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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전략. 진정성으로 스스로를 빛낸 브랜드(사람)들.

비틀즈뱅크, 오롤리데이, 어글리어스 마켓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활동 분석

브랜드는 셀 수 없이 많고, 콘텐츠는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콘텐츠는 타임라인을 따라 순식간에 사라지고 맙니다. 그래서일까요? 기억에 남는 브랜드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화려한 마케팅보다 자신의 이야기와 가치를 묵묵히 기록해 온 사람들, 곧 브랜드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성이 어떻게 브랜드를 빛나게 만드는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진정성으로 스스로를 빛낸 사람들(브랜드)'의 내용은 도서 <취향과 경험을 판매합니다> <마케팅의 정석> 등의 내용이 참조되었습니다. 이러닝 사이트 인터뷰어에서 책과 저자 강의, 강의교안 등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제품이 아니라 이야기와 서사를 구매하는 시대

소비자들이 실제로 구매하는 것은 제품과 서비스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재미있는 영상을 공유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멋진 고객 경험을 제공하더라도, 정작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고객은 결국 떠나게 마련입니다. 마케팅과 브랜딩 활동에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품질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절대가치라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이제 ‘좋은 품질’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운 시대라는 것입니다. “우리 제품은 이렇게나 뛰어납니다”라고 강조해도, 경쟁사의 제품 또한 마찬가지로 훌륭합니다. 디자인은 세련되고 기능은 무난하며, 가격대도 합리적인 상품들이 시장에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바로 제품과 서비스가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된 상황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소비자가 단지 ‘좋다’는 이유만으로 브랜드를 선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 바로 진정성 있는 이야기와 서사입니다. 브랜드가 왜 이 일을 하는지, 그 가치가 내 삶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에 소비자는 주목합니다. 결국 오늘날 기업(브랜드)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잘 만든 제품’을 넘어, 감정적인 공감과 의미 있는 경험까지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그래야 소비자는 브랜드를 선택하고, 그 관계 또한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chapter 1. 사람들은 열광하는 꽃집, 비틀즈뱅크

꽃을 사는 게 아니라 '경험'을 사는 곳

성수동 골목에 자리한 '비틀즈뱅크'는 조금 특별한 꽃집입니다. 이곳에서 꽃을 사려면 춤을 춰야 합니다. 매장 안에서는 레트로 팝과 비틀즈 음악이 흐르고, 곳곳에 삼각대가 놓여 있어 누구나 즉석에서 댄스 영상을 찍어 SNS에 올릴 수 있습니다. 직원들 역시 주문을 받으며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고,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이러한 분위기 덕분에 꽃을 사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놀이가 되고, 매장 방문이 그 자체로 ‘기념할 만한 이벤트’로 기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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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에서 춤을 춰야만 꽃을 살 수 있는 비틀즈뱅크

꽃다발에는 ‘오늘도 춤추는 하루 되세요’라는 손글씨 카드가 담겨 있어, 구매 후에도 유쾌한 여운이 이어집니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브랜드와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주말이면 매장 앞에 평균 30분 이상 대기 줄이 생기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재미있다”는 후기가 새로운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곤 합니다.


비틀즈뱅크가 말하는 경험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고객이 브랜드의 일부가 된다는 감각입니다. 꽃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손님들은 관람객이 아닌 '참여자'로 전환되고, 그 과정에서 브랜드에 대한 주인의식과 애정을 느끼게 됩니다. 고객이 브랜드 안에서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경험 구조는 비틀즈뱅크가 단발성 유행이 아니라, 지속적인 팬덤을 만들어갈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비틀즈뱅크는 브랜드의 세계관 안으로 고객을 초대하고, 그 안에서 주체로 머물 수 있도록 섬세하게 구조화된 경험을 제공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진정성이 빛을 발합니다.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에는 ‘왜 이런 방식을 택했는가’에 대한 납득 가능한 이유와 맥락이 존재하고, 그것이 고객에게 진심으로 전달됩니다. 그래서 비틀즈뱅크는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팬덤을 형성하면서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20초 릴스가 만든 ‘춤추는 꽃집’ 밈

비틀즈뱅크가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단 한 편의 20초짜리 인스타그램 릴스였습니다. 손님과 직원이 함께 구구단 댄스를 추는 이 영상은 업로드 직후 1,5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습니다. 조작 없이 담긴 현장의 생동감, 고객의 웃음소리, 그리고 “꽃집에서도 이렇게 놀 수 있다”는 예상 밖의 메시지가 사람들의 공감과 호기심을 동시에 자극한 것입니다.


이후 ‘#춤추는꽃집’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은 20만 건을 넘었고, 유명 안무가와 방송인, 캐릭터 계정까지 챌린지에 참여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바이럴을 넘어, 하나의 밈이자 사회적 놀이로 확장된 현상이었습니다. 비틀즈뱅크는 이 과정에서 광고비를 쓰지 않고도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퍼뜨리는 구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냈습니다.


핵심은, 이 모든 과정이 브랜드가 의도적으로 만든 ‘연출된 콘텐츠’가 아니라, 고객의 참여 경험에서 출발했다는 점입니다. 짧고 중독성 있는 영상 길이, 익숙한 레트로 음악, 민망함 대신 유쾌함을 건넨 유머 감각—이 모든 요소는 MZ세대의 콘텐츠 소비 감각, 즉 ‘공감하고, 공유하고, 함께할 수 있는 놀이’를 정확히 이해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오프라인 무대가 온라인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

SNS에서 댄스 영상을 접한 사람들은 “정말 저럴까?” 하는 호기심에 성수동 매장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매장에 들어선 순간, 영상 속 풍경이 그대로 펼쳐집니다. 익숙한 음악, 자유롭게 춤추는 분위기, 곳곳에 배치된 삼각대까지—모든 요소가 현실에서의 신뢰감을 높이며, 방문자는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댄스 영상을 촬영해 다시 SNS에 공유합니다. 이렇게 오프라인 경험이 온라인 스토리로 확장되고, 그 콘텐츠가 또 다른 방문을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됩니다.


이 구조는 팝업스토어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었습니다. 더현대 서울 팝업에서는 라이브 DJ가 비틀즈 리믹스를 틀었고, 현장에서 즉석으로 촬영된 댄스 영상은 대형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송출되었습니다. 협업 굿즈는 단 3일 만에 완판 되었으며, 팝업이 끝난 이후에도 “현대백화점에서 춤춰 본 사람?”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릴스가 지속적으로 업로드되며 여운을 이어갔습니다. 이처럼 온·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넘나드는 참여형 경험 설계는, 비틀즈뱅크를 단순한 꽃집이 아닌 ‘놀이와 표현의 무대’로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경험의 설계가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을 훨씬 더 입체적으로 만든다는 점입니다. 고객은 릴스를 통해 브랜드를 ‘인지’하고, 실제 공간에서 그것을 ‘확인’하며, 그 경험을 다시 자신의 콘텐츠로 ‘확장’합니다. 이 전 과정에서 고객은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브랜드의 일부를 ‘함께 만들어가는 존재’로 변화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감정은 단순한 만족을 넘어, 강한 소속감과 팬덤으로 연결된 것입니다.


chapter 2. 감정을 설계하는 브랜드, 오롤리데이

일상 속 무해한 위로가 브랜드가 되는 시대

요즘 소비자는 제품을 사는 동시에 자신의 감정을 사고 싶어 합니다. 오롤리데이는 바로 이 지점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 문구·라이프스타일 브랜드입니다. “누구나 해피어(Happier)가 될 수 있다”는 슬로건 아래, 다이어리, 엽서, 스티커, 텀블러 같은 일상용품에 위로와 공감의 언어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제품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 그 자체를 제품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일들을 잘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에게 ‘그대로도 충분하다’고 말 걸어주는 브랜드입니다.


이러한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대표 캐릭터 ‘못난이’입니다. 삐뚤빼뚤한 외모, 엉성한 표정, 흐물흐물한 몸짓 등, 어쩌면 가장 상품성 없어 보일 수 있는 이 디자인은 오히려 고객에게 감정적 해방감을 줍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지금 모습 그대로 괜찮다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죠. ‘못난이’는 브랜드가 만들어낸 캐릭터지만, 소비자는 그를 통해 스스로를 표현합니다. 노트북에 붙이고, 다이어리에 기록하고,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이 캐릭터에 위탁합니다. 즉, 못난이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감정의 확장 도구이며, 오롤리데이가 고객과 정서적 유대를 맺는 가장 유효한 매개체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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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설계하는 브랜드, 오롤리데이

제품이 아닌 감정을 설계한다

오롤리데이의 제품은 단순한 문구류가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에 공감하고 다정하게 건네는 ‘감성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이어리는 단순히 일정을 기록하는 용도를 넘어, 하루를 견뎌낸 자신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페이지 곳곳에는 “오늘도 잘했어요”, “이만하면 충분해요” 같은 문장이 숨어 있고, 못난이 캐릭터가 그려진 스티커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다이어리에 자신의 하루를 기록하면서, 동시에 오롤리데이가 전달하는 감정의 언어를 받아들이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오롤리데이는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 물건을 쓰는 사람이 어떤 감정을 느낄까?”를 가장 먼저 고민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기록의 힘’을 주제로 출시된 플래너 시리즈는 하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떠올려 적도록 유도하며,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제안합니다. 또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이름의 메모패드는 사용자가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기획된 제품으로, SNS에서는 “이 문구 하나에 위로받았다”는 후기가 자발적으로 공유되고 있습니다. 오롤리데이의 제품은 기능을 넘어서, 감정의 언어를 담는 그릇이자, 소비자의 일상에 조용히 개입하는 브랜드의 목소리가 되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연결하고, 오프라인으로 확장한다

오롤리데이는 자사 온라인 스토어를 중심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 등을 통해 고객과 일상적인 접점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인스타그램에서는 팬들이 자발적으로 제작한 콘텐츠를 브랜드가 리그램하며 쌍방향 소통을 이어가고, 감정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공유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온라인이 브랜드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하는 창이라면, 오프라인은 그것을 실제로 ‘만나보는’ 공간입니다. 오롤리데이는 팝업스토어나 전시를 통해 고객이 브랜드의 감정 철학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기획하였습니다. 조명, 향기, 디스플레이, 음향까지—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브랜드의 감정 톤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팝업스토어는 ‘해피어의 방’이라는 콘셉트로 구성되어, 방문자가 브랜드 안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못난이 캐릭터 벽화와 긍정적인 문구가 먼저 시선을 맞추고, 제품은 단순한 진열이 아닌 ‘오늘의 기분’을 고를 수 있는 테마존으로 배치되었습니다. 향이 나는 카드, 스탬프를 찍는 체험, 손글씨로 응원 메시지를 쓰는 공간도 함께 마련되어 고객이 브랜드의 감정 언어를 ‘직접 쓰고 남기는’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러한 오프라인 경험은 단순한 전시나 판매를 넘어, 고객이 브랜드를 감정적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장치가 됩니다. 그리고 이 감정의 경험은 다시 SNS를 통해 공유되며 온라인으로 이어집니다. 오롤리데이는 이렇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감정적 관계를 조금씩 축적해가고 있습니다.


chapter 3. 못생겨도 괜찮은 '어글리어스 마켓'

시장의 문제에 집중하다.

농사를 짓는 사람일수록 좋은 농산물을 먹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보기 좋고 상품성이 높은 농산물은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농부는 시장에 내놓지 못한 못난이 농산물이나 상처가 있는 농산물을 소비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외형의 기준만으로 상품성이 결정되는 현실에서,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거나 판매를 하려 해도 이런 농산물은 외면받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들 농산물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모양이 다르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배제될 뿐입니다.


농가의 유통 현실도 녹록지 않습니다. 많은 농부들은 자금과 인프라가 부족해 자가 유통보다는 도매 유통업체에 수확물을 일괄 납품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저온창고를 짓거나, 직접 판매 루트를 개발할 여력이 부족하고, 생산량 또한 연중 수요에 맞춰 조절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유통업체는 낮은 단가에 농산물을 매입하지만, 상품성이 낮은 농산물까지 모두 가져가기 때문에 농부 입장에서는 여러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할 때 이 방식이 차선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많지 않았습니다. 농산물의 외형 중심 유통 구조, 소규모 농가의 자금력 부족, 유통의 불균형 문제는 오랫동안 고쳐지지 않은 과제였습니다. 바로 이 지점을 정면으로 해결하려는 브랜드가 어글리어스 마켓(UglyUs Market)입니다. 어글리어스 마켓은 ‘못생겨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앞세워, 외형 때문에 버려지던 농산물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유통 방식의 개선을 넘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존중받는 식탁을 만들고자 하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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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문제에 집중한 어글리어스마켓

지속가능한 소비, 명분만으로는 부족하다

대량생산을 통해 저렴하게 공급되는 상품들은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히고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환경 문제, 자원 낭비, 생산자 불균형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해 왔고,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단지 가격과 품질만으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무엇을 사는가’보다 ‘어떻게 사는가’를 통해 자신의 가치와 태도를 드러내고자 합니다. 바로 이 지점이 어글리어스 마켓 같은 브랜드에게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는 단순히 “환경에 좋으니까”, 혹은 “농촌을 돕는 일이니까”라는 이유만으로 제품을 구매하지는 않습니다. 대의명분이나 착한 소비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는 진정성을 기반으로 한 서사를 구축하고, 소비자가 그 가치를 ‘이야기’가 아닌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어글리어스 마켓은 못난이 농산물에 ‘구출’이라는 상징적 언어를 부여하고, 농부의 사연, 탄소 절감 수치, 응원 메시지 등의 서사 요소를 결합해 냅니다. 이 구조 안에서 소비자는 단지 농산물을 수령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행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감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그 경험은 SNS에서 공유 가능한 상징적 소비 행위로 확장됩니다. ‘#못생겨도맛있다’, ‘#농산물구출’과 같은 해시태그는 제품 이상의 가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고, 브랜드는 단순한 유통 주체를 넘어 정체성과 철학을 표현하는 장이 됩니다.


지속가능성을 말하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명분이나 메시지보다 ‘행동의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말과 실제, 컨셉과 시스템이 일치할 때 진정성은 비로소 전달되며, 그때서야 소비자는 “좋은 브랜드”가 아니라 “내가 함께할 브랜드”로 그것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진정성은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된다

어글리어스는 광고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체 매출 대비 마케팅 비용이 5%도 안 될 정도로, 유료 광고보다는 고객의 자발적 확산에 집중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전략이 가능했던 이유는 콘텐츠에서 드러나는 브랜드의 진정성과, 이를 경험으로 연결시키는 구조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는 울퉁불퉁한 당근이나 못생긴 감자를 담은 사진과 함께 ‘#못생겨도맛있다’, ‘#농산물구출’ 같은 해시태그가 자발적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고객이 브랜드의 방향성과 실제 활동을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구조’로 경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글리어스는 연말마다 자사가 1년 동안 구출한 못난이 농산물의 총량, 이를 통해 줄어든 탄소 배출량 등의 데이터를 시각화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는 어글리어스 마켓이 외치는 ‘지속가능한 식탁’이라는 철학이 실제로 얼마만큼 실행되었는지를 고객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행동의 증거입니다.


또한 배송 박스 안에는 단지 상품만이 아니라, 해당 농산물을 키운 농부의 짧은 사연이 담긴 카드가 동봉되어 있습니다. 고객은 매번 다른 농산물과 다른 이야기, 다른 사람의 손길을 경험하게 되며, 브랜드의 가치가 단순히 메시지에 그치지 않고 감정적 연결로 이어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고객 피드백 역시 이 구조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어글리어스는 피드백을 수렴하는 전용 창구를 마련해 두고, 접수된 의견은 정기 회의 안건으로 올라가 실제 서비스 개선으로 연결됩니다. 예를 들어, 과일이 눌린 채 배송된다는 피드백이 다수 접수되었을 때는 포장재 구조를 전면 교체했으며, 이 개선 과정은 뉴스레터와 블로그를 통해 고객에게 투명하게 공유되었습니다. 이 일련의 구조는 고객으로 하여금 단순히 ‘의견을 낸 사람’을 넘어, 브랜드와 서비스를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 설계자로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적 상징성과 커뮤니티 구조만으로 재구매가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브랜드를 선택하려면, 무엇보다 제품 그 자체의 품질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못난이 농산물이라 해서 신선도, 맛, 서비스 품질이 일반 유통 농산물보다 떨어져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소비자는 ‘이런 뜻있는 브랜드라면 품질도 믿을 수 있겠지’라는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실제 경험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 브랜드에 대한 실망감은 훨씬 크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브랜드의 진정성은 콘텐츠에서 시작되지만, 그 진정성이 고객에게 신뢰로 축적되기 위해서는 구조화된 실행과 품질 관리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브랜드 철학은 감성적 차별화를 만들고, 제품력은 현실적 신뢰를 형성합니다. 이 둘이 함께 작동할 때 소비자는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 ‘다시 찾고 싶은 경험’을 기억하게 됩니다.


진정성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이번 글에서는 화려한 마케팅보다 자신의 철학과 가치를 묵묵히 실천해 온 브랜드들—비틀즈뱅크, 오롤리데이, 어글리어스 마켓—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성이 어떻게 브랜드를 빛나게 만드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좋은 일을 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왜 그런 일을 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고, 그 가치를 고객과 함께 살아낸다는 점입니다.


브랜드는 이제 메시지를 외치는 존재가 아니라, 고객과 함께 맥락을 살아가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브랜드가 만든 이야기 속에 들어가길 원하지 않습니다. 내 삶과 자연스럽게 겹쳐질 수 있는 이야기에만 응답합니다. 그런 점에서 진정성이란 결국 브랜드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힘’이며, 고객이 그 이야기를 ‘자신의 언어로 옮겨갈 수 있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기억에 남는 브랜드는 결국, 말을 잘한 브랜드가 아니라, 말한 대로 행동한 브랜드입니다. 진정성이 콘텐츠를 만나고, 경험으로 이어지고, 다시 관계로 확장될 때—그 브랜드는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오래 기억되는 이름이 됩니다.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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