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를 뜻하는 multi와 외적 성격을 뜻하는 persona의 합성어.
도서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모델 - 취향과 경험을 판매합니다>와 <커머스의 미래, 로컬>의 내용이 참고되어 구성되었습니다. 인터뷰어에서 책과 함께 저자의 강의로 콘텐츠를 만날 수 있습니다.
현대인은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다양한 역할과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은 직장에서는 전문성을 중시하는 커리어우먼일 수 있지만, 퇴근 후에는 덕질(특정 관심사에 몰두하는 활동)에 열정을 쏟는 ‘덕후’로 변모하기도 합니다. 이는 사람들이 하나의 정체성에 얽매이지 않고, 상황과 욕구에 따라 자신을 유연하게 정의하고자 하는 것인데요.
소셜 미디어의 발달도 이러한 멀티 페르소나를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플랫폼별로 다른 정체성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IT 회사에서 기획자로 일하는 김소영 씨는 유튜브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강조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후에는 '도시 여행' 콘텐츠를 제작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플랫폼별 자기표현은 각기 다른 페르소나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멀티 페르소나는 소비 패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한 사람이 다이소에서 실용적이고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면서도, 명품 가방을 소유하는 이유는 소비가 더 이상 경제적 수단에 국한되지 않고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도구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저렴한 일상 용품으로는 실용성과 효율성을 충족시키고, 명품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소비됩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각기 다른 상황에서 다른 페르소나를 기반으로 소비 결정을 내립니다. 소비의 이유와 맥락이 달라질 때, 동일한 소비자가 전혀 다른 제품과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현대 소비자들의 멀티 페르소나 특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것은 과거에 '고객을 20~30대 여성'으로 단순히 정의했던 단편적인 시장 세분화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소비자의 행동과 가치관이 복잡해진 시대에서는 연령, 성별, 소득 수준과 같은 전통적인 기준만으로 고객을 구분해서는 안됩니다.
지금의 소비자는 단일한 프로필로 설명되지 않으며, 각 개인이 상황과 욕구에 따라 다양한 소비 경로를 선택합니다. 이를 반영하지 못한 단순한 시장 세분화는 브랜드가 고객과의 관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게 만들며, 오히려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을 높입니다.
따라서 오늘날의 시장 세분화는 라이프스타일, 가치관, 관심사, 그리고 특정 상황에서의 소비 동기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고객을 '20~30대 여성'이라고 정의하기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여행, 문화 체험, 새로운 레스토랑 등 경험 중심의 소비에 투자)', 효율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다이소, 온라인 쇼핑몰, 할인 행사에 높은 관심),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환경 보호와 윤리적 소비를 위한 지속 가능한 브랜드 선택)로 정의하는 것이 설득력이 높습니다.
소비자들은 단일한 트렌드에 매몰되지 않고, 개인의 독특한 취향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살아갑니다. 흑백요리사처럼 대중적인 콘텐츠를 소비하면서도,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와 같은 틈새 취미에 몰두하는 이유는 다양한 문화와 정체성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열린 사회적 환경과 맞닿아 있습니다.
특히,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나는 하나의 틀이 아닌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며,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독창성을 증명하곤 합니다. 한 사람이 대중적 트렌드와 니치 취미를 동시에 즐기는 이유는 바로 이런 자기 발견과 표현 욕구의 복합성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멀티 페르소나는 다양한 정체성과 취향을 가진 현대 소비자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데 중요한 개념이지만, 그 이면에는 몇 가지 단점과 위험 요소도 존재합니다. 특히 SNS와 디지털 공간에서 멀티 페르소나가 왜곡될 가능성은 기업의 브랜드 신뢰성과 소비자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멀티 페르소나는 긍정적으로는 개인의 다양한 면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부정적으로는 과장되거나 왜곡된 정체성을 나타낼 위험이 있습니다. 이는 종종 SNS에서 '디지털 허언증'으로 나타나며, 실제 삶과 SNS에 나타나는 이미지 간의 괴리감이 문제를 일으킵니다.
기업 관점에서 이는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신뢰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SNS에 자신을 이상적으로 꾸며 브랜드 제품을 과시하지만, 실제로는 구매력이 부족하거나 해당 제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브랜드는 잘못된 고객 프로필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게 되고, 이는 결국 비효율적인 캠페인으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멀티 페르소나 현상은 브랜드와 마케팅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과거에는 특정 소비층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규정하고 타겟팅하는 방식이 효과적이었지만, 현대에는 소비자의 다양한 페르소나를 이해하고 각각에 맞춘 메시지와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가 더욱 주목받습니다. 브랜드는 이제 단일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각기 다른 페르소나를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접점을 제공해야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소비자의 다양한 페르소나를 모두 만족시키는 개인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실행하기에는 여러 한계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인구 5170만 명 모두에게 맞춘 개인화는 기업 관점에서 상당한 비용 부담과 복잡성을 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제품을 1천 개 생산하는 것과 10만 개 생산하는 것 사이에는 제조 원가에서 큰 차이가 발생합니다. 또한, 소량 생산과 높은 맞춤화는 재고 관리, 물류, 유통 등 모든 운영 과정에서 비효율성을 증가시키며, 결과적으로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완전한 개인화는 이상적이지만, 대규모 시장에서 실행 가능한 접근법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멀티 페르소나를 가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이에 대한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방안 중 하나는 페르소나를 그룹화하여 접근하는 것입니다. 이는 소비자를 특정한 공통 특성을 기준으로 세분화하고, 각 그룹에 적합한 메시지와 제품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패션 브랜드라면 소비자를 ‘편안함을 중시하는 실용적 소비자’와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트렌드 소비자’와 같이 몇 개의 주요 그룹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기업은 과도한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나이키(Nike)의 사례를 살펴보면, 나이키는 소비자를 '퍼포먼스 중심의 운동선수', '일상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 '패션 아이템으로 운동화를 찾는 사람' 등으로 그룹화해서 개인화된 메시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퍼포먼스를 중시하는 소비자에게는 고기능성 운동화를, 패션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는 스타일을 강조한 디자인의 제품을 제공하는 방식인데요. 각 그룹의 니즈에 맞춘 제품과 마케팅 메시지를 통해서 다양한 소비자층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유니클로(Uniqlo)도 비슷한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유니클로는 기능성, 합리적 가격, 패션 트렌드라는 세 가지 주요 축을 중심으로 소비자를 그룹화하고 있습니다. '기능성을 선호하는 실용적 소비자'와 '스타일을 중시하는 소비자' 모두를 겨냥하여 각각의 메시지와 제품 라인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기능성을 강조한 히트텍(HEATTECH) 제품은 실용적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며,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은 패션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페르소나 그룹화는 다음과 같은 이점을 제공합니다. 첫째, 모든 소비자에게 맞춘 개인화보다 비용 효율적입니다. 기업은 공통 특성을 가진 주요 그룹에 집중함으로써, 마케팅 및 제품 설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둘째, 각 그룹의 니즈에 맞춘 집중적인 메시지는 설득력을 강화하고, 소비자와의 연결성을 높입니다. 셋째, 그룹화된 페르소나는 시장 변화나 새로운 데이터를 반영하여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으므로, 시장 트렌드에 적응하기 용이합니다.
이 전략을 실행하려면 먼저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하여 그룹화의 기준을 설정해야 합니다. 구매 데이터, 관심사, 행동 패턴 등을 기반으로 공통된 특성을 가진 소비자 군집을 정의합니다. 예를 들어, 스포츠 브랜드라면 소비자를 ‘일상 운동 애호가’, ‘전문 선수 지망생’, ‘취미로 가볍게 운동을 즐기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그룹화는 단순히 소비자의 연령이나 성별에 의존하기보다, 그들의 심리적 동기와 상황별 행동을 반영한 분류를 목표로 합니다.
콘텍스트 타겟팅은 소비자를 개별적으로 분석하여 접근하는 마이크로 타겟팅과 달리, 소비자가 처한 상황(context)에 맞추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입니다. 이는 소비자의 특정 순간, 환경, 니즈를 중심으로 행동을 이해하고, 그 상황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인데요.
콘텍스트 타겟팅의 사례로 넷플릭스(Netflix)를 들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단순히 시청 이력뿐 아니라 시간대와 상황을 분석하여 추천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주말 아침에는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추천하고, 늦은 밤에는 스릴러나 심야 드라마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사용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콘텍스트 타겟팅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 효율성과 실행 가능성입니다. 개별 페르소나를 분석하지 않고도 소비자가 처한 특정 상황이나 시점에서 그들의 니즈를 이해하고, 이에 맞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높은 공감대와 구매 전환율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상황 중심의 타겟팅은 다양한 소비자층의 니즈를 한꺼번에 포괄할 수 있어,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실행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콘텍스트 타겟팅은 여러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매 여정 중심의 타겟팅은 소비자가 제품을 탐색하는 초기 단계, 구매 직전 단계, 구매 후의 단계에서 각기 다른 메시지를 제공하여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시간과 장소를 기반으로 한 타겟팅은 소비자의 특정 행동 패턴을 이해하여 메시지를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가용할 수 있는 자원(사람, 시간, 돈 등)이 부족한 스타트업이나 중소규모 사업자에게는 넷플릭스와 같은 사례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무적인 관점에서 중소규모 사업자가 효과적으로 콘텍스트 타겟팅을 진행하려면, 고객의 구매 여정을 분석한 뒤, 구매 여정의 각 단계에 맞춘 마케팅 활동을 진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동네 커피숍의 경우 오전 시간에는 ‘아침을 깨우는 커피 할인’을, 오후 시간에는 ‘달콤한 간식과 함께하는 티타임’과 같은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제한된 자원으로도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고, 구매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모듈화는 기본적인 제품 구조를 유지하면서, 소비자가 자신만의 선택을 통해 부가 요소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도록 설계된 방식을 말합니다. 이를 통해 기업은 모든 소비자 페르소나를 타겟팅하기 위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지 않아도 되며, 한 가지 제품이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모듈화 된 제품/서비스 설계의 대표적인 사례로 '서브웨이'를 들 수 있습니다. 서브웨이는 기본적으로 샌드위치라는 틀 안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재료를 선택하고 조합해 자신만의 맞춤형 메뉴를 완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하나의 제품이지만 소비자의 다양한 페르소나를 동시에 만족시키고자 하는 것인데요..
서브웨이는 메뉴를 구성하는 빵, 메인 재료, 채소, 소스 등을 각각 모듈화 하여 선택 옵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빵의 종류(허니 오트, 화이트, 플랫브레드 등)부터 시작해 메인 재료(치킨, 터키, 베지 등), 채소, 그리고 소스(랜치, 머스터드, 스위트 어니언 등)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고객은 자신의 입맛, 건강 상태,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샌드위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건강을 중시하는 고객은 칼로리가 낮은 빵과 신선한 야채를 선택하고, 맛을 중시하는 고객은 풍부한 고기와 강한 맛의 소스를 조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기본 메뉴가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는 구조는 모듈화 설계의 장점을 잘 보여줍니다.
이 같은 설계는 서브웨이의 효율성에도 기여합니다. 모든 재료는 동일한 공급망에서 조달되고, 각각의 재료는 여러 조합에서 활용되기 때문에 재고 관리와 비용 효율성이 극대화됩니다. 또한, 고객이 메뉴 설계 과정에 참여하면서 자신이 주체가 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브랜드에 대한 몰입도와 충성도가 강화됩니다.
서브웨이의 이러한 방식은 <트렌드코리아 2025>에서 제시된 '토핑경제'와도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토핑경제'란 기본적인 제품이나 서비스 위에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반영할 수 있는 부가적인 요소를 추가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경험을 만드는 소비 트렌드를 말합니다. 서브웨이는 샌드위치라는 기본 상품 위에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과 요구를 반영한 재료를 더함으로써, 자신만의 메뉴를 만드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는 크록스의 지비츠 커스터마이징과 유사한 소비자 참여 구조로, 소비자가 상품 자체뿐만 아니라 선택 과정에서의 만족감을 느끼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