

사랑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by 샐리 루니 


보비와 프란시스, 닉과 멜리사 사각관계를 중심으로 결혼, 사랑, 성정체성, 계급 문제를 묘사한 책. 이 책의 주제는 책의 하반부에서 “결혼”에 대해 보비의 주장 “일부일처제”는 인간의 자연적인 본성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제도일 뿐이다. 을  소설속에서 구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최초 보비와 프란시스는 과거 연인이자 현재 친구이고, 닉과 멜리사는 부부관계이다. 그러나 소설에서 이들의 관계는 각 각  역동적으로 변해간다. 소설의 주축은 닉과 프란시스의 연인관계의 성립이지만, 이들은 서로서로 관계를 맺으며 변화해한다.


사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권력이 많은 왕은 수많은 후궁을 두었으며, 역사상  유명 예술가들이 친구들끼리 연인 관계를 공유했다는 것을(하다못해 연애찌라시에도 A,B,C,D가 서로 서로 연인관계를 교차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혼이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력 생산의 단위이자 재산 상속의 단위이다. 사랑은 기능과 이해관계보다는  공감,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현실적으로 이것이 가능한가? (소설에서 주인공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랑은 불가능하며, 우울증은 필연이라고 한다.)


프란시스와 연인 관계인 보비와 닉은 프란시스보다 부유한 계급으로 묘사되는데, 프란시스가 보비와 닉에게 이끌린 것도 이런 배경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프란시스가 닉을 묘사할 때, 이집트 면 수, 고급 양모 외투, 신선한 아보카도, 커피 머신등 그가 가진 물질적 부에 대한 끌림을 보인다. 닉과 프란시스의 관계를 주도한 것도 프란시스이고, 닉은 소설에서 매우 “수동적인” 성향의 사람으로 묘사된다. (이것은 멜리사가 지적하듯, 책임을 지지 않고, 죄책감으로 고통받지 않으려는 고도의 심리적 전략일 수도 있다.) 소설 후반부 아버지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된 프란시스는 닉이 가져다주는 음식과 돈 그리고 보비의 물건에 의존해 삶을 지탱해나가기도 하고, 둘과의 관계가 종결된 이후에는 돈을 벌기 위해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된다.


이 들 4명의 관계는 사랑의 묘사라기보다는 인간관계에 대한 묘사같다.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 관계, 밀란 쿤데라에 의하면 “가벼운 관계”이다.  이들 사랑은 유동적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그들이 서로를 독점하는 관계에 대해 한계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멜리사는 닉과 프란시스의 관계를 알게 되자, 자신과 닉은 결혼관계를 유지할 것이지만, 닉과 프란시스와의 관계를 지속해도 된다고 한다. (우울증을 앓던 닉이 프란시스와의 관계 때문에 삶의 기능이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관계를 가지면서도 어느 관계의 축이 독점적인 관계가 형성되면, 다른 관계는 시들어간다.  이 관계는 프란시스와 닉이 독점적인 관계를 형성하자(흔히 불륜이라고 묘사되는 관계이지만 왠지 이 소설에서 이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나머지 관계는 희석된다. 그러다가, 소설 마지막 여러 계기를 걸쳐, 프란시스는 보비와 다시 연인 관계를 형성하게 되지만, 닉의 전화를 받으므로, 닉과 다시 연인관계가 형성되는 암시를 하며 끝난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서로를 독점하는 영원한 사랑을 믿는 사람과, 사랑의 유동성을 믿는 사람. 사랑을 믿지 않던 사반나와 독점적인 사랑을 갈구했던 테레사처럼, 밀란 쿤데라가 가벼운 사랑에 대해 회의적이었다면 90년대생 이 작가는 사랑의 유동성에 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실에서 순전하고 아름다운 사랑은 보기 힘들다.


이 작가는 90년대생으로 셀린져, 사강의 부활이라고 칭송받으며, 화려하게 떠오른 신예인데 몇 몇 인터뷰를 유투브에 봤다. “사랑”을 믿느냐는 “사랑이” 존재한다고 말하며 인터뷰어의 질문에 자신은 인간을 좋아하고 인간에 대해 깊이 신뢰한다고 말했다. 여러 매체에서 다루는 사랑에 대한 절대적인 이상화에 대해 회의적이고, 사랑이란 과연 순수한 것인지 여러 제도적, 정치적 그리고 환경적 요소에 좌우되는 것임을 말하고 싶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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