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과 공업의 느낌이 강조된 Inderstrial Style
인더스트리얼 스타일(Inderstrial Style)이란 산업과 공업의 느낌이 강조된 스타일을 말합니다. 버려지거나 방치된 공간 등을 개조해서 낡은 공간의 느낌을 주는 것이 대표적인 방식입니다. 언 듯 공사를 하다가 멈춘 듯이 보이지만 낡은 공간을 상업시설로 재탄생 시킨것인데요. 콘크리트 벽이나 거친 벽돌, 밖으로 드러난 배관을 그대로 살려내서 투박하고 빈티지한 느낌을 줍니다.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은 공간을 넘어 음악과 그림 등의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쓸모 없어진 낡은 공장이나 창고의 내부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새로운 소재와 디자인을 더해 공간을 재창조하는 곳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인테리어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낡고 투박한 것에서 오는 경험 요소가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매력입니다.
서울 성수동 대림창고, 서울 합정동 앤트러사이트, 남양주시 화도읍 플랜트202, 부산 초량동 브라운핸즈 백제 등이 초창기의 대표적인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공간들입니다. 이들 공간은 시멘트 덩어리나 벽돌 등을 고스란히 노출시켜 재료가 지닌 특유의 거친 질감을 있는 그대로 살려내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대림창고는 1970년대 초 정미소로 사용되던 곳입니다. 1990년부터 공장 부자재창고 등으로 사용되다 젊은 예술가들이 예술행사, 패션쇼 등을 여는 공간으로 활용되어 왔는데요. 이후 인더스트이얼 스타일로 리모델링을 거쳐 카페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합정동의 '앤트러사이트'는 1970년대 지은 신발공장을 리모델링한 카페 겸 공연장이고, 남양주시 '플랜트 202'는 1993년에 건축한 소파 공장을 개조한 카페입니다. 부산 '브라운핸즈 백제'는 1922년에 지어진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종합병원인 백제병원을 개조한 카페입니다.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은 보다 규모가 큰 형태로 진화하고 있기도 합니다. 파주에 위치한 '더티 트렁크'가 대표적인데요. 더티 트렁크는 600평 건물에 7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압도적인 규모로 국내 최대 크기의 창고형카페입니다. 정문을 들어서면 웅장한 분위기에 압도되고, 높은 층고와 곳곳에 배치된 식물들이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냅니다. 2층에 설치된 시그니처 포토존에서는 누구라도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들고, 무심한 듯 배치된 테이블과 의자, 각종 소품들이 인더스트리얼 감성을 더해줍니다.
낡고 오래된 공장 콘셉트로 공장형 인더스트리얼 감성, 몽환적인 분위기, 메자닌 복층 형태의 개방적인 실내 인테리어, 철강 소재의 뼈대를 그대로 노출시키면서도 우드 소재와 다양한 식물을 활용해서 공간에 ‘쉼’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디자인된 실내공간에 대한 독특성을 인정받아 아시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불리는 한국의 ‘K 디자인어워드’, 대만의 ‘골든핀 디자인어워드’, 홍콩의 DFA(디자인 포 아시아어워드)를 모두 수상 하기도 했습니다.
오래전에 지어진 건물이나 공장은 미적인 부분보다는 실용성이 중요했습니다. 단순하면서 튼튼하고 값싼 소재로 실용성을 갖추려다 보니 콘크리트 구조물이 많았고 천장의 전등과 외부배관 등은 노출되는 형태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도심외곽에 위치했던 사무실이나 공장들은 산업화 시대에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었던 곳들입니다. 그런데 뿌리산업에 해당하는 전통산업이 하향길에 접어들면서 일부 공장들은 문을 닫기도 하고, 사람들은 더 좋은 사무실을 찾아 떠나게 됩니다.
인더스트리얼 스타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공간들을 보면 과거 도심외곽에 위치했던 곳들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과거에는 도심 외곽에 위치하면서 일자리를 제공했던 곳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도시가 팽창하고, 새로운 산업들이 등장하면서 도심 외곽에 있던 지역들이 관심을 받게 된 것입니다. 1960년대 대형 제화업체의 하청업체가 모여들며 형성된 성수동이 대표적입니다. 성수동은 과거 대표적인 수공업 공장지대로 주거와 산업기능이 뒤썩여 있었습니다. 성수동은 서울의 다른 지역들보다 녹지공간과 보행자 도로, 주거를 위한 편의시설들은 부족했고, 그렇다고 생산을 위한 인프라와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이 갖추어진 곳도 아니었습니다. 주거와 산업의 기능이 뒤섞여 있다보니 두 기능이 서로 상충되면서 상대적으로 발전에 뒤쳐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느지역이나 도시가 팽창하면 도심 외곽이 발전하기 마련입니다. 성수동도 여기에 해당하는데요. 성수동은 서울 사대문 도심과 강남 지역으로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성수동을 중심으로 동부 간선도로, 성수대교, 강변북로가 인접해 있고, 서울지역에서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대규모 녹지공간인 서울숲이 있습니다. 이전·철거하는 삼표레미콘 공장부지를 포함하면 서울숲은 61만㎡ 규모입니다.
성수동 일대는 새로운 산업 요소 유입에 따른 지역의 새로운 변화 및 성장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성장 모멘텀을 갖게 됩니다. 성수대교 북단과 고산자로 등 간선도로로 단절됐던 서울숲 일대를 도로상부나 지하통로로 연결해 하나로 통합하고. 서울숲역과 뚝섬역으로 이어지는 기존 보행로에 대한 정비도 병행해가면서 대중교통 접근성도 좋아지면서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거듭나게 된것입니다.
낡고, 넓고, 거칠지만 힙한 것, 성수동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입니다. 지난 세월이 담겨있고,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오래된 공간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강남의 높은 빌딩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입니다. 이런 것들에 매료되었던 예술가들과 바리스타들이 성수동 연무장길에 몰려들면서 성수동은 문화 첨병들의 최신 집합소가 되었습니다.
오늘의 성수동을 만든 시초는 앞서 소개한 ‘대림창고'입니다. '대림창고'는 과거 정미소와 제철소로 사용된 공간을 복합공간으로 리모델링한 곳입니다. 철로 제작된 작은 크기의 간판은 이곳이 어떤 곳인지를 보여줍니다. 실내로 들어서면 대형 조형물과 5m가 넘는 나무가 눈에 띕니다. 가구와 조명 등도 모두 낡고 거친 느낌으로 제작해 빈티지 감성을 살렸습니다. 대림창고 갤러리는 주말에는 메뉴 주문과 상관없이 입장료 1만원을 받지만 자리가 없어 돌아갈 정도로 크게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대림창고가 성공하자 이후 ‘어니언’, ‘어반소스’, ‘성수연방’까지 인스타그램 성지가 줄줄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모두다 기존의 골격은 유지하면서 인더스트이얼 감성을 제공하는 곳들입니다. 철거를 최소화하면서 과거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 것인데요.
'어니언(ONION)'은 오래된 공장을 재생해 성수동을 카페투어의 성지로 바꿔놓은 곳입니다. 금속 부품 공장으로 쓰이던 1970년대 건물의 녹슨 철문과 낡은 타일, 허물어진 벽을 그대로 살린 낯설지만 신선한 공간에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어니언'은 공간에 대한 스토리를 아래와 같은 형태로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간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공간은 1970년대에 처음 지어졌다. 그리고 50 여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슈퍼, 식당, 가정집, 정비소, 그리고 공장으로 변형되었다. 때마다 필요에 따라 쓸모없는 부분은 부서졌고, 더해져야 할 부분은 주먹구구식으로 증축되었다. 심미성보다는 활용성을 중심으로 변화한 공간이기에 시간과 공간의 본 모습은 점점 사라져갔다.
우리는 공간을 탐색하던 중, 과거의 구조 속에서 새것이 줄 수 있는 가치를 발견했다. 바닥에 묻은 페인트 자국, 덧대어진 벽돌 하나하나가 세월을 기억하는 훌륭한 소재였다. 우리는 이 모든 흔적을 살리며 과거의 공간을 다시 재생시키는 것에 집중했다. 과거의 공간이자 동시대적인 공간으로서의 재해석이 필요했다
ONION은 분리된 것 같으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를 존중하고, 사용자의 기능을 고려해 신중하게 추가된 소재들로 만들어졌다. 가구 또한 공간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건축적인 요소를 더해 제작되었다. 함께 공존하는 식물들도 이곳에 늘 있었던 것처럼 익숙한 모습으로 자리해왔다.
이 공간은 마음을 정화시키는 휴식과 서비스가 존재하는 곳이자 공간을 찾는 이들의 머릿속 소음을 잠재워줄 안식처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 장소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삶의 영감을, 누군가에게는 온전한 휴식을 선사하는 곳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 패브리커(Fabrikr)
'대림창고', '어니언'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어반소스'입니다. 어반소스는 1963년에 지어진 봉제공장을 개조한 곳인데요. 국내 봉제산업이 불황을 맞으면서 1985년에 문을 닫았던 공간입니다. 그렇게 30여년간 비어있는 채로 방치되어 있던 공간이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이라는 옷을 입으면서 멋진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밖에서 본 어반소스는 오래된 단층짜리 직사각형 건물입니다. 외적인 특징은 별다를게 없습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밖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풍경이 펼쳐집니다. 널찍한 공간 한쪽에는 오픈형 제빵실과 음료를 만드는 카페 테이블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오랜세월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오래된 외벽, 너무 낡아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문, 여기저기 툭툭 튀어나와있는 철근들, 쇠파이프와 나무판을 이용해서 만든 테이블과 의자가 감성을 자극합니다.
성수동을 중심으로 몇곳의 공간을 살펴보았는데요. 공장과 창고부지로 사용되었던 공간이 오히려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곳들입니다. 도시가 팽창되면서 새로운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습니다. 대림창고, 어니언, 어반소스처럼 인더스트리얼 트렌드가 반영된 공간들이 증가하면서 인더스트리얼은 이제 새로운 취향이자 스타일이 되었습니다.
인더스트리얼 트렌드는 뉴트르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낡고 오래된 것들이 지금의 세대에게는 오히려 트렌디하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인더스트리얼 트렌드는 공간 인테리어에 그치지 않고 패션과 문화 전반으로 퍼져가는 중입니다. 뉴트로란 새로움을 뜻하는 뉴(New)와 복고, 과거의 양식을 뜻하는 레트로(Retro)를 결합한 신조어입니다. 과거의 유행이나 문화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 한 것인데요. 소수의 취향과 기호로 여겨졌던 것들이 하나의 트렌드를 넘어 메인스트림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