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한 '마케팅의 정석',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 트렌드 분석방법
소비자 행동이란 무엇인가? 소비자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물건이든 정보든 모든 것이 넘치는 시대입니다. 너무 많이 먹어 문제가 되고, 정보가 너무 많아 또 다른 정보를 찾게 됩니다. ‘먹고사는’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다 보니 이제는 허기를 달래고 필요를 채우는 것이 소비의 주된 이유가 되지 못합니다. 무엇을 먹고, 어떤 것을 입으며, 어떤 가방을 들었는지가 그 사람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고 소비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유기농 식품을 고집하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친환경 소재를 찾는 것과 같습니다.
본 포스팅은 도서 <마케팅의 정석>의 일부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 선택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가격이나 품질, 브랜드가 중요하지만 ‘친환경’을 고집하기도 하고, ‘공정무역’이라는 가치에 매력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렇듯 소비자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어떠한 기준으로 제품을 평가하는지, 기업의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아는 일은 기업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마케팅 활동을 위해서는 소비자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마케팅은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해 매출을 증대시키려는 일련의 활동입니다.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행동과 관련된 다양한 측면을 분석해야 합니다. 연구개발 부서에서 제품을 만든 후 영업부서에서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것 을 개발단계에서부터 모든 조직원이 참여하는 전사적 마케팅 활동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소비자를 제대로 분석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스타벅스에 열광하는 소비자가 있는 반면, 스타벅스에는 전혀 관심 없는 소비자도 있습니다. 다양한 요인들이 제품 선택에 영향을 주기 때문으로 과거의 구매 경험이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개개인이 갖고 있는 가치관이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살아온 환경이나 문화권이 영향을 주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의 평가나 시선이 영향을 미칠 때도 있습니다.
기업은 소비자가 구매 전 어떻게 필요를 느끼게 되는지, 어디에서 정보를 얻는지, 어떻게 각각의 대안을 평가하는지 등 구매와 소비에 관련된 프로세스를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구매단계에서 실제로 결정한 제품을 구매하는지, 구매한 후에 어떠한 요인이 만족과 불만족에 영향을 미치는지, 불만족한 소비자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등에 대해 이해해야 합니다. 이렇게 얻어진 정보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소비자 행동 정보는 시장 세분화, 목표시장 선택, 포지셔닝을 결정하는 시장 전략 수립과 함께 제품, 가격, 유통, 촉진의 마케팅 믹스 계획에서 중요한 고려 요인이 됩니다. 효과적인 시장 세분화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욕구와 가치가 어떠한 변수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지 알아야 합니다. 또 목표시장을 선택할 때는 기업의 제품 특성이 목표로 하는 세분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제대로 어필할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소비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는 포지셔닝을 위해서는 소비자가 지금 어떠한 인식을 갖고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제품, 가격, 유통, 촉진을 활용하는 마케팅 믹스 별 계획을 위한 의사결정도 고객의 욕구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마케팅 믹스’라고 표현되는 활동들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다양합니다.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을 통한 다양한 자극에 소비자들은 동일하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살아온 환경, 과거 경험, 파악하고 있는 정보, 구매 당시의 상황 등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를 ‘블랙박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결국 소비자 행동은 소비자라는 블랙박스를 파악하려는 체계적인 노력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비자의 사회문화적 요인, 심리적·개인적 요인을 분석해 고객층에 맞는 마케팅을 펼쳐야 하고, 소비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비즈니스의 많은 활동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디지털 마케팅(퍼포먼스 마케팅)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소비자 구매의사 결정 과정은 기술 및 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변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용할 수 있는 매체가 많지 않았던 과거에는 인지→흥미→욕구→기억→구매로도 소비자행동을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인지→흥미→검색→구매→공유의 방식으로 소비자행동이 변화되었습니다. 2010년 이후부터는 스마트폰과 맞물려 소셜미디어 사용이 일반화되면서는 소비자행동은 공감→확인→참가→공유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소비자행동을 설명하기 위한 것일 뿐 모든 소비자들이 순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지는 않습니다.
"인스타그램에 홍보하면 효과가 있다던데",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면 사람들이 볼 거야.", "열심히 하면 입소문이 나겠지"와 같은 막연한 기대로 마케팅을 접근해서는 안됩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홈페이지 등의 모든 채널은 채널마다의 특성이 있습니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고 성과측정도 용이하지만, 정확히 알고 실행하지 못하면 시간과 비용만 소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기업이 준비되지 않은 채 디지털 마케팅을 진행하면 오히려 부정적 리스크를 발생시켜 큰 상처를 남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도 소비자 관점에서 정보를 탐색하고 그들의 의사결정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공감한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유익한지를 검색하고 체크한 후 참가를 결정합니다. 이때의 참가란 반드시 구매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소셜미디어의 특성상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르거나 유튜브에서 댓글을 다는 행위들도 참가에 해당합니다. 브랜드에서 만든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했다면 이것도 참가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확인하고 참가한 소비자는 그 정보를 지인들에게 소셜미디어로 다시 공유하곤 합니다. 공유된 정보를 본 사람들은 정보 자체에 공감한다기보다 발신원이자 친구인 ‘나’에게 공감한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입니다.
공감→확인→참가→공유의 소비자 행동은 아는 사람이 주는 정보의 효과성 때문입니다. 실제 오프라인에서 만나 적은 없지만 평상시에 친구나 팔로워 관계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신뢰하는 것입니다. 물론 똑똑해진 사람들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정보를 얻었다고 해서 구매를 바로 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검색이라는 행동을 통해서 추가적인 정보탐색을 합니다. 이처럼 스마트폰과 다양한 소셜미디어 덕분에 공감한 후 확인해 보고 참가하는 형태로 소비자 행동이 변화된 것입니다.
엔겔-콜렛-블랙웰(Engel, Kollat, Blackwell)이 주장한 소비자 행동모형은 소비자를 입력에 반응하여 행동(출력)하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파악하여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해명하고자 한 모델입니다. 구매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사회적·문화적 요인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지만 소비행동을 구매의사결정과정, 정보처리과정, 영향변수 등로 구분해서 체계적으로 접근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EKB 모델에 따르면 사람들은 문제를 인식하면 정보를 탐색하고 대안을 평가한 후 구매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구매의사결정과정에서 개인적 특성과 라이프스타일 등이 영향을 미칩니다. 이를 마케팅활동에 적용하기 위해 기업들은 1) 지각, 기억, 태도와 같은 소비자행동의 내적요소, 2) 사이코그래픽스, 문화, 사회계층, 가족, 대인적 영향, 상황적 요인, 소비트렌드와 같은 소비자 행동의 외적요소, 3) 관여도, 구매의사결정과정, 학습과 같은 관여 수준과 구매의사결정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출현하기 전까지는 꽤나 그럴싸하게 통용되어 왔습니다.
기업들은 문제인식 → 정보탐색 → 대안평가 → 구매(전환) → 구매 후 행동으로 소비자 행동을 나누어서 마케팅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 중에서 제품과 서비스에 관심을 끌기 위해 '문제 인식'을 중심으로 광고 등의 캠페인에 집중했습니다. 문제 인식 단계에서의 자극은 1) 특정 상표에 대한 소비자의 신념과 태도가 강할수록, 소비자의 경험이 일관적일 때, 3) 자극을 받아들이면서 생기는 걱정이 커짐에 따라, 4) 구매 후 부조화의 가능성이 클수록 지각적 방어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았습니다.
소비자행동 변화의 결정적 계기는 스마트폰입니다. 사람들은 사무실에서도, 집에서도, 걸어 다니면서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더 현명한 소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TV에서 광고를 접했다는 이유만으로 구매를 하지 않습니다. 어디서나 구매할 수 있는 제품에는 브랜드, 고객충성도, 포지셔닝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존도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다양한 기술적 특성과 품질을 평가하기 어려운 시대에서는 특정 브랜드를 선호했습니다. 사람들은 삼성이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구매하던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상품의 품질을 언제 어디서나 평가할 수 있게 되면서 충성도가 예전만큼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브랜드는 인지도, 지속성, 애착, 특권이라는 측면에서 앞으로도 가치가 있겠지만, 품질 평가에 대해서는 브랜드의 역할이 감소하고 있기도 합니다.
소비자의 행동을 기업관점에서 재구성한 것이 퍼널(Funnel)입니다. 퍼널은 고객이 유입되고 전환에 이르는 단계를 수치로 확인하고 분석하는 방법론입니다. 광고 등을 통해서 제품과 서비스를 인지하고 관심을 가지게 된 후 구매로 이어지거나 이탈하게 되는 것으로 깔때기 모양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서비스의 취약 단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경험을 개선하는 방법론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퍼널 전략(Funnel Strategy)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려오는 모양을 가지고 있어 깔때기 모양이라고도 불립니다. 소비자 행동의 흐름은 인지/관심(Attention/Awareness), 이해(Interest), 욕망과 확신(Desire), 구매(Action)로 이어지는 AIDA를 많이 차용합니다.
물론 AIDA 모델은 많은 한계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의사결정과정에서 검색을 하기도 하며, 소셜미디어상에서 친구들의 의견을 묻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들은 또 다른 친구들에게 보여주면서 상호 간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TV나 신문은 인지가 구매로 이어지는 일방적 매체소비 접근인 반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소비자 참여에 의해 자발적 공유와 공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확장구조입니다. 이러한 것을 네트워크기반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기업은 전통적 마케팅 퍼널과 네트워크기반 마케팅 퍼널을 모두 적용해야 합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잠재고객들에게 상품과 브랜드를 인지시켜야 합니다. 이 과정이 인지 및 친숙단계에 해당합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상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추가설명 및 스토리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 과정이 친숙 및 고려단계입니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구매단계입니다. Top of Funnel에서는 브랜드 인지를, Middle of Funnel에서는 상세설명이나 스토리텔링을, Bottom of Funnel에서는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것이 퍼널전략(Funnel Strategy)의 핵심입니다.
소비자 구매의사결정과정에서 일관된 경험은 콘텐츠 구성에 대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조인성 결혼’이라는 광고를 클릭했는데, ‘아직은 생각 없다’라는 낚시성 콘텐츠가 나오면 방문자는 이탈해 버립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조인성이 아직 결혼에 생각이 없는 이유’라는 카피를 사용했다면 초기 클릭률은 낮을 수 있어도 이탈률은 낮아지게 됩니다. 고객이 거쳐가는 모든 여정에 연관성 있는 경험치를 제공해 줘야 고객 기대가 충족되고 캠페인의 효율이 높아집니다.
상품의 기능적 특징뿐만 아니라 경험과 만족도를 고려해서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경험이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경험경제(Experience Economy) 시대가 된 것입니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 트렌드와 결합되어 기업의 경영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라이프 스타일의 추세, 유행 등에 관심을 갖고 시장의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다는 것은 하나의 삶의 관점을 깊이 있게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라이프스타일을 비즈니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마케팅의 포장된 과장보다는 취향과 경험의 전체적인 모습과 맥락을 이해해야 합니다. 브랜드가 소비자에 제공해야 할 것은 삶에 대한 의미 있는 해석과 맥락을 갖춘 상품이어야 합니다.
소비자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판매합니다. 제품에 담긴 사고방식이나 그것을 사용하는데에서 오는 기쁨과 만족감을 판매하고 있는 것입니다. 라이프스타일, 취향, 경험을 판매하는 기업은 고객경험을 기업문화로 만들어낸 곳입니다. 일회성 캠페인이나 광고성 문구가 아닌 비즈니스모델과 브랜딩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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