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일기 (2021.07)
영화 오필리아는 셰익스피어 희곡 <햄릿>의 팬픽션의 일종으로, 오필리아의 관점에서 풀어나가는 영화이다.
원작 햄릿에서 오필리아는 햄릿에게서도 버림받고, 아버지는 햄릿에게 죽음을 당하는 등 잇단 비운으로 자살하는 캐릭터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오필리아는 왕궁의 모든 음모 - 클로디우스, 햄릿의 작은아버지이자 왕의 형으로 왕이 되서 왕비를 죽이기 위해 선 왕이자 햄릿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 를 햄릿에게 알려주고, 미친 척을 하며, 클라디우스의 시야에서 벌어나고 살아남는 기지를 보인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영화는 다분히 페미니즘적 성격을 띠며, 세 여자-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왕비, 마녀 사냥에서 살아남아 힐러로 은둔하며 살아가는 왕비의 언니, 오필리아- 가 주도하며 극을 이끌어 나간다. 이 영화에서 남자들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도망가자는 오필리아의 청을 거부하고, 결국 죽음을 맞는 햄릿은 유약하고 우유부단하며, 오필리아의 아버지, 오빠 등도 부수적으로 보인다. 이 영화에서 남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악인인 클로디우스일 뿐인데, 형의 부인을 유혹하고, 형을 독으로 죽이고, 모든 계략을 세우고, 자신을 사랑했던 왕비의 언니를 버리고, 마녀로 몰아 추방하고, 유령으로 변장하여 왕비의 언니의 거처 ( 독을 포함 여러 가지 약재를 만드는 곳)를 드나든다. 원작에서 유령의 존재는 선왕인데, 이 영화에서는 왕에게서 이 유령의 존재조차 빼앗아 버린다. 원작처럼 결말은 노르웨이 군대의 침입으로 왕궁이 몰락하며 끝난다. 다른 점은 왕비의 언니와 오필리아는 살아남는 이야기이다.
원작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천재성이 드러나는 작품으로, 삶과 죽음, 종교, 가족 간의 관계등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갈등을 증폭시키고 여러 의미를 암시하는데, 이 팬픽션이 원작의 모든 의미를 능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유명한 문학 작품이라도 희생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원작에서 가련한 희생양에 불과했던 오필리아를 주체적 존재로 설정하여, 여성의 역할을 능동적으로 보여주는 여성의 관점에서 다시 쓰는 이야기로 참신하고 볼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