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취향, 경험을 제안하는 편집샵 비즈니스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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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숍은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상품을 구비해놓고 판매하는 매장을 의미합니다. 유사한 표현으로 콘셉트 스토어(Concept store), 멀티 브랜드숍(Multi-brand shop), 셀렉트 숍(Select shop)이라고도 불립니다. 흔히 한 공간에 2개 이상의 브랜드 제품을 모아서 판매하는 형태이지만 신발, 악세사리, 향수처럼 특정 카테고리에 집중하는 편집숍들도 있습니다.
편집숍은 운영자가 원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며, 브랜드측은 위탁판매나 대리판매 등의 형식으로 편집숍 주인장과 협력을 하게 됩니다. 한 매장에서 여러 개의 브랜드가 취급되다보니 자칫 잘못하면 정체성이 모호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품별 브랜드 스토리와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융화시켜서 취향을 제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무조건 유명한 브랜드만을 쫓기 보다는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개성과 희소성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편집숍의 시초는 패션잡지 엘르(Elle)와 보그(Vouge)에서 오랫동안 에디터로 일해온 까를라 소짜니(Carla Sozzani)가 1990년에 이탈리아 밀라노에 오픈한 '10 꼬르소 꼬모(10 Corso Como)'를 들 수 있습니다. '10 꼬르소 꼬모'의 시작은 까를라 소짜니가 뉴욕과 런던에서 사 모은 사진들을 전시하기 위해 오픈한 '까를라 소짜니 갤러리(Galleria Carla Sozzani)'입니다. 이때만해도 이탈리아에서는 사진이 예술로 취급되지 않던 시기였고, 오프라인 전시장도 쇼핑센터와는 먼거리에 위치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까를라 소짜니는 거창한 목표를 갖고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수집한 사진들을 전시하고, 잡지를 만들면서 경험한 것들을 공유하면서 오프라인에서 살아 숨쉬는 매거진을 만들고 싶었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사진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시작했지만, 1991년에 디자인 및 패션 관련 제품들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1998년에는에는 카페를, 그리고 2003년에는 작은 호텔로 증축을하고, 2009년에는 옥상 정원을 만드는 형태로 발전해온 것입니다. 지금은 전세계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였습니다.
'10 꼬르소 꼬모'는 동네의 작은 편집숍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창업자 개인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매장이 운영됩니다. 이후 오프라인 매장에 다양한 콘텐츠 들이 채워지면서 창업자 개인의 팬덤 중심의 비즈니스에서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형태로 비즈니스가 확장됩니다.
편집숍은 기존에 없던 카테고리가 아닙니다. '10 꼬르소 꼬모'는 30여년전에 이탈리아에서 편집숍을 시작했고, 국내에서도 한남동, 이태원, 신사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편집숍 등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편집숍이 주목받고 있는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증가하기 마련입니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보다는 자기만족과 취향이 중요해지는 것인데요. 이러한 것을 '라이프스타일(life style)'이라고 정의합니다. 한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에는 생각하고, 행동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편집숍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같은 SNS(Social Network Service)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매일매일 자신의 일상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에 올립니다. 내가 올리는 사진들이 나를 표현하는 것이고,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남들과 같아지는 것은 싫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올리는 사진들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친구가 가로수길에 있는 편집숍 매장에 대한 정보를 올리면 위치를 물어보곤 합니다. 이후 인스타그램, 네이버 등을 통해서 빠르게 추가 정보를 확인한 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맞는다고 생각할 경우 해당 매장을 방문하게 됩니다. 결국 소비가 동질화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편집숍이라는 개념 자체가 취향을 제안하는 형태이다보니 힙한 느낌이 있습니다. 실제 편집숍에 가보면 백화점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개성 있는 상품들이 가득합니다. 주인장의 시선으로 큐레이션되었기 때문에 매장마다의 개성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기업들이 앞다투어 해외의 편집숍을 들여오거나 자체 브랜드 숍 편집샵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갤러리아백화점은 압구정로 명품관에 ‘프레드 시갈 서울’을 오픈했습니다. '프레드 시갈'은 디자이너 '프레드 시갈'이 1961년에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설립한 전통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입니다. 오픈 초기에는 주로 청바지를 비롯한 의류를 팔았지만 이후 뷰티, 생활용품, 팝아트 작품 등으로 판매상품을 확장해 왔습니다. 가수 밥 딜런과 엘비스 프레슬리가 프레드 시갈의 옷을 사랑했고, 1964년도에 미국에 상륙한 비틀스가 프레드 시갈 매장을 찾으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곳입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에는 '더콘란샵'이라는 편집숍이 있습니다. '더콘란샵'은 '디자인의 지존'이라 불리며 영국에서 명예기사 작위까지 받은 '테런스 오비 콘란(Terence Orby Conran)'경이 1974년에 설립한 편집숍입니다. ‘더콘란샵’은 영국, 프랑스, 일본 3개국에 11개의 매장이 있으며 해외진출로는 한국이 4번째 국가이면서 12번째 매장이라고 합니다. '더콘란샵'의 철학은 ‘일상생활의 평범한 것들’입니다. 실제 생활에서 필요한 다채로운 라이프스타일 상품들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300여개의 프리미엄 브랜드 상품군을 갖추고 있고, 200여 가지 이상의 라이프스타일 상품들이 제각각의 디자인을 뽐내고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은 패션 편집숍 브랜드인 '분더샵(BOONTHESHOP)'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 백화점중에는 처음으로 2000년에 선보인 '분더샵'은 알렉산더 맥퀸, 마르니 등 각 장르별 최고의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해왔는데요. 최근에는 라이프스타일 장르까지 영역을 확장해서 가구 등 다양한 상품까지 판매하고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은 '분더샵'외에도 소품 위주의 편집숍 '피숀', 스니커즈 위주의 편집숍 '케이스스터디' 등 다양한 편집숍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편집숍을 대기업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의 소비트렌드를 보면 돈을 많이 들인 매장이 작은가게를 이긴다고 볼 수 없습니다. 접근성이 좋지 않아도, 인테리어가 허름해도, 매장의 특색이 명확하면 소비자들은 기꺼이 찾아옵니다. 최근 뜨고 있는 성수동 골목길안의 매장들이 자신만의 색깔로 대형 자본과 경쟁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서초구 서래마을의 ‘루밍’, 가로수길의 ‘챕터원’, 용산구 이태원로 ‘에이치픽스’ 등은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편집숍들입니다. 물론 오프라인에서 공간을 중심으로 취향을 제시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투입되는 비용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의 경쟁력입니다. 편집숍이 자리를 잡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주인장의 팬덤입니다. 상품의 품질로만 편집숍을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많은 매장들이 '우리는 다르다'고 이야기 하지만, 대부분의 상품은 상향평준화되었기 때문에 상품의 품질로만 설득하기가 어렵습니다. 백화점에 있는 대규모의 편집숍과는 결이 다른, 주인장이 큐레이션 해주는 안목, 인간적인 교감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등이 가미된다면 작은 매장도 대규모 자본과 충분히 경쟁 할 수 있습니다.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상품구색을 갖추고, 스마트폰에 담을 수 있는 예쁜가게 만들고, 주인장의 서비스 경쟁력이 뒷받침된다면 동네 상권을 넘어서 전국,더 나아가서 전세계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편집숍은 온라인으로 확장중에 있기도 합니다. 무신사, W컨셉, 29cm 등이 대표적인 온라인 편집숍입니다. 온라인은 물리적인 공간이 없기 때문에 오프라인보다 더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지만 각자의 명확한 컨셉을 갖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세계에서 인수한 'W컨셉'은 2030 여성을 주 타깃으로 개성 있고 트렌드를 앞서나가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판매합니다.
무신사, W컨셉, 29CM 등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유행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1~2004년생)를 중심으로 성장한 기업들입니다. W컨셉의 경우 평균 상품 단가가 83,000원을 넘어선다고 합니다. 백화점에 가기에는 부담이 되고, 그렇다고 남들과 똑같은 것은 싫어하는, 합리적인 가격을 원하는 사람들이 주 고객입니다. 2년을 주기로 계산하면 재구매율이 60%가 넘는다고 합니다.
진정한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란 나의 취향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해서 우리의 고객으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편집숍의 비즈니스모델은 '평생 고객'을 선점해서 지속적으로 관계를 형성해가는 것입니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편집샵 비즈니스모델은 도서 <취향과 경험을 판매합니다>의 내용을 참조하여 구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