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철수하고, 오프라인은 확장하는 퀵커머스 비즈니스모델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퀵커머스 전략, 이커머스 트렌드'는 도서 <취향과 경험을 판매합니다 -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모델> <비즈니스모델 사용설명서>의 내용이 참고되었습니다.
퀵커머스는 유통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퀵커머스는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몇 시간 내로 배송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요. 이는 고객의 즉시성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식입니다.
퀵커머스는 성격상 오프라인 거점이 있을때 효과적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상품을 직접 보고 만지고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데요. 이런 이유로 퀵커머스의 승자는 온라인 중심의 플랫폼보다는 오프라인 매장을 갖고 있는 기업이 될 것입니다.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 없이 매장을 물류센터로 활용할 수 있고, 배송비는 변동비적인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손익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퀵커머스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온오프라인이 구분되었던 시대에 오프라인은 고정비가 높은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러나 온오프라인이 통합된 시대에 오프라인은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반면 배달앱 플랫폼이나 배달대행사는 퀵커머스 시장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퀵커머스가 가능하려면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도심 어디엔가 가져다 놓아야 하는데, 이는 초기에 많은 투자비용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매월 고정비를 부담해야 하는 요인이 됩니다. 상대적으로 자금력과 MFC(소규모 물류센터, Micro Fulfillment Center) 인프라에 뒤쳐지는 배달앱과 배달대행사가 퀵커머스에서 고전하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물론 배달대행사가 기존 오프라인 매장과 협업하는 방안으로 경쟁력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사업자와 배달플랫폼 사업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퀵커머스 산업에 진입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성장이 답보 상태에 있거나 사업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이는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특징 때문이기도 하고, 조직구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곳이 올리브영입니다.
퀵커머스 시장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답보 상태인 가운데 올리브영의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올리브영의 2023년 온라인 부문 매출이 1조 원을 넘긴 것으로 잠정 집계되었습니다. 온라인몰을 처음 론칭한 2017년 첫해 매출이 600억 원에 불과했으나, 온라인 즉시 배송 서비스 '오늘드림'을 앞세워 6년 만에 1조 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입니다. 올리브영은 이런 흐름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도심형 물류 거점(MFC)을 더 탄탄하게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그럼 올리브영의 성공이유는 무엇일까요?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올리브영에서 판매하는 상품 중 대부분은 화장품과 같은 뷰티 제품입니다. 이런 제품들은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식품들보다 보관도 용이하고, 유통기간이 깁니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식품은 특성상 신선하게 보관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는 저온창고(콜드체인)와 같은 높은 초기투자비와 운영비를 필요로 합니다. 반면, 올리브영의 뷰티 제품은 상대적으로 물류비용이 적게 듭니다. 저온창고를 갖출 필요도 없고, 유통기간도 상대적으로 긴 제품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올리브영은 직영매장 비율이 높습니다. 2024년 1월 기준 올리브영 전국 오프라인 매장 수 약 1300개, 온라인 회원 수 1100만 명 수준입니다. 이중 오프라인 매장은 직영점 비율(절반 수준)이 높고 가맹점 비율(230여 개)은 낮습니다. 전국에 올리브영 매장은 촘촘하게 위치하고 직영매장 비율이 높다는 것은 퀵커머스가 가능하도록 하는 핵심요인입니다. 올리브영은 주문이 들어오면 주문 주소지와 가까운 매장에서 주문 상품을 포장·배송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합니다. 직영매장에서는 상품의 재고와 품질을 직접 관리할 수 있어 고객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뛰어난 온라인 역량입니다. 뷰티 산업 중 오프라인 편집숍은 올리브영을 따라올 사업자가 없습니다. 화장품과 위생 용품, 건강 용품 등을 취급하는 국내 헬스 앤 뷰티 시장 점유율은 85% 수준입니다. 오프라인 중심의 기업이 온라인까지 잘하기는 쉽지 않은데, 올리브영은 온오프라인을 모두 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옴니채널을 흉내 낸 기업은 많았지만 올리브영처럼 완벽하게 해낸 기업은 없습니다.
올리브영이 업계에서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유통기업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올리브영의 온라인 매출은 계속해서 상승하고(2023년 3분기 기준 25.9%) 있는 이유로 점포 네트워크를 활용한 빠른 배송입니다. 올리브영은 이커머스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는 기업입니다.
퀵커머스 시대의 도래는 생필품에서부터 식료품까지 대부분의 상품 구매가 온라인으로 연결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성장은 단순히 기술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퀵커머스가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온라인 쇼핑의 일상화를 첫 번째 요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온라인 쇼핑은 이제 일상입니다. 이는 쇼핑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서비스인 퀵커머스를 수용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인구구조의 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 밀레니얼세대는 '즉시성'과 '편의성'을 중요시하는 세대로, 이들의 소비 행태는 퀵커머스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밀레니얼세대에게 퀵커머스는 '일상의 외주화'에 해당합니다. 내가 직접 찾아가거나 기다릴 수도 있지만, 몇 시간 내로 원하는 장소에 배송받을 수 있는 퀵커머스는 쇼핑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크게 줄여 줍니다. 생산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일은 외주화로 해결하고, 그렇게 확보된 시간을 더욱 가치 있게 사용하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1인가구의 증가입니다. 1인가구는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상품을 신속하게, 소량(소포장)으로 구매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또한, 1인가구는 대체로 바쁜 생활을 영위하고 있으며, 이들에게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퀵커머스는 충분한 가치제안이 됩니다.
과거에는 배달을 부가서비스로 생각했습니다. 마트에서 정해진 금액만큼 구매하면 시간을 맞추어서 배달을 해주던 방식입니다. 그런데 퀵커머스는 부가서비스가 아니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배달’이 하나의 거대한 직업군으로 형성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거리를 달리는 배달 오토바이들이 많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직업에 종사하게 될 것입니다. 또는 투잡이나 N잡의 개념으로 배달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과 플랫폼이 증가할 것입니다.
점점 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중심으로 즉시성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외부 환경으로 1인 가구와 같은 사회 변화, 비대면 소비의 일상화는 퀵커머스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퀵커머스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일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물류 시스템의 효율성 개선, 배송 인력 문제, 환경 문제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이 필요합니다. 퀵커머스는 이미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기업 측면에서 퀵커머스는 많은 비용을 수반하는 비즈니스모델입니다.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인해 출혈 경쟁이 되고 있으며, 이는 수익성 악화로 연결됩니다. 각각의 업체가 자체적인 물류센터를 만들고 있다 보니 중복투자에 대한 부분도 문제입니다.
퀵커머스를 가장 잘 실현하고 있는 기업으로 중국의 알리바바를 들 수 있습니다. 알리바바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해서 유통망을 확보하고 이를 온라인 플랫폼과 연결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어 냈습니다. 여기에 전자상거래 및 물류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습니다.
알리바바가 운영 중인 식료품 체인점인 ‘허마셴성(盒马鲜生)’은 중국 주요 도시에 오프라인 매장을 설치한 후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급망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중심의 비즈니스로 인해서 제로 수준의 결품률과 5% 미만의 폐기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매장에서 3㎞ 이내의 가정에는 주문 30분 이내에 제품을 배달해주고 있습니다. 주문 및 배송 관리, 공급망 관리 등에서 탁월한 역량을 축적했기 때문에 이런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입니다. 구매 데이터 기반으로 해당 지역 내 선호되는 상품을 매장에 들여놓고, 수산물 등 즉시 시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오프라인 매장으로서도 인기가 높습니다.
오늘날의 허마셴셩이 있기까지는 많은 투자가 있었습니다. 알리바바는 식품 온라인 사업을 위해 3,6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롄화마트 지분 21.17% 와 중국 내 1위 마트 가오신지분 36.16% 인수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전용 앱으로 쇼핑 후 알리페이로 결제한 상품을 매장 내 바구니에 담아 자동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자원이 투자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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