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에 있어서 느낄 수 없었던 소중함, 카페라는 공간의 소중함
카페에 자주 가시나요? 저는 누군가를 만나거나 중간중간 비는 시간에 카페를 찾곤 했습니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간단한 업무를 처리하기에 카페만한 공간도 없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서 카페도 마음 편히 갈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카페라는 공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늘 갈 수 있었던 카페를 가지 못하게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니 카페라는 공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현대인들에게 카페는 오아시스와 같은 장소입니다. 세상이 빠르게만 돌아가면서 커뮤니케이션을 끝도 없이 강요받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빠르게 빠르게 살아가야만 하는 세상 속에서 카페라는 공간은 조금은 사치스러운 휴식과 여유를 찾도록 해주는 공간입니다. 시간과의 스트레스에 쫓기는 현대인들에게 카페는 잠시나마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었던 것입니다. 요즘의 카페들은 매장마다의 컨셉을 갖고 있습니다. 빨리 먹고나가야 하는 패스트푸드점과는 달리 카페는 오래도록 머물 수 있는 편안한 의자와 인테리어, 편안한 음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조금전까지의 치열했던 삶에서 잠시나마 현실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해준 것입니다.
카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교류의 장이기도 했습니다. 학생에서 부터 연인, 직장인 등 모든 사람들이 만나는 장소로써 카페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카페마다의 특성이 있다보니 조용히 대화를 할 수 있는 곳, 외곽에 경치가 좋은 곳,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곳 등 카페는 다양한 형태로 사회적 교류가 가능하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단체생활이나 대인관계를 중요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상 카페는 계속적으로 교류의 장이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집과 사무실 이외에 제3의 장소를 표방하면서 시작된 곳이 스타벅스입니다. 저는 처음에 집과 사무실 이외에 제3의 장소라는 말을 듣고 멋있는 표현이구나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이것이 실제적으로 체감된 것은 코로나 사태 이후입니다. 외부에서 업무를 마치고 사무실이나 집에 들어가기 싫은 날들이 있습니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머리속의 생각도 정리하고, 혹은 멍하니 앉아 잊고 싶은 순간들이 있으셨을 겁니다. 이때는 스타벅스와 같은 카페를 이용하곤 했는데요~ 언제나 갈 수 있는 장소이다보니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입니다.
오스트리아 수필가 알프레드 폴가르의 말처럼 “카페란 혼자이고 싶은 사람들이 머무는 곳, 동시에 옆자리에 벗이 있어야 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혼자이고 싶은 사람들이 머무는 곳, 동시에 옆자리에 벗이 있어야 하는 곳이었던 카페라는 공간이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커피를 하루 마시지 않는다고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혼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거나, 친구들과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지 못한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일이라는 것을 카페에 가지 못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카페는 집과 사무실 이외의 중립지대입니다. 육아에 지친 주부도, 업무에 지친 직장인도, 공부를 함께 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도 카페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저와 같이 카페에서 업무를 처리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도 카페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카페가 생산성을 높여준다는 것은 이미 검증된 사실입니다. 일본의 교육심리학자 사이토 다카시는 자신의 생산성 비결을 ‘카페에서 일하기’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30년간 카페를 집필 장소로 이용했다고 하는데요. 카페가 글을 쓰기 좋은 이유는 개방된 공간에서 오는 타인의 시선,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것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소비자 연구저널은 50~70 데시벨(dB)의 소음이 완벽하게 조용한 상태보다 집중력과 창의력을 향상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2014년도에 발표된 뇌 과학 분야 연구에서는 정적 상태보다 약간의 소음이 있을 때 집중력은 47.7%, 기억력은 9.6% 좋아지고 스트레스는 27.1% 감소한다는 결과가 내놓았습니다. 깊이 있게 몰입을 하고, 중요한 것을 암기하기 위해서는 하품소리조차 나지 않는 도서관이 좋겠지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의력을 요구하는 것은 카페가 더 좋은 환경인것입니다. 옆테이블에서 사람들이 대화하는 소리,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등의 백색소음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입니다.
자유로운 분위기도 카페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페에서는 노트북을 켜놓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화를 할 수도 있고, 옆사람과 대화를 할 수도 있습니다. 분위기가 자유롭다보니 더 창의적인 공간이 될 수 있는 것인데요. 역사적으로도 카페는 새로운 예술과 산업을 꽃피우는 곳이었다고 하는데요. 코라나 시대 이후의 카페는 집과 직장을 제외한 나만의 공간 혹은 휴식과 재충전을 할 수 있는 편안하고 비공식적인 장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가 끝나게 되면 사람들은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되돌아가서 살아가게 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라고 봅니다. 제가 농담처럼 이야기하곤 하는데요. 편리함을 경험한 인간은 과거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결국 코로나 시대가 끝나면 과거와 같이 사무실에 모여서 회의하는 것과 같은 형태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비즈니스의 많은 부분은 디지털을 중심으로 전환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집과 사무실이라는 공간, 그리고 집과 사무실 이외의 공간은 어떻게 변화될까요? 먼저 집과 사무실이라는 공간의 구분은 옅여질 것입니다. 결국 누가더 주어진 시간동안 업무에 몰일할 수 있느냐가 개인의 성과를 만드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일하는 장소가 사무실이든 집이든 물리적인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입니다.
그리고 집과 사무실외에 제3의 공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제3의 공간이란 스타벅스를 이야기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편안함을 느끼면서 개인의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잘 설계된 공간이 모두 제3의 공간입니다. 그곳이 카페일 수도 있고, 공원일 수도 있고, 학교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현실세계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오프라인은 없어질 수 없습니다. 일의 많은 부분이 온라인으로 가능해지는 만큼 오프라인에서는 다양한 경험에 대한 욕구가 커질 것입니다. 동네의 작은 책방들이 늘어가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득한 카페들이 늘어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판매하는 형태로 오프라인 공간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스타벅스는 식물원이나 캠핑장 등의 새로운 공간과 협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기도 합니다.
커피 한 잔도 배달시켜 먹을 정도로 '접촉에서 접속으로' 바뀌고 있는 언택트(Untact) 시대입니다. 그렇다고 오프라인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오프라인의 가치는 경험입니다. 온라인이 편하기는 하지만 인간의 오감을 활용해서 어떤 것을 경험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디지털 공간의 비대면성은 인간다운 훈훈함을 느끼기에는 한계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오프라인은 온라인의 편리함을 대체할 수 없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실제 지금 이순간에도 이러한 사업기회를 찾아서 실행하는 곳이 있을 것입니다. 기존의 카페에게는 큰 위협이지만, 이것을 기회로 삼아서 새로운 스타벅스가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누구도 경험해보지 않은 격변의 시대는 과거를 회상하는 사람들보다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이기게 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생존에 대한 `절박함`과 함께 빠르게 시도하고 고객 반응을 파악하여 비즈니스를 고도화시키는 `속도`에서 새로운 기업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무엇인가 지켜야할 것이 많은 기업, 즉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격변의 시대에 지게 되어 있습니다. 스타트업보다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개인에게도 마찬가지 일텐데요. 거대한 물결속에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선택을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