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Dig-
박물관에 있는 유물들을 볼 때 이 유물을 발견한 사람들- 탐사자들에 대해 궁금해한 적이 있을까? 과거의 유적이나 보물은 역사책에 남고, 사람들이 기억하지만, 정작 이 과거의 유물이 어떻게 발견되었는지, 그것들을 현재로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 사람들에 대해서는 좀처럼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나 또한 박물관의 유물들을 보고 감탄한 적은 있지만 탐사자들에 대해서까지 궁금해한 적은 없다. 탐사자들에 대해서는 이집트 파라오의 관을 발견한 탐사자들이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죽었다는 "파라오의 저주" 만이 떠오른다.
넷플릭스 영화 The Dig는 이러한 탐사자에 대한 이야기로 존 프레스턴의 2008년작 동명의 소설에 기초하고 있다. (작가는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 탐사원 피기 페곳(릴리 제임스 분)의 조카라고 한다. )
이차 세계대전이 막 발발하기 전인 1939년 미망인 이디스 프리티는 지역의 고고학자인 바질 브라운(랄프 파인즈 분)에게 서포크 지역의 우드브리지 근처 대밴 만의 소유 토지 위로 올라온 여러 개의 둑을 조사해달라고 한다. 영화는 이후 서튼 후 Sutton Hoo를 발굴하게 되기까지의 과정, 이디스 프리티와 바질 브라운의 개인사, 나머지 탐사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아버지를 간병하기 위해 청혼을 거절하던 프리티, 오래된 구혼자의 청혼을 드디어 받아들여 결혼 후 아들을 낳으나 남편은 곧 죽고, 프리티도 심장에 문제가 생겨 아직 어린 아들을 전쟁이 벌어지는 통에 남겨두고 생을 떠나야 한다. 아직 어린 아들이 걱정되는 프리티, 어머니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자신은 어머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약하지 않다" 고 말하는 아들.. 독학으로 고고학을 공부한 바질 브라운의 발굴에 대한 열정.. 인생 일대의 발굴을 위해 브라운은 그야말로 온몸으로 발굴에 힘쓰다가 나중에는 실수로 흙에 묻히는 사건까지 발생한다.. 남편이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게 된 여성 탐사원 피기 페곳 남편에게 자신의 길을 찾아 "어서가"라고 말하고, 자신도 새롭게 다가온 사랑을 잡는다.
과거의 기록을 보존하는 일, 인간이 역사를 연구하는 일은 자신의 존재를 구축하는 일과 닿아있다. 우리의 인생은 덧없이 흘러가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는 하루살이가 아니기에, 기념일을 축하하며, 느낌과 일상을 기록한다. 과거를 복기하고 의미를 찾는다. 과거를 찾는 노력은 유한한 인간의 존재를 벗어나, 영속성을 찾고 과거와 후세를 잇는 의미일 것이다.
영화가 끝날 때쯤 영국은 독일과의 전쟁을 공포한다. 영화의 마지막은 이디스 부인의 조카 로리 로맥스가 탐사과정을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그의 말처럼 사진으로써 탐사자들의 탐사의 순간순간은 일순간이나마 복원된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나 유한한 삶을 의미 있게 살려는 노력, 그 삶의 순간을 남기려는 기록, 과거의 삶을 복원하여 과거를 복기하고 의미를 구축하려는 탐사자들의 노력으로 인해 인류가 현재까지 영속한 듯싶다..
영화 The Dig는 과거에 애착하는 사람들을 통해 현실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말한다.
"인생은 덧없게 흘러간다. 잡을 것은 잡아야 한다고"
발굴 이야기로 하여 전혀 극적이거나 생동감이 넘치거나 하지는 않다. 19세기 영국 전원 풍경을 배경으로 시간, 과거, 상실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 잔잔하게 볼 만한 영화이다.
Sutton Hoo 발굴에서 전투사의 헬멧, 화금 벨트, 창과 방패 등이 발견되었고 7세기 이스트 앵글리아의 통치자 래드왈드의 소유물로 확인된다고 한다. 이 발굴로 263개의 보물이 발견되었고, 이 발굴을 통해 영국이 앵글로 섹슨으로 나눠어져 후퇴기로 알려졌던 7세기 에 대한 역사가의 이해를 변화시켰다고 한다. 왕국은 스캔디나 비아 국가뿐만 아니라 비잔틴 왕국과 이집트와의 교역이 활발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 기억에 남는 대사>
* 발굴작업에 열의를 보이던 프리티 부인은 건강 악화에 따라 실의를 느끼고 발굴 작업에도 관심을 잃는다..
이디스 프리티 : "모든 것이 헛되요. 언젠가 모두 사라지고 부패되죠.."
바질 브라운: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피기 페곳은 발굴 작업을 도우려 온 프리티 부인의 조카 에게 사랑을 느끼나 유부녀인 자신의 처지에 갈등한다. 프리티 부인이 갈등하는 그녀에게 하는 말
"인생은 덧없이 흘러가더라고요. 잡을 수 있을 때 잡아야 해요"
* 발굴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프리티 부인은 조카 로리 로맥스 (Rory Lomax)를 부른다. 그는 탐사과정을 사진으로 남기고, 친하게 된 피고트는 그에게 묻는다.. 둘은 이후 연인관계가 된다..
페기 피고트 : 왜 그리 사진에 집착하죠?
로리 로맥스 : 순간을 잡으려는 지속시키려는 노력이죠..
* 애써 발굴해낸 발굴 작업이 대영 박물관이 파견한 탐사대에게로 넘어가자 속이 상해 집에 돌아온 브라운에게 부인이 묻는다.
"돈도 안되는 그 일을 왜하냐고.."
"이 일을 잘하기 때문이지.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이 일을 해왔으니까."
서튼후(Sutton Hoo)는 이스트앵글리아 우드브리지 읍 근교에 위치한 6세기 및 7세기 초의 매장유적지이다. 완벽하게 보존된 배무덤한 기를 포함하여 서튼후 투구 등 대량의 앵글로색슨 유물들이 출토되어 예술사학적 및 고고학적으로 엄청난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발굴된 유물들은 대부분 현재 런던 대영박물관에서 소장 중이며, 유적지는 국민신탁에서 관리 중이다. (위키 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