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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패러다임 전환, 구독 경제트렌드와 비즈니스 기회

합리적 소비, 소유에서 경험으로, IT기술의 뒷받침,구독 모델

소유에서 이용으로, 소비구조의 전환

신문처럼 정해진 기간 동안 구독료를 지불하고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제공받는 경제 활동을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라고 합니다. 멜론과 같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표적인데요. 음반 한 장의 가격도 안 되는 비용으로,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는 가격으로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구독모델의 시작은 16세기 신대륙 탐험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6세기에 구텐베르크의 인쇄기 발명으로 출판물의 대중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출판사들이 인쇄기를 구입하고 운영하기에는 초기 투자비용과 운영비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에 출판업자들은 향후에 발행될 출판물을 주기적으로 보내주는 조건으로 사람들에게 정기 구독료를 받았습니다. 구독자는 새롭게 발행되는 정보를 놓치지 않고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었고, 출판업자들은 출판 비용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구독모델의 출발점입니다.  


구독 모델은 디지털 콘텐츠와 같은 무형의 상품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지만 최근에는 식료품, 화장품, 패션, 가구, 가전, 자동차 심지어 공간까지 구독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어드레스(ADDress)'가 대표적입니다. 어드레스는 월 4만 엔 정도의 정해진 구독료를 지불하면 일본 전역에 있는 빈집이나 리모델링한 유휴 별장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어드레스의 구독모델은 셰어하우스와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셰어하우스는 계약된 한 곳만 이용할 수 있는 반면 어드레스의 주거 구독 소비스는 플랫폼에 있는 모든 주거 공간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주요 고객은 도시를 떠나서 자유롭게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입니다. 지방생활을 꿈꾸지만 그렇다고 한 곳에 발이 묶이는 것은 부담스럽습니다. 이럴 경우 어드레스를 정기 구독하는 것입니다. 어드레스 구독료에는 기본적인 설비와 가전제품, 와이파이, 전기료와 같은 모든 공과금이 포함되어 있고, 택배도 대신 수령해주는 등의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합니다. 각 지역의 거점에는 관리자 역할을 하는 '집 지킴이'가 있어서 현지 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어드레스는 시골과 민가 중심의 빈집을 사들이거나 임대해나가는 한편 주변의 여관, 호텔, 게스트하우스, 항공사, 차량 공유 회사 등과 제휴를 맺어나가고 있습니다.




구독 모델과 네트워크 효과

구독 모델 성공사례는 디지털 상품이 많습니다. 이것은 비용구조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인데요. 디지털 상품은 초기 제작비용이 높지만 추가 생산비용은 0원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웹툰 제작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지만 완성된 제품을 추가 생산할 경우에는 복사해서 사용하면 됩니다. 그리고 디지털 상품을 유통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매우 적습니다.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물류를 활용해서 배송을 해주는 것과 같은 활동이 필요 없는 것입니다.


디지털 상품 비즈니스는 여러 가지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디지털 상품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해야 비즈니스로 의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들 중에 혼자서만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면 혼자서 노는 것 외에는 큰 쓸모가 없습니다. 반면 친구들이 모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면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가치가 급격히 증가합니다. 친구들과 단체로 카카오톡을 할 수도 있고, 게임을 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것을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라고 합니다.


네트워크 효과란 미국 경제학자 하비 라이벤스타인(Harvey Leivenstein)이 소개한 개념으로 일단 어떤 상품에 대한 수요가 형성되면 이것이 다른 사람들이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같은 제품을 소비하는 숫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얻는 효용이 더욱 증가하게 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네트워크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인식 속에 사실상 표준이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은 가까운 사람들과 대화할 때 사용되는 것이고, 페이스북은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도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밴드는 모임의 용도로 사용되고, 유튜브는 동영상을 공유하는 곳입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밴드, 유튜브 등을 통상적으로 소셜미디어라고 부르지만 각각의 용도에 맞게끔 인식되고 있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특정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선택과 집중이 있어야 초기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네트워크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 효과 측면에서 초기 사용자의 의견이 일반 대중의 사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 집',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등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초기 사용자의 자발적인 홍보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이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쳐서 추가 사용자를 만들어 내게 되고, 그 상품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편승효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다양한 구독 비즈니스모델들

구독 경제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합리적으로 소비를 하려는 사람들과 함께 소비의 목적이 소유에서 경험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클라우드를 활용한 실시간 스트리밍 기술, 스마트폰을 활용한 온라인 커머스 환경, 빅데이터 기반의 고객 맞춤형 기술, 네이버 페이와 같은 간편 결제 등의 IT기술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품을 필요할 때만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소유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할부로 구매하는 것은 '소유'이지만, 필요할 때마다 쏘카 등을 통해서 이용하게 되면 '서비스'가 됩니다.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은 자동차를 이용하고 경험하게 되는 것인데요. 기존의 렌터카와 다른 점은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렌터카 회사에 연락을 하고, 계약을 하고, 입금을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에서 터치 몇 번이면 이용하고 싶은 자동차와 사용하고 싶은 시간을 10분 단위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자동차 키를 받기 위해서 영업사원을 만날 필요 없습니다. 음악이나 영화처럼 상품의 수가 많아진다면 나에게 맞는 것을 추천해주기 때문에 구독 모델은 개인화된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상품을 구매하고 소유하던 구조에서, 돈을 지불하고 상품을 필요한 만큼만 이용하는 소비구조의 전환은 다양한 산업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런드리고'는 모바일 앱 세탁 서비스입니다. 앱을 통해 세탁을 신청하고 밤 12시까지 스마트 빨래 수거함인 ‘런드렛'에 세탁물을 넣어두면, 런드리고가 이를 회수해 세탁하고 다음날 밤 12시까지 런드렛에 담아 문 앞에 배송해줍니다. 물빨래 세탁물은 물론, 드라이클리닝이 필요한 양복부터 이불도 세탁해 줍니다. 서비스는 필요한 순간마다 정찰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자유이용과 주기적인 세탁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월정액 서비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쏨와인, 퍼플독, 술담화, 그리팅 등은 먹거리 정기구독 서비스입니다.  '쏨와인'은 소믈리에가 해당 계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 2병을 골라 와인 키트와 함께 보내주고, '퍼플독'은 와인 1~2병이 포도 품종과 음용 온도, 어울리는 음식이 적힌 설명서와 함께 배송됩니다. '술담화'는  매달 전통주 소믈리에가 선정한 전국 각지에서 발굴한 다양한 한국 전통주 2병과 잘 어울리는 안주, 술에 대한 소개가 적힌 큐레이션 카드를 보내주고, '그리팅'은 영양식 정기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저당 식단, 유지어터를 위한 칼로리 식단, 영양소 등의 균형을 맞춘 장수마을 식단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어니스트플라워, 꾸까, 마음수업 코끼리, 클래스101 시그니처 플러스, 하비풀 등은 개인의 취향에 맞춘 정기구독 서비스입니다. '어니스트플라워'는 자체 기준으로 선별한 농장에서 갓 수확한 제철 꽃을 보내주는데 현재  전국 50여 농가와 함께 300종 이상의 제철 꽃과 식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꾸까'는 구독자에게 정기적으로 꽃다발을 보내주는 꽃 정기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원하는 꽃다발 크기와 받고 싶은 요일을 선택하면 전문 플로리스트가 만든 꽃다발을 2주에 한 번 배송해줍니다. 꾸까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평균 연령은 30세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가장 많습니다. 몇만 원 안 되는 가격으로 계절마다 어울리는 꽃을 집안에 두면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중입니다.

'마음수업 코끼리'는 명상 앱 구독 서비스로 심리 전문가들이 직접 제작한 명상, 수면, 심리치유 콘텐츠와 힐링 음악을 제공합니다. 스트레스, 불안감, 불면, 우울, 자존감 등 현대인이 마주 할 수 있는 마음의 문제를 음원과 비대면 수업 등으로 마음의 좋은 습관을 만들어줍니다.

온라인 강의 플랫폼 '클래스101'은 자회사인 '하비인더박스'를 흡수 합병하여 '시그니처 플러스'를 출시하였습니다. '시그니처 플러스'를 통해 음악, 요리, 예술, 뷰티 등의 콘텐츠를 연간 구독할 수 있습니다. 매월 구독료를 지불하면 1년 동안 해당 카테고리의 전 클래스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비풀'은 다양한 취미활동을 가르쳐 주는 온라인 플랫폼입니다. 컬러 드로잉 클래스, 모던 규방공예 클래스, 미니어처 만들기 클래스 등 다양한 취미를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취미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하비풀 사용자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중입니다.


지식정보 서비스의 구독 모델도 주목해볼 만합니다. 퍼블리, 폴인, 아웃스탠딩, 뉴닉 등이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가운데 전통 매스미디어도 구독 모델로 전환 중에 있습니다. 지식정보 서비스의 구독 모델은 과거 TV, 신문, 잡지 등의 유료화(Paywall) 모델과 다소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구독 모델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퍼블리, 아웃스탠딩, 폴인 등은 SNS에서 구축된 독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확보하고, 독자의 콘텐츠 선호도와 수요 분석을 통해서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TV, 신문, 잡지의 유료 결제는 매체 자체를 이용하는 방식이었다면 퍼블리, 아웃스탠딩, 폴인 등은 내가 선호하는 취향의 콘텐츠를 구독하는 방식입니다.

'퍼블리'는 일하는 사람들의 콘텐츠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정당한 대가로 이용되는 문화가 통할 것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콘텐츠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누가 돈을 내고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까 싶지만 퍼블리 가입자 중 60%가 유료 고객이고, 재구매율은 25%에 달합니다. 신문 구독자수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조선일보 등 주요 언론사들이 시도한 뉴스 콘텐츠 유료화 실패 경험과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중앙일보에서 만든 '폴인'도 지식 콘텐츠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폴인은 전문가들이 글을 쓰고 강연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모델입니다. 콘텐츠를 구독한다기보다는 전문가들을 구독하고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멤버십 성격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폴인 정기구독을 이용하면 모든 디지털 콘텐츠를 무료로 읽을 수 있고 폴인이 개설하는 온라인 세미나에 월 2회까지 무료로 참석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세미나는 할인 혜택을 줍니다.

'리디북스'에 인수된 '아웃스탠딩'은 기존 매체에서 볼 수 없던 차별화된 콘텐츠로 유료화 서비스를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곳입니다. 기존의 신문처럼 딱딱한 방식이 아니라 기자를 캐릭터 화해서 친구에게 설명해주는 듯한 기사 문법으로 큰 반향을 가져왔습니다. 현재는 경제, 문화, 산업, 생활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구독 비즈니스모델에 필요한 것들

구독 모델의 핵심은 '정기적'입니다. 새로운 고객을 유입해서 일회성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상품군 보유를 통해 개인 맞춤화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20여 년 전 제철에 수확된 농산물을 일주일에 한 번 보내주는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지금으로 보면 제철 농산물 정기 배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농산물 꾸러미 사업은 성공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 일까요? 바로 개인 맞춤화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오이를 배송해준다거나, 지난주에 보내준 상추를 아직 뜯지도 못했는데 또다시 보내주는 것입니다. 결국 구독 모델은 개인 맞춤화가 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화(personalization)에 가장 앞선 곳으로 '스포티파이'와 '넷플릭스'를 들 수 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개인이 선택한 노래의 코드, 박자, 분위기 등까지 분석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개인화된 음악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스포티파이의 개인화는 서비스 이용하는 순간부터 바로 적용됩니다. 수천 가지가 넘는 시그널을 토대로 개인화가 이뤄지는데, 사용자가 어떤 음악을 듣는지, 어떤 음악을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는지, 사용자와 비슷한 취향의 다른 사용자들은 어떤 청취 습관이 있는지 등을 비교해서 분석합니다. 서비스 이용 시간대, 음악 청취 순서, 음원 발매일 등 자잘한 요소도 빼놓지 않습니다. 사용자 데이터가 많을수록, 인공지능 알고리즘 정확도는 높아지고, 이를 기반으로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것입니다.


기존의 요금 체계를 월정액으로 바꾼다고 해서 구독 서비스가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정기적'으로 구독을 하게 하려면 넘쳐나는 선택지 사이에서 고객의 수고와 비용을 줄여주는 큐레이션이 필요하고, 한 명 한 명의 취향에 맞춰줄 수 있는 개인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야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2007년(국내는 2009년) 아이폰 출시 이후 다양한 구독 비즈니스모델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곳은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렇게 10여 년 동안 관련 기술이 발전해왔고 외부환경이 개선되었습니다. 시장 규모는 물론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구독 서비스를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의 비즈니스에 구독 모델을 적용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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