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의사결정 과정과 마케팅 활용, 기본에 충실한 마케팅의 정석
소비자들은 어떻게 구매의사 결정을 하는가?
기업들은 소비자 행동을 ‘인지→흥미 유발→욕구→기억→구매’의 형태로 바라보았습니다. ‘EKB(Engel-Kollat-Blackwell Model) 모델’이 소비자 행동을 설명해주는 이론적 근거입니다. EKB 모델에 따르면 사람 들은 문제를 인식하면 정보를 탐색하고 대안을 평가한 후 구매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러한 구매의사 결정 과정에는 개인적 특성과 라이프스타일 등이 영향을 미칩니다.
이를 마케팅 활동에 적용하기 위해 기 업들은 1) 지각, 기억, 태도와 같은 소비자 행동의 내적 요소, 2) 사이코 그래픽스, 문화, 사회계층, 가족, 대인적 영향, 상황적 요인, 소비 트렌드와 같은 소비자 행동의 외적 요소, 3) 관여도, 구매의사 결정 과정, 학습과 같은 관여 수준과 구매의사 결정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출현하기 전까지는 꽤나 그럴싸하게 통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EKB 모델을 근거로 소비자 행동을 ‘인지→흥미 유발→욕 구→기억→구매’의 형태로만 바라보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의사결정 과정에서 검색을 하며, 소셜미디어 상에서 친구들의 의견을 듣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들은 공유를 통해 상호 간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은 인지가 구매로 이어지는 일방적 매체 소비 접근인 반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소비자 참여에 의해 자발적 공유와 공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확장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구매의사 결정은 어떤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어떤 상황에서 구매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구매의사 결정이 단순한 형태로 아주 빨리 이루어지기도 하고, 복잡한 형태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편의점에서 생수를 구매하는 것처럼 가벼운 의사결정도 있고, 자동차와 같이 한 번도 구매해 본 적 없는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는 의사결정도 있습니다. 또 백화점에서 윈도쇼핑(window shopping)을 하다가 할인행사에 이끌려 구매하는 충동구매 의사결정도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소비자들이 어떠한 유형의 구매의사 결정을 하는지 면밀히 파악해 다양한 전략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사람들의 태도를 바꾸려 하지 마라
한 연구에서 사람들에게 똑같은 와인을 두 잔씩 나누어주고 맛을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같은 와인이지만 하나는 ‘매우 비싼 것’이라 하고 다른 하나는 ‘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구 결과 사람들은 ‘매우 비싼’ 와인을 선호했을 뿐만 아니라 ‘매우 비싼’ 와인이 실제로 참가자 들의 두뇌도 활성화시켰다고 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안토니오 랭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와인의 가격이 높으면 저렴한 와인보다 맛이 풍부할 것이라는 기대를 뇌에 전달하고, 실제 와인을 마셔보기도 전에 뇌가 이미 ‘좋은 와인’이라는 결론을 내려 버린다고 합니다. 비싸다고 생각되는 와인을 마시면 그 와인의 실제 가치와 상관없이 뇌의 만족감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람들은 ‘사망확률 20%’라는 말보다 ‘생존확률 80%’라는 말을 두 배 이상 선호하며, ‘15% 지방이 포함된 고기’라는 표현보다 ‘85% 살코기’라고 표현된 고기를 더 많이 구매한다고 합니다. 같은 이야기임에도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맥도널드의 ‘맥카페’ CF는 사람들의 이러한 심리를 활용한 광고 중 하나입니다. 맥도널드는 스타벅스를 의식하면서 커피시장에 진입했습니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맥도널드는 사람들의 심리를 파고들었습니다. 일반인에게 2천 원짜리 커피와 4천 원짜리 커피를 맛보게 하고 더 맛있다고 생각하는 커피를 고르게 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4천 원짜리 커피를 골랐는데 두 개는 같은 커피였습니다.
사실 미각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면 맛의 차이를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시각에 의존해 의사결정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매장의 분위기 또는 커피를 담는 잔이나 글라스가 고급스러워 보인다거나, 가격이 어떤가에 따라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맥카페 광고처럼 동일한 커피를 동일한 잔에 제공하면 사람들은 가격표에 따라 차이를 느끼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은 소비자들의 기호와 생각에 가까이 다가가야 합니다. 혁신적인 제품만 만들면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소비자는 지금까지 자신이 믿어온 것에서 크게 벗어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겐 작은 변화를 원하는 메시지가 큰 변화를 요구하는 메시지보다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소비자를 제대로 이해만 한다면 기업들은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제공하고, 무엇을 공유할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져온 자신의 믿음과 행동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더 좋아합니다.
이 글은 <마케팅의 정석 / 도서출판 책길 / 은종성 지음>의 도서 일부분을 발췌한 것입니다. <마케팅의 정석>은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교보문고바로가기 알라딘바로가기 예스24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