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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an May 14. 2021

외로와도 슬퍼도 울지말아요.

- 2021년 4월 ~5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Father


 이 영화는 미스터리에 가깝다.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느낌, 앤소니 홉킨스의 내적 혼란을 다루고 있지만, 사실 이 영화는 "우리가 보는 진실이 과연 진실일까" 묻는 것 같다. 관객을 헷갈리게 하는 게 주목적인 영화가 아닐까? 이 영화의 이런 내러티브는 성공적이어서 끝까지 영화를 흥미롭게 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무엇이 사실이고, 착각인지 혼란스럽다... 영화 속 고급 가구와 그림으로 장식된 런던의 고급 아파트는 넓고,  안락스러워 보여 치매에 걸린 앤소니 호킨스가 그닥 비참해보이지는 않는다 (요양원과 요양원 간호사 조차도 안락해 보인다. ) 앤소니 홉킨스의 치매 연기는 귀엽기조차 하다. 탭댄스를 추기도 하고, 사위에게 자기 시계를 훔쳐가지 않았느냐 물어보기도 한다. 우리가 열심히 성실히 살았을 때도, 인생은 우리에게 따귀를 날리기도 하고, 어쨌든 우리는 삶을 지탱해나간다. 그것이 우리의 존엄성을 앗아가지는 않는다. 



2) 찬실이는 복이 많지


전직 영화 프로듀서이나, 현재는 친한 여배우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찬실이, 이사 간 집에는 자애스러운 할머니와 흰 러닝과 빤스 차림의 장국영의 유령인 듯한 남자와 여배우의 불어 개인교사인 영과의 새로운 만남이 시작된다. 꿈을 향해 달려왔으나 나이 사십에 남자도 집도 돈도 없는 찬실이.. 인생이란 이런 것일까? 누군가에게 찬실이는 한없이 비웃고 싶은 대상일지도 모른다. 현실은 누구나 노후대비와 자기 앞가림 정도는 하고 살아야 한다. 그러나, 남에게 해 안 끼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고 살아온 찬실이.. 어려울 때 도와줄 주위 사람들도 있다.  찬실이가 얼른 힘을 내서 다시 일어섰으면 좋겠다.  이 영화는 장면마다 은근히 웃긴 장면, 대사가 많다.



3) 비커밍 아스트리스


어린 시절 보았던 프로그램 중 기억나는 몇몇 프로그램들이 있다. 그중 단연 최고는 말괄량이 삐삐.  집에 금화 상자를 놓아두고, 마음껏 살아가는 삐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나 보다. ( 내 기억 속에 삐삐의 집에는 무언가 찾기만 하면 나오는 물질적으로 풍부한 집이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자료를 검색해보니 그러한 물질적 풍요로움의 원인이  금화상자였나보다..) 이러한 삐삐의 애정으로 선택하게 된 영화, 그러나 영화는 10대에 아마도 한참 연상인 듯 유부남과 불륜관계를 맺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위탁모에다 맞겼다가 다시 찾아와서 결국 싱글맘이 되는 삐삐의 작가의 10대 시절이라는 다소 어두운 이야기이다.  영화에서 여주인공이자 작가는 아이를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아도 된다는 어머니의 권유와 지난한 이혼소송을 끝내고, 간통죄로 천 크로네를 낸 후 청혼하는 남자의 제안도 거절한다. 그리고, 십 대에 싱글맘이라는 그야말로 현실적으로 어려운 선택을 한다.. 더구나, 위탁모에 맡겼던 아이는 작가인 친엄마를 낮설어하며  엄마로 인정하지도 않는다. "말괄량이 삐삐"는 잠이 오지 않는 아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관계를 회복하려는 시도에서 유래한 듯싶다.  그래서, 영화와 말괄량이 삐삐라는 작품과 연관관계를 맺기는 힘들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삐삐는 어린이 만화로는 이상한 영화였다. 부모님도 없는 삐삐,, 그러나, 누구보다 씩씩하게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삐삐.. 영화는 말미, 할머니가 된

작가 린드버그가, 생일을 맞아 어린이 독자의 축하 카드를 읽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영화의 주제인 듯싶다. "현실이 어렵더라도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요." 영화의 주제는 이 문장으로 압축되는 듯 싶다. 


이 영화 중간, 삐삐를 읽고 감상문을 어린이가 내레이션이 나온다. "이상해요. 책에서는 모두가 죽잖아요. 그런데, 책을 읽으면 살고 싶어져요. 그리고 결심하게 되요. 외롭고, 배고프더라도 세상과 맞설 거예요. 자기만의 인생을 살아가요." . 어린이가 세상을 보는 시각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시선은 설득력 있다.  그렇다. 어리더라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른들과는 다른 선함과 영리함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삐삐의 세계에서 어른들은 하나같이 바보 같고, 어린이들이 똑똑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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