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 스토어란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전달하기 위한 매장
'브랜드가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 플래그십 스토어'의 내용은 <취향과 경험을 판매합니다>가 일부 인용되었습니다. 책과 함께 주요 내용을 학습한 챗GPT GPTs로 실습 등을 하실 수 있습니다.
신논현역 방향에서 강남역 방향으로 대로를 걷다 보면 CJ올리브영, 카카오프렌즈, 이니스프리, 더 바디샵, 라인프렌즈, 러쉬, 무지양품 등의 매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입니다. 플래그십 스토어란 브랜드 성격을 가장 잘 표현해 내는 단독매장을 의미하는데요. 단순히 상품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브랜드가 갖고 있는 문화와 가치를 체험할 수 있게 꾸며 놓았습니다. 기업입장에서 플래그십 스토어는 일종의 '전략매장'인 셈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유동인구가 많이 몰리는 명동, 강남, 가로수길에 플래그십 스토어가 많이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들은 주로 청담동에, 화장품 브랜드들은 명동에, 옷과 가방 브랜드는 홍대에 많이 위치하고 있는데요.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고, 홍대는 젊은 층과 패션피플들이 많습니다. 한남동을 중심으로 이태원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는 곳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요즘 한남동은 예전의 그 한남동이 아닙니다. 대로변에 하나둘씩 들어선 패션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부터 시작해서 매장만의 감각으로 치자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브랜드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1990년대 후반부터 마케팅 활동이 제품에서 브랜드로 이동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매장을 오픈하기 전에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오픈했던 '안테나숍'이 플래그십 스토어로 진화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플래그십 스토어가 다양한 종류로 세분화되어서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대도시 중심의 쇼핑 중심구역에서 매장 디자인과 인테리어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이벤트를 통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특징들이 있습니다.
온라인이 배송이 아무리 빨라도 오프라인을 따라잡을 수는 없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을 구매할 수 있고, 구매한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반품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매장을 둘러보다 깜빡하고 있었던 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고, 기대하지 않았던 상품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온라인에서 제공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에 오프라인은 여전히 매력적인 채널입니다. 유통업체가 다양한 브랜드를 혼합한 '편집숍'으로 고객을 끌어들인다면, 제조업체는 '플래그십 스토어'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브랜드의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플래그십 스토어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판매채널을 강화하고 있는 기업으로 애플을 들 수 있습니다. 애플스토어의 역사는 2001년 버지니아 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스티브잡스는 베스트바이와 같은 유통업체(리테일러)에게 제품에 대한 교육을 맡길 수 없다는 생각에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리테일 매장을 오픈한 게 시작입니다.
애플 스토어가 지향하는 점은 매장을 단순한 '가게'가 아닌 상품 구입 이상의 역할을 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입니다. ‘가게’로 정의되면 애플의 신제품을 구입하거나 A/S를 받는 곳이 되지만, ‘장소’로 정의되면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됩니다. 제품구입은 여러 역할 중 하나에 불과한 것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소비자 충성도를 높이고, 고객의 단말 구매 및 이용패턴 등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애플의 직영판매망인 애플스토어는 리테일 서비스 혁신과 오프라인 채널의 매출증대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특히 매장 내 ‘지니어스 바(Genius Bar)’는 고객서비스의 새로운 접근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지니어스 바는 기기의 사용방법 설명 등 기술지원과 고장수리 관련 사후지원이 주요 기능이나 타사 독립형 A/S센터와 달리 매장 내 Bar 형태의 테이블에서 전문가(Genius)와 기기를 함께 다루며 상호 소통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브랜드 파워가 있는 기업들은 유통채널의 의존도를 줄이면서 자사 채널 중심으로 판매하는 D2C 방식으로 비즈니스모델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나이키가 대표적인데요. 나이키는 아마존 철수를 발표하면서 자사 홈페이지(쇼핑몰) 중심으로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도·소매점에 대한 의존을 낮추면서 제조, 마케팅, 유통 등 전반에 걸쳐 통제권을 가지려는 것입니다. 중간 유통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판매할 수 있고 플래그십 스토어 등을 통해서 다양한 시너지 효과도 측정해 볼 수 있습니다. 직접 판매는 도매 유통 대비 약 10~15%, 소매업체와 비교해서는 약 15~40%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이키는 명동점에 이어 홍대점에 나이키 스타일을 오픈했습니다.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각 매장의 공통적인 점은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 고객 경험을 높이고 있습니다. 2022년 7월에 개장은 홍대점의 경우 매장 내에는 콘텐츠 스튜디오를 비롯해 다양한 영상을 합성할 수 있는 크로마키가 설치됐으며, 매장 피팅룸에서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촬영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나이키는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고객경험을 강화하는 한편 온라인 판매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나이키 최고경영자 존 도나호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디지털로의 소비자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디지털은 소매업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오프라인은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서 온라인은 자사 홈페이지(쇼핑몰)를 통해서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직접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신제품 출시와 프로모션 등에 민첩하게 대응하면서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플래그십 스토어가 증가하는 첫 번째 이유는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매일매일 수도 없이 많은 제품과 브랜드들이 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다르다'라고 이야기해도 소비자들은 관심조차 주지 않습니다. 광고를 집행하고 1+1 프로모션 등을 진행하는 것으로는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하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기업들은 한 공간에서 브랜드 탄생 스토리와 변천과정을 보여주면서 다양한 경험과 한정판 제품 등을 통해 포괄적 경험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 플래그십 스토어입니다. 한 공간에서 오롯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인지하도록 하는 것인데요. 이를 통해 브랜드 홍보효과와 이미지를 향상할 수 있습니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가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최대의 가치를 나타내는 중요한 공간입니다. 과거에 오프라인 매장이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공간에 불과했다면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 경험을 종합적으로 전달하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체험 마케팅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체험 마케팅이란 다양한 채널을 통하여 브랜드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체험을 해본 소비자들은 그때의 경험이 미래의 소비까지 영향을 미치기 마련입니다. 체험은 소비자의 브랜드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플래그십 스토어는 이 과정에서 공간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다양한 제품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패션브랜드 MCM 매장에서는 나만의 여행 가방, 보석상자 등을 제작할 수 있는데, 주문 책자를 통해 어떤 가죽을 쓸지, 어떤 디자인으로 제작할지를 스스로 정할 수 있습니다. 화장품 브랜드인 프리메라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구입한 제품 뚜껑에 원하는 이미지와 문구를 넣어 '나만의 화장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체험과정에서 편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휴식시설을 제공하고 전시회 등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매장에 오래 머물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구매를 유도하거나 브랜드를 알아가게끔 하려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마몽드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앉아서 화장을 고치거나 해볼 수 있는 ‘파우더룸’를 운영하고 있고, 뉴발란스는 상품 판매 공간 한켠에 음료자판기와 여러 개의 테이블을 배치해서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온라인으로 성장한 브랜드들의 시장확대 측면입니다. 무신사, W컨셉, 29CM 뿐만 아니라, 요가복 업체 안다르, 친환경 패션 브랜드 비비와이비 등도 오프라인에 매장을 오픈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온라인에서 마니아층을 확보한 브랜드로 오프라인에서 소비자들과 접점을 늘리면서 채널을 다변화하려는 것입니다. 온라인에서 성공을 맛본 브랜드들이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발굴하고 이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몰은 오프라인과 견줄만한 힘을 갖추었습니다. 유통채널로만 보면 온라인몰이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전통시장을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이제 온라인몰은 온라인에만 머무르지 않고 본격적으로 오프라인을 공략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네 번째는 광고에 대한 불신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은 하루에도 수도 없는 광고와 메시지에 노출됩니다. 그렇다 보니 광고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습니다. 반면, 자신의 경험이나 '아는 사람'의 추천은 비교적 신뢰를 합니다. 여기서 '아는 사람'은 나와 알고 지내는 사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페이스북 친구일 수도 있고,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워 하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아는 사람'이 주는 정보의 효과성이 있습니다. 실제 만난 적은 없지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 등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신뢰하게 되어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은 유행에 보다 민감한 사람들입니다. 기업들은 플래그십 스토어를 화려하게 만들어 놓고, 블로거와 인플루언서들을 끌어들임으로써 다양한 입소문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는 MZ세대(밀레니얼+Z 세대) 때문입니다. MZ세대는 새로운 소비 권력으로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에 기꺼이 지갑을 엽니다. 이전세대보다 풍요롭게 자란 MZ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것들을 접하면서 안목이 높아지고 취향이 확고한 세대입니다. 이들은 광고나 브랜드 이미지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의 가치 판단에 따라 제품을 구매합니다. 편의점에서는 적은 금액이라도 쿠폰과 적립금을 활용하면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몇십만 원이 넘는 상품도 구매를 합니다. 자신의 신념을 소비에 반영하는 세대이면서, 남을 의식하기보다는 자신의 만족도에 더 가치를 부여하는 세대입니다.
대안적 소비, 환경, 신념, 명분, 스토리 등이 소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 플래그십 스토어에 정성을 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오프라인 중심의 플래그십 스토어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오프라인 기업이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도 어렵고, 온라인 기업이 오프라인으로 전환하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일은 내부역량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특정 직무중심으로 설계된 조직을 바꾸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실제 디지털 전환이 어렵다는 것은 실제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기술, 미디어, 통신과 같이 디지털 기반의 산업에서조차 성공률은 26%를 넘지 못한다고 합니다. 석유, 자동차, 제약과 같이 전통적인 산업에서의 성공률은 4~11%에 불과합니다. 디지털 전환을 시도한 기업의 70% 이상이 실패에 봉착한 것입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기업 중 딥택트에 더 적합한 기업을 선택하라면 현재로서는 오프라인입니다. 해외의 사례를 보더라도 월마트, 도미노피자, 펜더(플레이) 등 딥텍트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기업들은 대부분 오프라인 기업입니다. 국내의 경우에도 무신사, W컵셉, 29cm 등의 온라인 중심 기업의 오프라인에서 플래그십 스토어와 같은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지만 산업 전체에 영향을 주는 수준은 못됩니다. 반면 정관장, CJ, 동원, 대상, 풀무원 등 전통적 기업의 디지털 전환(D2C)은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기업이 혁신을 통해서 온라인 기술을 배우고, 기존의 오프라인 고유의 강점을 살린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것입니다. 플래그십 스토어 등을 통해 브랜드의 경험을 제공하고,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접점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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